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가 하이드가 되는 심리과정
욱하는 감정 처리를 하는 이면에는 복잡한 사람의 심리가 있다. 그중에 하나는 상황을 통제하려는 정신 통제이다. 정신을 통제한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면, 주의를 집중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심리이다. 조직에서 리더 역할을 맡는 사람, 성과 지향적인 사람, 완벽주의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의 내면에는 통제의 심리가 있다. 이러한 심리가 병리적으로 나타난다면, 강박적인 사고가 된다.
통제 심리가 강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목표가 분명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생생한 심상이 있다. 인지적으로 뿐만 아니라 감각적으로 원하는 결과에 대한 모습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람은 현재 자신의 모습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의 모습을 비교하게 된다. 다시 말해 두 가지 마음의 상태로서 원하는 상태와 현재 상태를 갖고 있다. 두 상태가 서로 일치하지 않고 격차가 생기면, 불편하고 긴장하게 된다. 통제 심리가 작동한다는 것은 바로 두 심리 상태의 격차를 그냥 못 봐주겠다는 것이다. 그 격차를 해소하려는 마음이 강렬한 것이다. 현재로부터 원하는 상태로 나아가겠다는 열망을 갖는다. 앞으로 전진하여 격차를 해소하려는 심리는 바로 변화의 심리이다.
이러한 변화의 심리에 개인차가 있다. 심리학자인 로터는 통제의 소재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창안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보상을 기대할 때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있다고 본다. 통제력이 자기 내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적 통제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성공과 실패를 자기의 노력에 따른 결과라고 믿는다. 이와는 달리 성공과 실패는 운이나 다른 사람의 의지, 상황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통제력이 외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통제력이 자기 내면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일이나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자인 웨그너는 역설적인 통제의 심리를 이론화했다. 그는 통제에 두 가지 심리가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 심리는 개인차가 아니라, 사람들이 갖는 보편적인 것이다. 하나는 의도한 통제 상태로 가는 심리와 일치하는 생각과 느낌을 찾는 운영 과정과 제대로 그 의도한 통제 상태로 가는 과정을 알려주는 생각과 느낌을 찾는 점검 과정이다. 사람들은 운영 과정을 통해 원하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활동을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두 마음이 작동하고 있다. 운영 과정이 변화의 심리라면, 점검 과정은 평가의 심리이다.
팀장 코칭에서 결과 지향적인 역량이 탁월한 한 팀장을 만났다. 그는 계획한 일을 열심히 하다가, 일의 마감 기한이 다가오고 잘 안 될 것 같다고 감지되면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춘다. 주어진 상황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행동과 반대되는 행동을 보인다. 웨그너의 정신 통제 이론으로 설명하면, 운영과정에 대한 집중을 멈추고 점검 과정의 내용을 의식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예를 들면, 팀 회의에서 토론이 잘 되고 있다고 팀원들은 생각했지만, 팀장이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합시다.”라고 갑자기 회의를 중단시킨다. 팀장이 원하는 회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하거나, 바람직한 팀 회의 모습에 대한 심상으로 기억에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차이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팀장은 어떻게 하든 팀 회의를 중단시키지 않고 진행해서 일을 기한 내에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기대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느껴지자 억압했던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좀 더 팀장의 내면으로 들어가 보자. 팀장은 회의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만들려고 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려면 팀원들이 회의에 참여하는 바람직한 모습이 마음속에 있다. 회의에 집중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 기존의 팀 활동을 살피면서 생산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모습 등과 같은 바람직한 모습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회의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어 보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 차이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팀장은 운영에 관심 두기보다 점검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속마음을 좀 격하게 표현하면: '어? 이 놈들 봐라'). 이때 점검 과정은 떠도는 마음을 일으키고, 떠도는 마음에 따른 행동을 하게 된다. 팀장도 회의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 주의를 집중하느라 억압했던 기억이 떠도는 마음과 연결되며 의식으로 올라온다. 드디어 통제 심리가 강한 팀장은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심리 상태에 도달한다. 이어서 팀장은 상황에 맞지 않는 엉뚱한 행동을 한다. 이런 경우 주위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한 행동에 의아해하게 된다. 소위 말해 폭발한 것이다. 욱하며 감정을 격하게 드러내거나 갑자기 '오늘 회의를 여기까지 합시다.'라고 돌발적인 선언을 하는 것이다. 팀장의 속마음에는 이상과 같은 이중적인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독자가 팀장 또는 팀원이라면,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