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받아주는 곳

여행하듯 2박 3일 친구집 다녀오기

by 이숙자

매년 4월 두 번째 목요일이면 천안 친구집에서 오래된 인연과 모임을 한다. 만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한참 젊어서 만났던 인연이지만 한 동안 소식을 모른 체 살다가 결혼 후 아이들을 키워 결혼을 시키고 나이 지긋해서 다시 만난 언니 들을 어느덧 팔순을 넘긴 나이들이다. 언제 어떠한 상황이 올지 모르는 나이,


머리는 어느덧 하얀 눈이 내린 듯 백발이고 얼굴에는 살아온 세월만큼 주름이 가득하다. 그런 분들이 일 년이면 두 번 봄, 가을 천안 친구네 시골 전원주택으로 달려온다. 지팡이를 짚은분도 있고, 허리가 조금은 굽은 분도 있고 누가 보아도 보호를 받아야 할 노인들이다.


이분들은 무엇 때문에 그 먼 곳을 찾아 남원, 전주, 군산, 서울에서 까지 찾아오는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후덕한 친구의 배려도 고맙고 만나면 서로를 챙겨 주는 사랑이 있다. 서울도 말이 서울이지 서울 외곽은 지방 못지않은 먼 거리다. 찾아오는 길이 모두가 만만치 않다. 천안에서도 택시를 타고 30분이 넘게 달려와야만 '선운정' 친구네 전원주택이 있다. 이곳에만 찾아오면 마치 고향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람은 나이 들면 자기 마음을 받아주는 공간과 위로가 되어 주는 사람을 찾는다. 아마도 천안 친구집은 그런 의미를 지닌 장소다. 우리는 고향 같은 이곳에 모이면 추억을 공유하며 지난 이야기에 꽃을 피운다. 같이 했던 시간들 추억을 소환하며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또 웃는다. 그럴 때면 지금 나이도 잊고 예전 젊은 청춘으로 돌아간다.


누가 그 시절을 공유하고 공감할까? 같이 했던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세월이다. 이런 때만큼은 우리는 노인이 아니다. 모두가 젊은 날 그 시절을 같이 공유했던 마음 그대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다시 추억을 쌓고 그 기운으로 일 년을 살아내고 다시 모인다. 이곳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다.


'살면서 마음 몸을 이완시켜 주는 장소나 사람, 또는 어떤 순간들을 찾아보라' 그곳이 내 삶의 에너지를 받는 곳이다.'


남편과 자녀들에게도 느끼지 못하는 젊은 날의 추억과 아픔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순간들이다. 나의 살아왔던 아득한 날들. 한 동안 잊혔던 나의 존재를 생각을 하게 된다. 쉼을 하면서 살고 있는 시간들이 멈춘 듯 자연 속에서 나를 바라보게 한다. 마음을 풀어놓고 싶어 진다.


친구네 전원주택 주변 풍경들


요즈음 풍경은 새순이 나와 산은 온통 연둣빛 옷으로 갈아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람은 때때로 혼자만의 여행도 필요하다.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상념에 나를 맡겨 본다. 나는 세상에 태어나 참 많은 일을 했다. 오늘만큼은 누구의 아내, 엄마도 아닌 나를 만난다. 이렇게 열심히 살다가 어느 날 꽃잎이 지듯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 나를 보게 된다.



매년 똑같은 날, 우리는 만나지만 올해는 꽃이 일찍 피고 진 자리에는 온통 푸르름이 가득하고 세상은 활기가 넘친다. 나는 이런 날들이 좋다. 겨울 동안 우울했던 날들의 기분은 어디로 갔는지 나는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은 희망을 품는다. 산다는 것은 꿈과 희망이 우리를 살게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이 얼마 남지 않았어도 좋아하는 일,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을 꼭 품고 살기를 소망한다.


