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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pr 20. 2023

올해도 어김없이 쑥버무리 떡을 찝니다

매년 봄이 오면 남편의  추억을 소환하는  음식

봄이다. 올해도 나는 어김없이 쑥을 캐다가 쑥버무리 떡을 찐다.

봄이 오고 쑥버무리 떡을 찌는 것은 매년 해야 하는 봄맞이 놀이다. 며칠을 망설였다. 시장에 가서 쑥을 사다가 떡을 쪄야 하나, 쑥은 자꾸 자라는데 어떡하지, 그러나 시장에서 파는 쑥은 어디에서 캤는지 알 수가 없어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포기할 일은 아니다. 쑥버무리 찔 쑥은 너무 자라면 쓴맛이 있다. 


올해도 매년 모이는 천안 친구집을 가게 되었다. 시골 청청 지역인 친구집에서 쑥을 캐다가 떡을 찔 수가 있어 숙제를 해낸 듯  마음이 홀가분하다. 나는 해마다 자연을 마주하며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건 나와의 약속이다. 일 년을 살아가면서 봄이면 필요한 먹거리를 만든다는 것은 즐거운 놀이다.


오랫동안 차 생활을 하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졌다. 차를 마시며 공부했던 날들, 사람 사는 일은 어떤 삶을 살던 그냥 보내지는 세월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계절을 마중하며 즐기는 나름의 방법도 알았다.


봄은 나에게 선물처럼 설레는 계절이다. 수없이 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눈 시린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새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도 숨이 막힐 정도로 예쁘고 아름답다. 봄이란 계절은 온통 아름다운 색깔의 축제다. 인간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날마다 피어 나는 연두 빛 나뭇잎을 보면서 놀랍고 감동을 한다.


진달래가 피면 진달래 화전을 부치고 쑥이 나오면 쑥버무리를 해서 남편과 차를 마신다. 마치 계절을 마중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 사는 일이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산다면 무엇이든 감사하지 않은 일이 없다. 봄온 온 세상이 새로운 먹거리들이 지천이다.


텃밭에 나가면 민들레, 담배나물, 돌나물, 머위 나물천지다. 식탁에 봄을 옮겨 놓은 것 같다. 각종 나물을 캐다가 된장 고추장에 갖은양념을 해서 무치면 그게 바로 봄맛이다. 봄에 나오는 나물들은 입맛을 돋워 주고 비타민이 많아 피로에 지친 몸에 활기를 준다.


차를 마시고 자연 속에서 만족하는 삶을 알게 되었다. 사는 것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해진다.


천안 친구네 집에서 캐논 쑥은 안심을 해도 된다. 나 혼자 캐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캔쑥도 나누어 준다. 일도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이 하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그날 저녁은  쑥국을 끓여 주었는데 너무 맛있다고 다음 날 모두들 쑥을 캐서 집으로 가져갔다. 천안에서 캔 쑥으로 끓인 쑥국은 올봄 제일 맛있게 먹은 쑥국이다.


친구집은 산자락 아래 차도 전혀 다니지 않는 곳이라서 청정지역이다. 그곳에 가면 쑥뿐이 아니라 다른 나물도 캐오고 집에 가져오니 봄이 잔뜩이다. 어제는 바로 쑥을 씻어 쑥버무리 떡을 했다. 내가 유독 봄이 오면 쑥버무리를 하는 이유는 시어머님이 살아계실 때 남편이 좋아해서 꼭 떡을 해 주셨다 한다. 남편은 그 추억을 못 잊는다. 남편에게는 쑥버무리 떡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추억의 떡일 것이다.


쑥 버무리 떡은 남편의 추억을 소환하는 음식이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신 후로 나는 시 어머님이 해 주셨던 쑥버무리 떡을 매년 남편에게 선물처럼 해 드린다. 귀찮다고 생각하면 아무 일도 못한다. 사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 결과는 즐거움이 된다. 쑥은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위장과 간장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고 복통치료에 좋다. 우리나라 건국이야기에  나올 정도로 한국인의 3대 건강식품이다.



집에서 쑥버무리 찌기


1 먼저 맵쌀을 3시간 정도 담가 쌀을 불린다.

2 쌀을 씻어 소크리에 담아 물을 뺀다.

3 방앗간에 가서 빻아 온다.

4  팥도 삶아 놓는다.

5  단호박도 껍질을 벗겨 나박나박 썰어 놓고.

6 씻어 놓은 쑥과 쌀가루. 삶아 놓은 팥도 넣고 호박도 함께 섞어

7 삼베 보자기를 찜솥에 깔아 놓고 찌면 된다.


솥에서 김이 많아 나오고 한참 후 뚜껑을 열고 젓가락을 찔러 가루가 묻어 나오지 않으면 떡이 다 익은 것이다.



나는 팥을 좋아해 너무 많이 넣은 것 같다. 쑥 버무리 떡을 찔 땐 재료가 정해진 것  없다.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넣으면 된다. 나는 내 방식대로 떡을 찐다. 마침 분당 사는 딸이 일이 있어 내려왔기에 바로 옆에 살고 계시는 사돈 댁도 보내고 딸네도 주었다.  시낭송 하는 곳도 가지고 가서 차와 함께 나누어 먹었다. 음식은 함께 나누어 먹어야 맛이 있다.


내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나는 봄이 오면 봄맞이하듯 쑥버무리 떡을 할 것이다. 어머님을 만나듯 그리움이 담긴 떡을 남편에게 선물하고 살려고 한다. 또한 나눔도 하고 정이란 나누어 먹는 음식에 셔 나온다. 나이 든 세대인 나는 옛날 음식에 대한 향수가 있다. 나눔은 행복이다.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부지런을 내면 기쁨을 줄 거라 믿는다.


나는 올봄도 어김없이 쑥버무리 떡을 찌고 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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