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마음에 답이 있다
담당 의사는 중요한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다
담당 의사는 뭔가 걱정하고 있다
"혼자 오셨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는 나에게 질문을 하면서,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봤다. 그리고 지난주에 촬영한 CT 사진과 세침을 통한 조직 검사의 결과를 보는 듯했다. 모니터에는 많은 사진이 있었으나, 그는 내가 보는 것을 막으려는 듯 빠르게 화면을 바꾸더니 의미 없는 사진 하나를 화면에 띄웠다. 환부를 나타내는 사진이었다. 내용도 없는 흑백으로 묘사된 환부일 뿐이다. 그는 왜 많은 의미 있을 사진을 빼고 저 텅 빈 사진을 보여 줄까? 그는 혼자 온 나를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진단 의견을 적은 것 같다. 모두 영어였다. 호기심을 갖고 읽어 보려고 했지만, 글씨가 너무 작았다. 핵심 단어라도 찾아보자.
"혹인 줄 알았는 데 혹이 아니네요. 지금 결과로는 종양내과 외래 진료를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그쪽으로 연결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는 서둘러 나를 보내려 했다. 나는 뭔가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고 직감했다. 나는 혼자였고, 병명을 알았을 때 혼자 감당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먼저 의자에서 일어나는 의사에게 나도 일어나며 차분히 물었다.
"수술이 필요한 것인가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나는 병명보다 수술의 필요성이 있는지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나는 모든 궁금증을 해소한 사람처럼 의사와 간호사에게 인사를 하고 원무과로 갔다. 때마침 짝과 카톡을 하면서 보험 회사에 제출할 서류를 물어봤다. 기존에 알고 있던 서류 이외에 '진단서'가 필요했다. 나는 다시 담당 의사 상담실에서 사무를 보는 간호사에게 진단서 발급을 요청했다. 그리고 원무과에서 진단서 서류를 떼면서 최종 진단이 '상세 불명 소포성 림프종'인 것을 알았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담당 의사가 상담과정에서 병명을 말해 준 것이 생각났다. 제정신이 아니다. 정신을 잘 차리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몸이 긴장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했지만, 사실과는 달랐다. 그래도 나는 짝을 이곳에 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생각보다 긴장하고 있다
나로서는 처음 들어 보는 병명이었다. 처음 병원을 오다 보니, 세간에 떠도는 병 이외에 다른 병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병원을 나서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무슨 병인지를 찾아보았다. 대충 윤곽이 그려졌다. 림프종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증상도 없고 진행도 느린 조용한 '지연성 림프종'이다. 설명이 문학적이다. 다른 하나는 열도 나고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덩어리가 커져가는 공격성 림프종이다. 그동안 관찰한 내용을 볼 때, 분명히 지연성 림프종이다. 택시를 타고 집에 오면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일 심각했다면, 벌써 병원을 찾아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 불안은 일파만파로 커졌을 것이다. 다행이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함과 걱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사실 2차 면담을 하기 이틀 전에 갑자기 배탈이 났다. 책 출간을 위한 원고를 작성하던 중이었다. 특별히 음식을 잘못 먹은 것도 아니다. 생각해 보니 위가 무척이나 긴장했나 보다. 다행히 약을 먹고 속이 풀렸다. 책 원고를 쓰다가도 순간순간 마음이 떠돌았다. 사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내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학교 때와 박사 과정 때 은사, 두 분 모두 암으로 영면하셨다. 내 삶에서 큰 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이다. 생각이 맴돌다 보니 대학교 동창도 암으로 먼저 떠났고, 선배도 그리되셨다. 모두 열심히 사셨던 분들인데 뭐가 그리 바빠서 떠나셨는지 아쉽기 그지없다. 문득 그분들과의 좋은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한동안 지난 일들을 떠올리고 반추하며, 떠도는 마음에 푹 빠졌다. 지난 추억이 연속극을 보듯이 선명한 것은 그분들과 나눈 깊은 정이 만들어 내는 내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는 비교적 내 몸을 잘 알고 있으며 건강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보통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주말이면 3~4시간을 산책했다.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휴식을 하고 싶으면 자주 찾는 카페에서 커피와 다과를 즐겼다. 내 몸에 이상 징후가 생긴 것은 아마 연속해서 3권의 책을 집필하느라 몸의 변화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나는 책에 대한 욕심이 많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커진다. 나는 삶의 가치를 찾고 목적도 분명히 세웠다. 전문코치로 활동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읽고,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도 정의했다. 그런데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가 있었다.
내 '삶의 목적'은 이것이다.
마음의 선언이라면, 몸의 선언도 필요하다!
나는 언제 가장 즐겁고 나다움을 느끼는지를 관찰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대화 공간을 만들고 생각을 나누면서 교학상장하는 때였다. 이러한 나의 모습을 '생각 파트너'로 표현했고 별칭으로 정했다. 2019년 8월에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완료했다. 내 삶의 목적은 생각 나눔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나는 일상 의식으로 거의 매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떠오르는 의미 있는 생각을 '아침 단상'으로 정리하여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적었다.
이번 병 치례는 비록 내가 내 정신을 잘 통제하고 관리했지만, 그만큼 몸에 대한 관리를 하지 못한 결과이다. 내 몸이 건강한 토양을 갖고 있을 때 내가 원하는 씨를 뿌릴 수 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이 마무리 짓고 싶은 부분을 끝내느라, 지친 몸을 끝까지 끌로 간 것이 분명했다. 지침 몸에게 '이것만 끝내고 쉬자'라고 자주 말했다. 지금 건강 상태가 이 정도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내 몸이 한 번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몸의 경고를 받아들인다. 몸이 나에게 허락한 이번 기회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마음과 몸은 나를 있게 하는 서로 다른 존재이며, 서로 다른 기능을 맡고 있다. 이 둘은 주종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균형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 협력하는 의존적 관계에 있다.
환부는 몸이 견뎌낸 치열함의 흔적이다
마음은 그 아픔을 공감하고 완치를 선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