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삼복더위, 낮 기온은 38도를 오르내린다. 이 무더운 여름날 시낭송 회원 20명은 버스에 올랐다. 신안에 있는 증도를 여행하기 위해서다. 사람마다 원하는 여행의 목적은 다양하겠지만 나는 올여름 바닷가에서 노을과 일출은 보려는 꿈이 야무지다. 버스 안은 시원하고 신안 증도에 있는 엘도라도 리조트로 향하고 있다.
여행이란 언제나 가기 전 설레는 마음이 제일 기분을 업 시킨다. 설렘은 나이와 무관하다. 낯선 공간에서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도 의미 있고 좋은 사람과 마음을 꺼내여 내 묵은 삶을 나누는 것도 순수하고 좋다. 우리들 여행은 얼마 전 계획된 일이라서 아무리 날이 더워도 변경할 수 없다. 이렇게 더운 날, 그렇지만 누구 하나 불편사항을 말하는 사람도 없다.
그것도 먹을 음식을 잔뜩 준비해 가지고서, 요즈음 같은 세상에 정말 놀랄 일이다. 준비 과정은 힘들지만 나누는 기쁨은 배가 된다. 이처럼 더운 여름날 음식 준비라니, 모두가 중년이 넘는 나이들 이 지만 가슴 안에 끓는 열정은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마음 안에 시심을 담고 사는 사람들이라서 그럴까? 모두가 바쁜 일상 가운데 자기 삶을 역어 가는 멋진 사람임을 다시 느꼈다.
어쩌면 이런 힘겨운 일은 사랑과 배려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언제나 마음 넉넉하고 회원들은 아끼는 회장님의 배려다. 가장 부드럽고 가장 친절한 분이지만 마음 안에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멘틀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분, 지도자는 애초에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숱한 나날 수행하고 축척된 삶의 내공이 쌓인 인격의 결정체다.
밥도 몇 솥을 했고 더운 날 반찬도 많이도 준비하셨다. 다른 분들은 보리밥에 열무김치, 배추 겉절이, 나는 언제나 정해 놓은 듯 묵은 김치찜을 한다. 나이 들면 누구나 좋아하는 묵은지 찜은 만드는 게 특별하지 않지만 김치 찜은 우리 입맛에 딱 맞는다. 모두가 좋아하는 묵은지 김치찜, 이건 워 정말 특허라도 내야 할지, 언제부터 나는 사람이 모여 밥을 먹는 곳이면 김치찜을 해 나르고 좋아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즐기며 뿌듯하다.
알이 튼실한 옥수수를 쪄온 분, 통닭도 빠지지 않는 간식이다. 과자 간식까지 사람이 움직이면 먹어야 할 것이 많다. 예쁜 체리도 밥 먹은 후 우리 입안을 달달하고 상큼하게 해 준다. 저녁은 맛있는 된장찌개 준비를 해 오셔 우리는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자기가 맡은 일은 솔선 수범해서 일처리를 하는 분들, 모임의 꽃은 총무님이다.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또 한 번 놀랐다. 몸이 좋지 않은데도 일 처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처리하는 능력에 놀라고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는 모습에 놀랐다. 여행을 주관한 회장님과 총무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거기에 후원해 주시는 선생님들까지, 참 넉넉한 분들이다. 누구 하나 싫다고 아니라고 말하는 법이 없는 사람들, 아침이면 먹을 누룽지까지 만들어 온 분, 한결 같이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서로에게 빛이 되는 는 사람들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가 할 만큼의 일을 해내는 분들의 질서 있는 모습에 또 한 번 놀라움의 연속이다.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를 지니고 있다.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거라 말한다. 좋은 인연과의 만남이 내 노년이 삶이 풍요롭고 근사하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힘들다 생각하면 어찌해 내겠는가. 마음 안에 사랑이 있고 배려가 있고 내가 살아있음을 축복하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살아있어 삶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찰나 같은 인생에서 오늘이 소중한 이유가 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그 자체가 축복이 아닌지,
미니 타월에 꽃무늬 천을 덧대고 미싱 바느질 한 박 선생님
어떤 회원분은 더울 때 땀 닦으라고 미니 타월을 사서 가장자리에 예쁜 천을 덧대 미싱에 박아와서 색다른 명품이 되는 수건도 나누어 주신다. 모두의 정성에 우리는 감탄을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이 모여 함께 하는 시간은 즐겁고 행복하다. 이 삼복더위가 무슨 문제가 있으리오. 모든 일은 마음의 문제일 것이다.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며 진 녹색의 푸르름도 눈이 즐겁다. 도착을 한 뒤 각자의 시간을 즐긴다. 바닷가를 걷는 사람 바닷물에 몸을 적시는 분들. 리조트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 더위를 피해서 쉬고 계시는 분들, 본인들의 시간을 즐긴다. 나는 바닷물에 들어가도 것도 이제는 망설이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걷다가 방으로 들어왔다. 땀이 얼마나 나는지, 움직이면 땀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날이면 축제처럼 즐기는 일도 삶의 기술이 아닐지, 서로의 눈빛만 마주해도 기분이 좋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 만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오늘은 노을을 볼 것이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밤시간이다. 밤이 주는 묘한 매력에 동화되어 마음의 소리와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사람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해 준다.
증도 섬의 일몰
마스크 팩을 준비해 주신 강 선생님의 센스
항상 멋진 시를 많이 쓰시고 극 대본도 잘 쓰시는 연출가 선생님 제안에 따라 나이순 서열 나누기가 시작되고 몰랐던 나이를 알게 되면서 웃음보따리가 터진다. 자기가 이 모임에서 몇 번인가를 확실히 알게 됐다. 다른 때는 말이 없던 선생님의 유모를 알게 되는 것도 즐거웠다. 멋쟁이 리원 선생님이 준비해 온 마스크 팩을 모두 붙이고 그 모습은 또 얼마나 재미나는지 모두가 깔깔대며 웃는다.
그러는 동안 회장님의 주제 질문이 있었다. "여러분은 지금 남은 생의 길이가 30일 후에 생을 마감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주제가 무겁기는 하지만 누구라도 한 번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나이 순데로 앉아서 모두가 자기의 생각을 꺼내여 말문을 연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시 낭송을 하면서도 몰랐던 회원들 한분 한분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면서 눈물짓기도 하고 하면서 밤은 깊어 간다.
나에게 나머지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가 묻는다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나머지 시간들도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나로서 나답게 내게 주어진 만큼만 누리며 자족하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