막내딸이 집에 온 날

by 이숙자

막내딸이 집에 온 날은 시어머님 기일 날이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조카가 밤차로 서울을 올라가야 하기에 시어머님 제사를 다른 날보다 빨리 지냈다. 이번 제사에는 큰집 형님도 큰집 며느리 도 없었다. 전주에 살고 있는 막내 동서와와 내가 음식 준비를 해서 제사를 모셨다. 몸이 고단해서 그렇지 오랫동안 제사 음식을 만들어 왔기에 큰 불편 없이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


큰집에서 돌아와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집안의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큰집 시골집은 단독이라서 겨울에는 춥다. 추위에 길들여지면 지내는 사람은 몰라도 아파트 따뜻한 곳에서 생활 한 사람은 단독은 춥다. 집으로 돌아와 긴장이 풀어지면서 피곤함이 몰려온다. 집이란 내 고단함을 안아 주는 아늑한 쉼터 같은 곳이다.


평소에 소파에 눕는 일이 없는 나는 소파 전기매트 스위치를 켜고 따끈한 유혹을 못 이겨 잠시 누웠다. 몸이 피곤하면 아무것도 관심이 없고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일은 끓임 없이 움직여야 한다. 어쩌면 움직 일 수 있다는 자체가 살아 있음이요 행복의 조건 중에 으뜸임을 잘 알고 있다.


어른 들 말씀에 나이는 못 속인다는 말이 맞는 말일까?


시어머님 기일날 제사 음식을 만들고 하루 종일 동당거리며 신경을 썼더니 몸이 무겁다. 잠시 눈을 감고 누워 있는데 까무룩 잠 속으로 빠지려 한다. 잠결에 들으니 남편이 전화받는 소리가 들린다. 막내딸이 남편에게 서울에서 지금 내려오는 중이라고 1시간 후면 도착할 거란다. 막내딸은 언제나 집에 온다고 미리 말을 하지 않는다. 남편이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고 잠들면 안 되는데 생각을 하지만 눈은 이미 감기고 만다.


'띵동' 초인종 소리에 나도 몰래 일어나 앉았다. '엄마' 큰 소리로 부르며 막내딸 부부가 들어온다. 막내딸과 사위는 항상 그리움을 안고 달려온다. 힘든다고 오지 말라는 아빠의 말은 듣지를 않는다. 그래서 출발을 하거나 도착을 하고 전화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명절이면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삶이 힘든 부분을 서로 응원하고 그 힘으로 한 동안을 살아간다.


막내딸은 며칠 후면 발목 수술을 한다고 한다. 수술을 하고 나면 움직 수가 없어 설 명절에 내려오는 걸 미리 내려왔다는 막내 사위의 설명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사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고 각자의 생활

이 있어 자주 볼 수가 없다. 일 년이면 몇 번이나 만날까? 막내딸은 나이 든 부모님 생각에 언제나 마음이 애달프다. 언제 일진 몰라도 훗날 부모가 곁에 없을 거란 생각을 하면 마음이 더 애틋해 온다.


혹여 아프지 않을까? 뭘 가지고 밥을 먹을까? 늘 신경을 쓰고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택배를 부치고 우리 부부의 건강에 신경을 쓴다. 부모 자식의 정이 항상 애달프다. 우리 부부도 막내딸에게 더 마음을 쏟게 된다. 아직 젊은 나이라서 시간이 가면 생활에 안정을 하겠지 싶지만 아직 안정을 못한 때문에 걱정을 한다.


애들은 아침도 먹지 않는다. 이른 점심을 먹고 서울로 갔다. 하룻밤 자려고 그 멀리에서 부모를 보고서 서울로 올라간다. 집에서 밥 한 끼도 먹지 않는다. 아마도 나 힘든다고 그러지 않나 생각해 본다. 서울 올라가려고 짐 쌀 때 "내가 줄 것이 없네" 하고 말하니 아침에 행여 밥 먹을까 하고 고사리 나물 해 놓은 걸 보고 어머니 나 고사리나물 좋아해요. 그것 싸 주세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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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간다는 것이 있어 반가웠다. 막내 네는 김치도 먹지 않고 내가 해 주는 반찬은 가져가지 않는다. 왜냐 하면 막내 사위가 나 보다 음식을 더 잘하는 사람이다. 요리가 좋아 작은 퓨전 음식을 인터넷 예약을 받아 밤에만 손님을 받는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늘 불 앞에서 일하는 막내 사위를 보면 마음이 짠해온다.

막내딸 부부는 아침밥도 먹지 않는다. 나는 행여 먹을까 하고 된장 시래깃국에 고사리나물도 볶아 놓았지만 밥은 먹지 않고 이성당에 가서 빵을 사다가 먹는다. 아직 젊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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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부만 살 때는 외식도 잘 안 하지만 딸들이 오면 맛집을 찾아 외식을 한다. 남편은 막내딸 부부가 집에 오면 항상 외식을 할 때 밥값을 못 내게 몰래 계산을 한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젊은 사람들이라서 적은 돈도 아끼라고 그런 것 같다. 딸 부부를 보낸 뒤 딸에게 톡이 왔다. "엄마 김서방이 엄마 차방에 돈 10만 원 놓고 왔데 지갑에 그것뿐이 없어서" 사실 요즘은 사람들이 지갑에 현금을 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돈 10만 원' 돈을 보며 그 10만 원의 돈이 사위 주머니로 들어온 사연을 생각해 본다.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 주머니로 옮기는 과정을, 자기 노력으로 돈을 벌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에게 주면 절대로 안 받으니까 몰래 놓고 간 것이다. 그 돈의 값보다는 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이 더 값지다.


삶이란 함께 하는 여정이다. 부모가 있으니 찾아오고 만나서 밥을 먹고 살아가면서 기댈 곳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뿐이 없다. 살면서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삶에서 그 보다 큰 위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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