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이란?

생일날 가 족과 식사하기

by 이숙자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시 한 부분이다. 가족은 생각만 해도 언제나 가슴 아리고 그리움의 대상이다. 삶은 가족을 중심에 놓고 살아가기에, 그래서 더 소중한 존재가 아닌지.


내 나이 어느덧 80, 딸들이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호텔 룸을 예약해 놓았다고 한다. 사위와 딸은 예약시간에 늦지 않으려 부산스럽다. 오늘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아마도 딸들은 수 없이 의논하고 생각을 맞추었을 것이다. 말은 없지만 나는 그 수고로움을 알고 있다. 아직은 덜 바쁜 막내딸이 많이 수고를 했을 것이다.


가족이 모이는 곳은 신사동 어느 호텔 룸을 예약해 놓았다고 한다. 용산에서 출발한 우리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룸에 들어서는 순간 팸플릿을 보고 멈칫해진다. 막내딸이 들고 온 생일 케이크도 특별하다. 아침 꽃 시장에서 공급해 케이크 위에 올려놓았다는 미색 호접란 꽃이 케이크의 품격을 더 해 주는 듯 멋지다. 단아하고 아름다웠다. 지금껏 내가 본 케이크 중에 으뜸이다. 특히 금색 80이란 숫자가 내 머리에 각인될 정도로 멋있다.



거리가 조금 먼 분당에 사는 세쨋딸네 가족까지 다 모였다. 방학 중인 손자들 까지도, 아주 먼 곳 뉴욕에 사는 큰딸과 사위 손자 손녀까지 화상 통화로 축하를 받았다. 가슴이 뭉클해 온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고맙고 감사한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가족들은 내가 지금 가지 살아온 삶의 흔적이다.


특별한 사람은 없어도 딸들은 잘 자라서 짝을 만나 결혼을 했고 손자 손녀까지 우리 가족은 열다섯이 되었다. 이만 하면 만족한 삶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존중하고 살고 있는 일이다. 사람과의 관계 기본은 마음가짐이다. 마음은 우리 삶의 소 우주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마음 안에 있기 때문이다.


팔순이란 산수라고도 한다. 예전 생각을 면 참으로 어마 어마한 나이다. 내가 이토록 나이를 먹다니 놀랍고 두려운 날이 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두려운 것이 몸에 병이 찾아오는 일과 죽음이다. 그러나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일이다. 생의 질서를 알고 담담히 받아들인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고 때가 되면 죽는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중국의 진시황도 오래 살기를 원해 서복에게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49세란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다. 애초에 불로초란 없었던 건 아닌지. 오래 산다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일로 주변 사람에게 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누구나 소망하는 꿈이기도 하다.



언제나 분위기를 살리는 막내 사위는 비싼 와인이라고 말을 하면서 잔에 따라 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 건배사는 당연히 남편 몫이다. 남편은 한마디 하시고 목이 메이 신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우리 가족이 모여 당신 마누라 80회 생일맞이를 한다는 것이 감회가 새로우신가 보다. 유난히 가족 사랑이 깊으신 남편. 가족이 삶의 전부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손자들 용돈 챙기는 것도 잊지 않으신다.


아직은 초등학생인 막내 손자가 손 편지 카드와 립스틱 선물을 건네준다. 그걸 읽으며

어린 손자의 따뜻한 마음에 전해져서 가슴이 뭉클해 온다. 손자가 사랑스럽고 고맙다.


그중에서 제일 어린 손자의 손 편지 카드와 선물이다


용산 둘쨋 딸네 집에서 사위들과 딸들의 다담


호텔에 머무는 시간은 3시간으로 정해져 있었다. 다시 용산 둘째네 집으로 모여 딸들과 사위들은 차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고 든든하다. 인연 중에는 가족이란 복된 인연이 으뜸이다. 삶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가족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그들, 더 바랄 것 없이 고맙고 애틋하다.


바람개비가 바람이 없으면 돌지 않듯 우리는 서로에게 바람의 존재로 살아갈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염원해 본다. 오늘 이 순간 가족들의 사랑을 가슴 가득 담고 나머지 내 삶도 외롭지 않고 씩씩하게 잘 살아갈 것이다.


나는 80이란 나이에 주눅 들지 않으련다. 나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인생의 어둠과 빛이 녹아들어 내 나이의 빛깔로 떠 오르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신달자 나는 내 나이를 사랑한다 시중에서.
나에게 최면을 걸어본다. 나는 나로서 나답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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