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난 지 한 달 남짓이 되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짧은 만남은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맑은 바람이 부는 사람이었다. 밝은 미소와 따뜻함을 지닌 사람, 같이 있으면 사람마음을 사르르 녹여 주는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같은 맛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내가 올해 일하기로 한 초등학교 사서 선생님이다.
이제 갖피어난 목련 꽃 봉오리 같은 사람, 나이도 풋풋한 20대다. 나이도 젊은데 미모까지 갖추었다. 거기에다가 마음까지 예쁘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가지고 있어 올해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 년을 보낼 것 같아 이게 무슨 징조 일까? 하고 기분이 올라갔다. 처음 만나면서 연예인이 아닌가 할 정도로 예뻤다.
나이 들어 잘 모르는 전자 기기 휴대폰, 컴퓨터, 등 모르는 문제도 벌쎠 도움을 주면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하면서 도움을 주었다.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많았다. 컴퓨터도 내가 하는 부분만 알지 다른 부분은 잘 알지 못한다. 때론 갑갑할 때가 있다. 딸들이 멀리 살고 있으니 수시로 물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주 아침 출근시간 도서관에 들어갔는데
"선생님 안 좋은 소식이 있어요. " "왜 무슨 일이에요?"
"저 전주로 발령 났어요." "어머나, 이게 웬일이에요."
우리가 이렇게 쉽사리 헤어지리라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벌써 책상을 정리하고 책도 버릴 것은 버리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면서 심란한 마음에 기쁘지가 않다. 일 년을 즐겁게 같이 하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이별이 찾아왔다. 사람은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 도록 되어있다. 어쩌랴, 그게 사람 사는 일일진대 받아들여 야지.
인연이란
<죽을 만큼 좋아했던 사람과
모른 체 지나가는 날이 되고
한때는 비밀을 공유했던 가까운 친구가
전화 한 통 하지 않을 만큼 멀어지는 날이 오고
또 한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던 사람과
웃으며 볼 수 있듯이
시간이 지나면 이것 또한 아무것도 아니다.
변해 버린 사람을 탓하지 말고
떠나버린 사람을 붙잡지 말고
그냥 그렇게 봄날이 가고 여름이 오듯> 누군가 보내 준 내 메일에서 가져온 글
위에 글을 읽고 어쩌면 내가 생각해 왔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 공감이 갔다.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살아간다. 정말 내 삶의 반쪽인 듯 마음을 주었던 사람도 어느 날인가는 모른 체하면서 살아갈 수 있고 어느 때는 가슴을 치며 아파했던 사람과의 관계도 살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고 말더라.
사람 사는 일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내가 좋았던 것, 싫었던 것들을 가슴에 안고 살아내는 것이 인생이다. 나이 듦이란, 내 앞에 찾아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람 사는 일에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사는 것이 애달픈 아픔이 있어도 삭히는 인내가 필요하다.
사람 사는 일은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알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때로는 새찬 바람이 불어와도 견디어 내며 고요하게 묵묵히 살아야 한다. 내 나머지 삶은 누구를 탓하는 것도 싫어지고 누구를 나무라는 것도 멈추고 싶다. 담담히 내 마음을 바라보며 살아 낼 것이다.
떠나는 사람도 머무는 사람도 다 한때 바람처럼 지나가는 시절 인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