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이틀 동안 도아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꿈을 꾸는 사람들'이란 분들이 주제 하는 전시회다. 몇 분 작가들이 개인 별로 이야기가 있는 전시회를 여는 일이었다. 전시회라고 하지만 아주 간결하고 소박한 자기가 소장하고 있는 소품이나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보여 주는 일이다. 내가 했던 전시는 다도 하면서 수놓았던 야생화 자수와 다기. 내가 출간한 책과 군산 작가들 책을 전시했다.
간결한 전시지만 그 안에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와 삶의 흔적들이 모여진 세월이었다.
지난가을부터 시작한 전시회는 이번이 두 번째다. 내가 참여한 이유는 오랫동안 인연이 된 뜨개방 선생님의 권유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몇 년 전 나는 뜨개 질를 해서 내 옷은 내가 만들어 입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다. 니트 옷을 좋아하는 나는 한코 한코 정성을 다해 뜨개 한 옷은 만족감이 최고였다. 내 손길이 닿는 뜨개 옷은 오래 입어도 정이 간다.
뜨개란 사실 온 마음을 다해 한 올 한 올 실로 역어 가는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다. 나는 이상하리 만치 쉬고 놀지 못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무언가 도전하고 즐기면서 내 삶의 흔적들을 쌓아 온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도리 켜 보면 나이 들어 할 수 없는 일을 해 왔기에 내가 살아온 지난날에 후회는 없다.
이번 전시회는 <실과 바늘로 그려내는 인생이야기, 행복 기쁨 슬픔을 나누며 공감하고 누구 보다 가슴 뛰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 여성 5인이 뭉쳤다. 한코 한코 열심히 역다 보면 만들어지는 손뜨개 작품처럼 차근차근 열심을 다해 가다 보면 큰 꿈을 이루는 그날이 오리라 믿는다.> 전시회 팸플릿 중에서
갤러리에 전시해 놓은 자수
요즈음 바쁜 일이 많아 행사를 하는 게 조금 부담이 되지만 편하자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되돌아오는 기쁨도 없다. 사실 소품과 전시해야 할 물건을 챙기는 일은 신경 쓰이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일이 쉬운 일만 있으면 무슨 재미가 있었을까, 삶이란 고통뒤에 서서히 피어나는 꽃과 닮은꼴이다.
삶에 도전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숨 가쁘게 흐르는 시간 앞에 나는 삶의 순간들을 기억으로 남긴다. 내가 해 왔던 일들이 결국 내 삶을 쌓아 놓는 족적이 되기 때문이다. 날마다 세월을 바쁘게 달음 치듯 흘러가고 있다.
내가 일을 할 때마다 남편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뒤에서 어려운 부분을 다 해결해 주는 남편은 나를 빛나게 해 주는 큰 힘이 된다. 나 혼자 짐 나르고 해야 하는 일들, 뒤에는 남편이 있다.
나를 보여 주는 일은 사실은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다. 힘들었던 시간 후에 전시해 놓은 소품들을 보면서 혼자서 지내왔던 세월을 되돌아본다.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것이라 믿는다. 생각지도 못한 분이 찾아와 차 마시며 덕담을 나누고 살아왔던 이야기도 꺼내서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사람과 사람사이의 간격을 줄여 주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항상 바빠 만나지 못한 갤러리 주인 선생님과 아침 시작하기 전 마시는 차 한잔도 마음을 포근히 녹여 주는 시간이다. 지난해 가을 전시회 때 만난 인연은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팬이 되었다. 사람이 서로 좋아하는 마음은 정신적인 긴장감을 풀어주는 안정감이 있다.
항상 바빠 만나지 못한 갤러리 주인 선생님과 아침 시작하기 전 마시는 차 한잔도 마음을 포근히 녹여 주는 시간이다. 지난해 가을 전시회 때 만난 인연은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팬이 되었다. 사람이 서로 좋아하는 마음은 정신적인 긴장감을 풀어주는 안정감이 있다.
삶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차 한잔 나누는 시간은 사람과의 관계를 가까이해 주고 정을 나눌 수 있어 이보다 더 반가운 일이 없었다. 시 낭송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어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 귀찮다고 거절했으면 느끼지 못했을 소중한 추억을 남긴다. 사람이 없는 빈 시간 살짝 딸들 카톡 방에 소식을 알렸다. 엄마 하는 일을 일일이 다 알리면 바쁜 딸들이 신경을 쓸까 봐 알리지 않았더니 셋째 딸이 야단이다.
"엄마는 왜 이런 일을 미리 말씀 안 하시는 거예요? 주소 주세요." 왜 그러나 몰라 전시장 주소를 보냈더니 셋째 딸과 사위의 꽃바구니가 도착해서 전시장 분위기를 환하게 만든다. 나이 든 나는 되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일을 하기 싫다. 정말 톡에 아무것도 필요치 않으니 몸만 오시어 차 한잔 하시라는 톡을 남겼지만 그냥 오시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 간단한 간식거리라도 사 들고 오신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특별한 뜨개방, 그곳은 뜨개방이라고 하기보다는 사람 사는 따뜻한 이야기가 넘치는 곳이다. 오랫동안 뜨개를 하고 강의를 해 왔던 선생님은 몸이 아픈 딸이 있다. 나중 훗날 딸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게 위한 숱한 꿈을 꾸어오다가 만난 인연들과 꿈 협동조합이란 이름으로 뭉쳐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돈벌이에 급급하기보다는 서로 어울려 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모두가 순박한 사람들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같이 동참해 주고 마음을 나누는 일에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요즈음처럼 남 사는 일에 무관심과 사랑 나눔도 멀리 하고 사는 세상에 따뜻한 마음으로 뭉쳐 이웃에 선한 영향을 주고 살려는 꿈 협동조합 활동을 하시는 선생님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힘들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그래도 혼자만 사는 세상이란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 싶다.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람이 으뜸이다. 우리가 열심히 삶을 살아내는 것도 결국은 사람과의 관계를 잘하기 위함도 있을 거다. 마음을 나누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