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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ul 07. 2023

며칠째, 퇴고를 하고서

시 창작금 받아 책 출간 합니다

며칠을 퇴고했다. 눈이 아주 아른 아른 글씨가 춤을 추는 것 같다. 정말 이 나이에 이게 할 일인가? 이번이 네 번째 책 출간인데 다른 때 보다 이번에는 더 힘든다. 여름이라 더워서 그럴까, 그렇다고 누가 시킨 일도 아닐진대, 저 좋아하는 일이라서 누구한테 원정도 못한다. 마치  출판사 편집자처럼  컴퓨터 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시간은 잘도 가고 밥시간은 빨리도 온다.  나 하고 싶은 일 한다고 남편 밥을 소홀이 할 수는 없다.


7월, 이달 안에 책을 출간하려는 계획이다. 책에 실리는  글은 브런치에 발행한 글이 태반이지만 다시 손을 보려니 고칠 부분이 많다. 유명한 가 헤밍웨이  대 작가도 초고는 걸레라 했다.  내가 써놓은 글이지만 맘에 안 든다. 정말 퇴고를 하면서 손 놓아 버리고 싶으면 거실에 나가 한 동안 어슬렁 거리다  또 작업을 한다.   


써놓은 글이니까 하고서 짐짓 늦장을 부리다가 7월이 오고서  마음이 바쁘다. 이유는 7월 말경이면 내 생일이 돌아온다. 무려 팔순, 와아! 내가 놀란다. 예전 같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인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젊은 사람처럼 바쁘고 신나게 살고 있다. 딸들은 가족들끼리 식사를 하면서 책 출 간 기념회를 해 주고 싶다고 한다.


올봄, 군산시에서 예술인 창작기금을 받았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지난해는 탈락되고 올해는 지원금을 받게 되어  책을 내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하면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창작기금 받은 돈은 책을 출간하는 데  사용해야  다. 난 단돈 천원도 마음대로  수 없는 돈, 책 출간 하는데  지출한 영수증을 제시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공금이니까.


써 놓은 글이지만 막상 다시 보니 문장력도, 어휘력도 마음에 들지 않아 글을 지우고 싶어 진다.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도  마음이  흡족하지 않아  놓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작가님들 고뇌를 알 것 같다. 책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은 산고를 격듯 힘이 뜸을 알게 된다.


어제 퇴고를 마치고  막내딸에게 오타만 보아 달라고 메일을 보내고 나니  숙제를 끝낸 듯 마음이 홀가분했다.


창작 지원금을 받아 출간하는 책은 판매할 수 없다. 글이 수려하지 않으니 사진과 그림으로 모자람을 채우려 다.  내가  시니어 다니며 그린 꽃 그림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아침나절 산책을 다녀 온후 글 선생님인 작가님에게 오늘 글 퇴고한 이야기를 보고했다. 순서만 보내보라는 말에  카톡으로 보냈더니 작가님은 순서를 좀 바꾸라는 조언을 듣고 다시 순서를 바꾸는 일도 만만치 않다. 나는 아직 초보딱지를 떼지 못한 사람이다. 글도 컴퓨터도,


점심 먹고 곧 끝나겠지 하고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하는데 갑자기 컴퓨터 글이 보이지 않고 커서도 움직이지 않고 정말 가슴이 철렁한다. 이 글 다 날라 갔으면 어떡하나, 이리저리 커서를 움직여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계속 뛰는 가슴이 진정이 안된다. 어쩔 수 없이 컴퓨터 잘하는 손자에게 전화를 하니 전화도 안 받는다.


어떻게 하지, 퇴고하던 앱은 아래도 내려놓고 브런치에 들어가 커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해 보니 움직인다. 원래 바탕 화면에 저장해 놓은 글을 클릭해 보니 짜잔!   나타난다. 이게 웬일, 그래도 떨렸던 마음이 진정이 안된다. 정말 노인 두 사람만 사는 집에는 누구에게 조언을 구 할 사람도 없다. 이런 때는 컴퓨터를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다. 내가 하는 것만 알고 있으니 때로는 답답하다.


에라 모르겠다. 글 퇴고 하다가 내가 병나겠다 싶어 막내딸에게 메일로 보냈다. 손이 떨려 더는 못하겠다. 딸 힘들지 않게 하려고 오타만 보아 달라고 하려 했는데 좀 더 손을 보아야 할 듯하다. 힘들었던 만큼 책이 나오면 잊히질 않을 것 같다.


내 나이 80이지만 여전히 많은 것이 가능하다. 앞으로 더 더, 나아지겠지, 하면서 나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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