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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pr 09. 2023

시는 봄바람 따라 마실을 나갔다

시 낭송 모임인 '한시예 ' 봄 나들이

토요일 시 낭송 '한시예' 야외 나들이 가는 날이다. 목적지는 임실 붕어섬 출렁다리. 임실은 군산에서 멀지 않은 거리다.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을 한다. 며칠전만 해도 날씨는 따뜻했고 봄 꽃은 그대로 피어있었다. 누군가 꽃을 시샘이라도 했을까. 하룻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나니 꽃은 속절없이 지고 말았다. 여린 벚꽃, 꽃잎은 유난히 바람과 비에 약하다. 


꽃은 거의 다 떨어지고 뼈만 남은 듯 나무는 앙상한 가지 모습이다. 비가 하루 오고 나니 날씨는 겨울로 돌아간 듯 춥다. 이런 날 몸을 보온하지 않으면 감기 들기 딱 맞는 날씨다. 유난히 추위를 잘 타는 나는 겨울 패딩을 꺼내 입고 만나기로 한 아파트 앞까지 와 주신 회장님 차로 이동을 했다.


봄을 안고 떠나는 회원들은 마음이 모두가 들떠 있었다. 더 멋진 봄날을 마중하러 우리는 떠난다. 살짝 춥기는 하지만 더운 날 움직이면 사람이 늘어지는데 조금 쌩한 추위는 움직이는 데는 괜찮다. 차를 타고 달리는 차창 밖 풍경은 봄날이 더 짙어진다.


 새로운 잎들이 피어나고 이맘때만 느끼는 아름다움에 나는 홀린 듯 창밖 풍경에 시선이 머문다. 어쩌면 죽어 있는 듯한 빈가지에 저 토록 아름다운 새순이 돋아나는지 어린순은 색도 예쁘고  새로 올라온 새순은 왜 그리 사랑스러운지, 눈애 보이는 모든 풍경이 아름답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새순이 돋아나는 지금이다. 봄, 자연은 모든 생명의 소리가 들리며 일제히 잠에서 깨어나듯 함성을 지르며 세상밖으로 나오는 것 같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놀라운 생명의 환희를 느낀다 겨울 동안 어두웠던 마음에 새로운 희망이 솟아오르고 산다는 것이 이토록 축복임을 깨닫곤 한다. 


자연은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말없이 겸손하자는 말을 전해 주는 것 같다.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고 자기 몫의 삶을 잘 살아간다.


임실 출렁다리 가는 길에 도립 미술관에 들렸다. 어제는 공교롭게 축제를 하고 있어 사람도 많고 차도 많았다. 우리는 미술관에 들려 그림도 구경하고 아래 마당 텐트에 전시해 놓은 농산물도 사면서 구경을 했다. '웰니스 축제'라고 한다. 의미는 웰빙, 행복, 건강 이란 의미다. 근교에서 귀촌한 농민들이 손수 농사지은  농산물을 가지고 나와 가격이 싸고 품질도 좋았다.  회원들은 필요한 만큼 농산물도 샀다.


 날씨가 추워 그곳 식당에서 우리가 준비해 간 음식과 식당에서 팔고 있는 매운탕을 주문해서 맛있는 식사를 한 다음 임실 출렁다리를 향해 떠난다. 가는 길 양옆 산들은 연두색 나뭇잎이 피어나고 그 속에 드문드문 피어있는 산 벚꽃이 있어 너무 아름답다. 임실이 좀 추웠는지 출렁다리를 가는 길 가로수 벚꽃은 그대로 지지 않고 우리를 반겨 준다. 나는 반가움에 벚꽃이 살아있네. 예쁘다, 예쁘다는 말만 연속했다.


                                 임실 출렁다리 가는 길, 차 안에서 직은 사진이라서 풍경이 아닌 곳도 있네요


임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셔틀버스로 움직인다. 가는 길이 벚꽃 길이라서 기분이 좋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나는 고소 공포증이 좀 있어 살짝 염려가 된다. 출렁 다리가 많이 흔들리면 어쩌나, 그러나 염려는 우려였다. 스테인 리스 매쉬형이란 공법으로 단단히 만들어 놓은 다리는 튼튼하고 흔들림도 많지 않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사람들은 머플러로 모자까지 꽁꽁 싸매고 다리를 건넜다. 마치 아랍사람들이 히잡을 쓴 것처럼 서로 바라보고 웃음을 터트린다.


  바람에 날아가는 모자를 머플러로  묶은 선생님                                      출렁다리                       


출렁다리는 2개로 되어있다. 다리를 건너면 차를 마시는 곳도 있고 꽃들도 예쁘게 피어있고 포토존도 몇 곳을 만들어 놓아 사람들은 사진 찍고 즐기도록 꾸며놓았다. 강을 바라보며 산책하는 코스도 괜찮다.  한시예회원 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살핌을 한다.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환대와 배려다. 그 마음이 함께 할 때 관계는 더 돈독해진다.  


 하늘은 청명하다 못해 푸른 물감을 뿌려 놓은 듯 가을 하늘처럼  높고 맑다.  하늘과 구름이 예쁘다.


 


<임실 붕어섬은 옥정호 1928년 섬진강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거대한 인공 호수이며, 1965년 우리나라 최초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이 완공되면서 그 구역이 더 넓어졌다. 붕어섬도 그때 생긴 섬으로 국사봉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섬의 모양이 붕어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사계절 매력과 지주 피어오르는 물안개 때문에 사진작가와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출렁다리는 요산공원에서 붕어섬까지 이어주는 출렁다리는 총길이 420m 순폭 1.5m이다. 붕어를 형상화한 높이 80m의 주탑과 스테인 레스 매쉬형 난간 그리고 스틸 그레이팅 바닥판은 시원한 바람과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다.> 팸플릿에서


주말이라서 사람도 적당히 있고 한 번쯤 찾아와 여가를 즐길만하다. 주변에는 맛집들도 있고 운암 호수와 연결된 볼거리들이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하루 즐기기에는 좋은 곳이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언제 딸들 가족들이 찾아오면 같이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뒤 돌아 군산으로 향한다. 


멀지 않은 날 한시예 봄나들이는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마감을 했다. 사람은 누구와 함께   삶을 같이 하느냐는 중요한 일이다.  시를 읽고 낭송하고 시와 함께 하는 따뜻한 정이 있는 한시예 회원들이 곁에 있어 내 삶의 한 자락이 외롭지 않게 걸어갈 수 있어 다행이다. 우리는 만나면 시가 주제다 시와 함께하는 사람들.


오늘 하루 시는 봄바람 따라 마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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