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강 물의 정원

by 이숙자

서울 올라온 지 3일째, 오늘도 발걸음이 바쁘게 움직인다. 딸이 살고 있는 곳에서 양평과 북한 강이 가깝다. 딸은 우리가 가는 곳은 "엄마 걷기 호젓한 길이라 산책하기 좋아요." 그 말에 금방 마음은 그곳으로 달려간다. 무슨 일이건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궁금하고 설렌다. 처음이란 말이 주는 매력이다. 아무리 경치가 좋은 곳이라도 매번 가면 감흥이 떨어진다.


일요일 아침은 기온이 내려가 제법 쌀쌀했다. 더욱이 물가라서 더 추울 거란 말을 듣고 남편은 딸의 패딩을 입고 나는 내복까지 챙겨 입었다. 나는 유난히 추위를 탄다. 추우면 밖에 외출도 하지 않는다. 젊어서와 달라지는 내 모습에 나도 놀란다. 번잡한 것이 싫어지는 이유도 나이 탓인가 보다. 그렇다고 서울에 와서 방에만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순간순간 작은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마음이 움직이면 그때부터는 즐기면 되는 일이다. 물의 정원 가장에는 자전거 도로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헬멧을 쓰고 경쾌한 차림으로 봄날을 즐긴다. 그 모습이 참 여유롭다. 물의 정원이란 한 번도 와보지 못한 곳이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그 장소 만의 풍경이 있다. 물의 정원이란 말에 걸맞게 물과 함께 어우러진 자연 풍경이 아름답다.


여행이란 복잡한 감정을 지우고 마음에 새로움을 저장하는 것이 아닌지. 여행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딸은 조금 더 있다 가라고 하지만 남편은 집 떠나서 오래 있지 않는 성격이 아니다. 일요일 내려가자고 한다. 다시 가방을 싼다. 가방을 싸서 차 트렁크에 실었다. 외출했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오기는 번거롭다. 일요일은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은 조금은 쉬어야 다음 날 일하기가 쉬울 것이다.


집에서 차로 30분쯤 달리니 남양주 물의 정원이란 글 표지석이 나온다. 국토 교통부가 2021년 한강 살리기 사업으로 조성한 14만 4천 평의 넓은 면적의 수변 생태 공원이다. 강가에 서 있는 나무들이 너무 예쁘고 운치 있다. 이파리가 막 피어나기 시작한 연두색 나뭇잎을 보면 나는 가슴이 두근 거린다. 어떻게 죽어있는 듯한 나무에서 저토록 예쁜 잎들이 피어날까?


남양주 물의 정원, 북한강 강가의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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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물가로 누우려 한다 남편과 사위 딸 셋이 패딩까지 입고 모자까지 썼다


강 따라 산책을 하다가 강가에 놓여 있는 벤취에 앉아 강물의 윤슬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은 딴 세상 같은 느낌이다. 물결이 햇살에 반사되어 참 평화롭다. 강 건너 마을도 정겹고 낮은 산자락도 편안하다. 사람들도 간간히 산책을 한다. 나무들은 언제 싹들이 나왔는지 연두색 이파리들이 아름답다.


자연과 소통하며 물을 바라보고 마음에 여유를 느끼며 휴식을 한다. 날마다 복잡한 세상 속에 살다가 가끔은 마음을 내려놓고 멍 때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강물에 바람이 스쳐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평화로운 자연 안에서 우리는 마음의 안식을 찾는다. 말없이 앉아만 있어도 좋은 시간이다.


지금은 아직 봄이라서 빈 땅인 이곳은 5월이 되면 양귀비꽃들이 핀다고 한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장관을 이룰 듯하다. 9월이면 코스 모스가 핀다고 하니 상상만 하여도 그림이 그려지며 아름다울 것 같다. 나무들, 꽃들 아름다운 풍경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이다. 지금은 쓸쓸히 빈땅이지만 곧 피어 날 꽃에게 안부를 전한다. 꽃피면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긴다. 희망을 품고 그리워하고 설레는 일 사람만이 가지는 감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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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정원은 물 마음길, 물빛 김으로 나누어져 있고 가끔씩 예쁜 글귀들도 보인다. 강물이 흐른다. 갈대들이여 그리움으로 흔들려라. 지난해 피어났던 갈대들도 아직은 흔적이 남아있어 바람결에 흔들리는 모습도 아름답다. 자연은 무엇 하나 소홀함이 없이 자기만의 삶을 잘 살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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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딸과 사위가 예전에 다녀오기도 했고 맛이 좋아 곁에 지인들에 게도 많이 알려 주었다는 명태 코다리 찜 식당은 주차장에 차가 꽉 차있다. 사람이 많은 집은 다 이유가 있다. 반찬도 깔끔하지만 음식도 맛있고 세상에 막걸리는 무제한 무료란다. 남편은 한잔의 막걸리에 취하고 사랑에 취한다.


이처럼 늦은 나이에 자녀들에게 대접받는 것도 고맙고 자신이 좋은 사람과 함께 움직일 수 있음도 감사한 일이다.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이만하면 넉넉한 삶이지, 사는 일이란 자기에게 알맞게 기준을 세우면 된다. 누구와 비교를 할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 속도에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나만의 자리에서 행복하면 되는 것이다.


딸들 덕에 서울 올라와 꽃놀이도 하고 몇 날을 즐겁게 보내고 군산으로 내려간다. 요즈음은 표를 애매 해 놓지 않으면 큰 낭패를 당한다. 봄이라서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나 보다. 군산을 10분 간격으로 출발하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왔다 갔다 하는지, 사위가 고속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어 3일간의 서울 여정을 마치고 차에 오른다.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는 말을 정호승 시인이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다시 내 자라에서 또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날마다 소중한 날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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