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하루, 긴 날이었다

광복절 날 있었던 일

by 이숙자

살면서 어쩌다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는 날이 있다. 어제는 내게 그런 날이었다. 광복절 78주년 경축식과 또 다른 행사까지 광복절 행사를 두 번을 참석하게 되었다. 처음일은 시낭송 회장님이 참여하는 봉사단체 이름으로 시청에서 광복절 행사장에서 봉사하기다. 다른 곳 행사는 예술의 전당에서였다.


나는 어느 날부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봉사하는 일은 손을 놓은 지 오래다. 봉사한다는 말을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일 같아 참여했다. 시 낭송 회원들은 이른 시간 시청으로 모였다. 우리는 행사장 문 앞에 만나 봉사단체 조끼로 갈아입고 나이 드신 어른들 자리 안내와 태극기 나누어 주는 일이다. 행사 후 태극기 정리 하는 일, 작은 일이지만 봉사라는 역할은 나눔이라서 좋다.



요즈음은 누구라도 다 바쁘게 살아간다. 남을 위한 시간을 내어 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시 낭송 모임은 시가 좋아서 모이는 취미 활동이지만 공익성이 있는 곳에도 마음을 모은다. 나 좋다고 나를 위한 시간만 보내고 산다면 주변이 삭막할 것이다. 나눔이란 작은 것부터 시작이다.


이 모임은 무슨 일이든지 회장님이 의견만 내면 한마음으로 뭉쳐 뜻을 같이 한다는 일이 참 대단해 보인다. 어떤 일도 해 낼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가지신 분들,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자부심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라는 화두는 언제나 마음 안에 담고 묻는다.


회원들은 누구라도 한마디 이의가 없다. 워낙 일처리를 잘하시는 분이 앞에서 리더역을 잘하시기도 하지만 마음을 하나로 뭉치는 자세도 중요하다. 삶은 나눔을 할 때 행복하다. 혼자만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가정도 어떤 단체도 나라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사람이 모일 때 힘이 되고 그 힘이 모든 일을 이루어 낸다. 사람과의 관계가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 함은 우리 인간의 소명이다.


언제나 TV에서만 보아왔던 광복절 경축식, 오늘은 현장에서 느끼는 기분이 남다르다. 선열들에 대한 묵념과 애국가 제창은 언제 해본일인가. 기억이 까마득하다. 광복 78주년 빨리도 지나갔다. 일제 36년 암흑의 시대를 우리 조상들은 그 어려운 시절을 어찌 살아 내 섰을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희생하셨을까? 생각만 하여도 눈물겨운 일이다.


생각할수록 그분들에 대한 존경심에 머리가 숙여진다. 오늘 하루 만이라도 마음을 모아 그분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 사람이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지금 내가 서 있고 이토록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일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다시금 돌아보고 거듭 정신 무장을 해야 하지 않을까 감히 혼자서 생각을 해 보는 날이다.


행사가 끝나고 바쁜 사람들 모이기 힘들다는 생각에 우리는 장항 솔밭 맥문동 꽃 보러 달려갔다.


장항 솔밭 맥문동 꽃

해당화 시 낭송 회원들


아직은 다 피지 않아 황홀하다는 표현을 나오지 않지만 그런대로 구경할 만하다. 우리가 사는 사계절의 가장 아름 다운 모습을 느끼며 보고 즐기는 것은 그 시기에 맞추어 부지런을 내야 하는 일이다. 자칫 하면 금방 시기를 놓치고 만다. 계절을 놓치지 않고 즐기고 사는 것도 정신이 깨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정보가 빠르다. 회원 한 분의 추천으로 코다리 맛집으로 점심을 먹으려 갔지만 사람이 엄청 많아 순서를 표를 뽑고 기다림 뒤에 먹어야 했다. 사람이 모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맛있었다. 마치 오늘은 하룻길 여행 같다. 바닷가 가까운 곳은 해당화가 있다. 해당화를 보며 사진 한컷도 놓치지 않고 찍는다.


소녀 같은 감성으로 해당화를 바라보는 회장님


점심 후 회원 중에 한 분이 예술의 전당에서 행사를 한다기에 모두 그쪽으로 이동을 했다. 충청도와 전라도를 가로질러 종횡 부진이다. 그곳에서는 우리 독립 온동사에 기리 빛나는 순국선열 <안중근, 김구, 유관순, 윤봉길, 안창호, 홍범도의 제사를 지내고 혼을 기리며 축하 공연을 하는 자리였다.


시 낭송 회원의 원도문을 낭송하는 모습

예술의 전당 사물 놀이 공연


혼자서 공연을 보면 재미없을 텐데 회원들 모두가 같이 느끼고 즐기고 오늘은 하루에 많은 일을 해낸 것처럼 긴 하루였다. 언제나 만나면 유쾌한 사람들, 어느 순간 나도 나이를 잊고 만다. 나중에 생각하면 조금은 민망하지만 어쩌랴 마음 안에 즐거움을 감추고 만 살면 무슨 재미가 있으랴. 우리는 해당화 꽃을 보고 난 뒤에는 ' 이미자의 섬마을' 노래도 차속에서 부르고 모두가 똑같은 10대 소녀로 돌아간다.


산다는 것은 예술이다. 가끔이면 나를 숨 쉬게 하는 것과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우리 삶이 윤택해진다는 걸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 모든 것은 마음 안에 다 있다. 광복절 하루를 꽉 채우고 지나갔다. 몸은 비록 피곤하지만 마음이 즐거우면 값진 하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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