전주 남원에서 도착한 언니들과 나는 거의 같은 시간에 천안 터미널에서 만나 마트에서 장을 보고 택시를 타고 친구집으로 향한데. 매년 오는 곳이지만 친구집은 내 집처럼 친근하다. 나이 든 분들은 정이 많아 찰밥을 해 오시고 김치종류도 만들어 오고 특히 춘양 골 도토리 묵은 맛이 최고다. 먹고 남으면 나누어 가져간다.


미리 와서 머물던 친구들과 만나 반가움에 회포를 풀 시간도 없이 점심 준비를 한다. 그곳에 모이면 나는 엄마 손맛이 좋은 주방장이 된다. 삶아 놓은 방풍나물을 된장 고추장에 무치고 전주에서 준비해 온 찰밥과 동김치, 갓김치 요것 저것을 챙겨 점심을 먹는다. 배고프고 여러 사람이 먹는 밥은 모든 것이 다 맛이 있다. 내 집이 아니지만 여럿이 먹는 밥은 맛도 좋다.

화전을 부치려 찹쌀가루를 준비해 가져갔는데 진달래 꽃이 지고 없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닭장 옆 텃밭에 제비꽃이 귀엽게 피어있다. 그래, 너라도 화전을 부치자. 혼자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가져와 화전을 부치고 차를 마신다. 진달래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맛은 있어 먹는 사람들은 좋아한다.


무슨 일이든지 귀찮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나는 오늘 내 앞에 만난 사람들이 제일 소중하다. 소중한 사람들 위해 최선을 다 한다. 친구와 언니들은 내가 해주는 음식을 다 맛있다고 칭찬을 해 주니 아주 신이 나서 힘든 것도 잊고 열심히 반찬을 만든다. 칭찬에는 고래도 춤춘다는 말이 있다.


진달레 꽃은 지고 제비 꽃으로 화전을 부쳤지만 예쁘지는 않다

이곳은 일을 찾으면 해야 할 일이 많다. 주변 온통 먹거리들이 널려 있다. 바로 앞마당 텃밭에 가서 보니 모든 것이 먹을 수 있는 나물이다. 우리는 집 주변에서 쑥도 캐고 먹을 수 있는 나물도 캔다. 이곳은 차도 다니지 않는 공해가 없는 산자락 밑에 있는 집이다. 머위도 있고 돌나물도 있고 담배 나물도 있고 두릅도 나무에서 따고 봄이라서 먹을 것이 아주 천지다. 나물도 캐는 사람이 있고 다듬는 사람도 있다. 민들레도 아주 커다란 그릇으로 몽땅 캤다.


저녁 먹을 무렵 민들레 김치를 담근다. 민들레 김치는 쌉싸름해서 입맛을 나게도 해 주고 효능도 많은 약 같은 식물이다. 효능에는 위염과 위통에 제일 효과가 높다 한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 한 봉지 나누어 준다. 그곳은 빈손으로 들어갔다가 먹을 식재료를 잔뜩 가지고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저녁은 쑥국과 민들레 겉절이로 저녁을 먹는다. 여자들이라서 그런지 너무 맛있게들 드신다.


친구네 앞마당괴 주변 밭에서 가지고 온 식 재료들


깨끗한 곳에서 캐논 쑥은 남편이 좋아하는 쑥버무리 떡을 해 주어야겠다. 2박 3일 잔치하는 날처럼 친구집 일정을 마치고 군산으로 향했다. 내려오는 우리가 힘든다고 조카님에게 부탁해서 우리를 집까지 태워다 주셨다. 전주에 사신 분이 천안까지 올라 오셔 우리를 태우고 전주, 군산까지 데려다주셨다. 친구 조카님 소장님에게도 감사하다.


먹고 놀고 쉬고 자연 과 놀이 삼아 지낸 2박 3일 일정은 끝났다. 친구집 선운정에서 쉼을 한 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그리움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세상 사는 일에는 헛된 일이란 없다고 했다. 최소한 인생에서 재미있는 일을 찾아 과정을 즐겨야 할 것 같다. 언제나 곁에 친구와 나보다 더 나이 드신 언니들 부디 아프지 말고 내년에 다시 만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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