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화전을 부칩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나는 축제를 하듯 먹거리를 만든다
봄이 오면 나를 설레게 하는 일, 진달래 화전을 부치는 일을 몇 년째 해오고 있다. 겨울을 보내고 처음으로 찾은 월명공원. 공원의 봄이 절정이다.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면서 마치 꽃들이 축제를 하듯 활기가 넘친다.
매화가 피고 봄꽃인 개나리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어났다. 세상이 온통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 같다. 그토록 아름다운 색을 누가 비슷하게 흉내라도 일수 일을까, 올해는 다른 해 보다 꽃이 보름이상 빨리 피었다고 말한다. 아마도 지구 온화 탓일 것이다.
예전에는 꽃이 피면 때가 되어 피는가 보다고라고 생각하며 당연한 것처럼 무심했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당연 한건 없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나이가 들어가고 글을 쓰면서 세상 모든 사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같게 되면서 내 사유의 뜰이 더 넓어졌다. 나무들은 겨울 동안 추위를 견디면서 수많은 날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미루어 짐작을 해 본다. 나무 역시 누구도 모르는 고독과 고통을 견뎌 내고 서야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나는 그 신비에 놀란다. 어쩌면 꽃색깔은 그리 선명하고 예쁜지 자연의 섭리가 아니면 누구도 도저히 흉내를 낼 수 없는, 오직 신만이 해 낼 수 있는 일이다. 우주의 진리는 참으로 오묘하다. 우리는 날마다 멋진 선물을 받고 살고 있다. 살아갈수록 나는 자연 앞에 아주 미약한 존재임을 깨닫곤 한다.
월명 공원의 개나리 활짝 핀 진달래
나무들은 새로운 싹이 나오고 파릇하고 생기롭다 호숫가에 벚꽃도 피었다
꽃이 피고 나뭇잎이 새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신비를 느낀다. 인간은 한번 가면 끝이지만
자연은 영원불멸의 세게에서 사는 것 같다. 일 년을 살아내고 내년이 오면 다시 새롭게 탄생하듯 꽃이 피고 나뭇잎을 피워낸다. 어쩌면 꽃마다 색깔들이 그리 예쁜지 마치 하얀 도화지에 물감을 뿌려놓은 듯 아름다워 감동을 한다.
산책을 하다가 내가 매년 즐겨보는 진달래꽃 많이 핀 곳을 알고 있다. 남편보고는 잠깐 의자에 앉아 쉬라고 부탁을 하고 나는 얕은 산등성에 올라 사진도 찍고 화전부칠 진달래꽃을 따 가지고 내려왔다. 진달래 화전을 부칠 생각에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와서 진달래를 다듬기 시작한다. 화전을 부치려면 수술을 제거해야 하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매년 집안 행사를 하듯 화전을 부쳐고 봄을 보낸다. 다도를 하고 화전 하는 걸 배우고부터다. 더욱이 나이 들어가면서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날을 보내고 싶다.
다음은 화전 부치는 방법.
다음화전을 부치려면
1. 진달래 꽃을 따다가 꽃술을 재거한다.
2. 찹쌀가루를 준비해서 뜨거운 물로 익 반죽을 한다.
3. 다음에는 새알 팥죽처럼 동글동글 만들어 놓는다.
4. 프라이 팬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둥글게 만들어 놓은 걸 알맞게 펴서 익힌다.
5. 한쪽이 익으면 뒤집고 꽃을 올린다.
6. 다 익은 걸 확인하고 꺼내서 꿀을 바르고 접시에 담는다.
완성된 화전은 녹차와 함께 먹으면 마치 봄이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바구니에 담아놓은 진달래 꽃은 마치 봄을 한가득 집안으로 들어온 듯하다. 남편과 함께 꽃을 다듬고 화전을 부치는 일련의 시간들이 소중하다. 이 작은 평범한 일상이 우리에게는 더 바랄 것 없이 충만한 시간들이다.
삶의 순간이 꽃처럼 피어난다. 추억은 우리에게도 소중한 시간이다. 화전을 부쳐 사진을 찍어 딸들과 공유를 한다. 먹지는 못해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올라간다. 산다는 것은 매번 도돌이표처럼 돌고 돌면서 맞이하는 일상. 꽃은 오래지 않아 쉽게 지고 만다. 그렇다고 꽃을 잊은 적이 없다.
꽃이 질 때는 마치 가까운 벗과 이별을 하는 것 같아 못내 아쉽고 섭섭하지만 그게 자연의 질서라서 순응해야지 어쩔 수 없다. 모든 사물이 이별이 있기에 더 찬란하다. 꽃이 지면 애틋한 그리움을 묻어 놓고 떠나보낸다.
봄과는 아쉬운 이별이 있기에 더 안타깝고 애틋하다. 봄, 이 찬란한 계절이 있기에 더욱 감사하고 행복하다.
우리의 살아가는 일은 담담한 마음으로 삶의 여백을 채울 수 있어 이 또한 감사하고 감사하다. 감사라는 말은 하면 한 만큼 행복해진다. 지금은 조용히 나의 삶을 채색할 수 있는 나이, "나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인생의 어둠과 빛이 녹아들어 내 나이의 빛깔로 떠오르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신달자 시인의 시 나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중에서
봄과는 아쉬운 이별이 있기에 더 안타깝고 애틋하다. 봄, 이 찬란한 계절이 있기에 더욱 감사하고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