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꽃은 지는데

봄날 지는 꽃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단상

by 이숙자

벚꽃이 핀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하룻밤 내린 비에 꽃은 속절없이 떨어져 눈처럼 쌓인다. 동백꽃 또한 지는 모습을 바라보면 더 처연하다. 시들지 않은 그대로 떨어진 꽃모습은 마치 나무에 붙어 있는 꽃과 다름없다. 그렇지만 지는 꽃잎을 어찌하랴! 그저 하염없이 내리는 꽃비를 바라보면서 아린 마음을 달랠 수뿐이 없다.


모든 꽃이 그렇다. 필 때면 예쁘고 마음이 환하지만 지는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괜스레 마음이 아리고 슬프다. 꽃이 지는 모습은 마치 우리네 삶을 닮은 듯 마음이 쓸쓸해 온다.


나이 듦이란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과는 다르다.


떨어진 벚꽃들

아파트 화단에 떨어진 동백꽃


세상만사 모든 진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우주 만물의 조화는 신만이 관장을 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지만 열흘 붉은 꽃이 거의 없이 때가 되면 꽃은 진다. '화무는 심일 홍이요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은 진리다. 꽃이 져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진리를 믿어야 한다.


내일 일도 모르고 사는 우리네 인생, 사람은 영원히 살 것처럼 아귀다툼을 하는데, 살고 보면 다 부질없는 일이고 욕심인데 그걸 모르고 살고 있다. 사실은 몰라야 오늘을 잘 살아낸다. 내일일을 알고 산다면 얼마나 많은 일이 달라질까. 모르는 게 약이란 말도 있다. 산다는 것은 알고도 살고 모르고도 사는 일이다.


인간의 욕망은 소유욕에서 오지 않을까? 가지고 또 가지려 하는 소유욕. 영원히 살 것처럼, 나도 젊어서는 그랬으니까 할 말은 없지만, 80이란 나이 앞에서 생각은 자꾸 바뀐다. 지난해 생각했던 마음과 또 다른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갈 때는 빈 손인데 무얼 그리 애착을 할까, 다 부질없는 소유욕이다.


엊그제 원로 가수 현미 선생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모습에 놀랍고 생각이 많아진다. 정말 내일일을 모르고 산다는 말이 어쩌면 그리 맞는 말인지, 전날 까지도 지인과 식사를 하고 노래까지 불렀다는데, 세상에 이렇게 멀쩡한 사람이 그렇게 쉽사리 생을 마감하리라고는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정말 사람일이란 모르는 일이다.


유난히 목소리도 크고 사람들과 관계도 소홀하지 않고 씩씩하게 우리에게 삶의 에너지를 전해 주시던 원로 가수를 보내고 정말 많이 슬프다. 그러나 그분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최선의 삶을 살다 가셨다. 삶은 모두가 자기의 몫이 있다. 누가 허투루 남의 인생을 논한다는 것은 잘 못된 편견이라 생각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외롭고 고달프다. 몸이 고달프기도 하지만 마음이 더 고달픈 것이다. 사는 게 힘들면 정작 찾아가 위로받을 때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살면서 마음을 내려놓을 곳이 필요하다. 마음을 받아 줄 사람이 없어 더 심각하고 마음을 내려놓을 곳이 있어야 한다.


내가 마음을 내려놓을 곳은 어디일까. 멀리 가서 찾지 말고 가까이 내 마음 안에서 찾아내 끓임 없이 나와 대화하고 나를 위로하고 나를 받아주고 처절하게 고독한 가운데 더 성숙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삼가 세상을 떠나신 현미 가수님의 명복을 빌어드린다. 좋은 곳으로 가소서.


지는 꽃을 보면서 조지훈 시인의 낙화란 시를 읆어 본다.

낙화 조지훈


꽃이 지기로 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뒤에

먼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켜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 하노니


꽃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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