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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파트너 이석재 Sep 09. 2020

마음이 떠도는 곳에 답이 있다

떠도는 마음에 답이 있다

마음이 떠돌 때, 창의성이 발휘된다


밤새 선잠을 잤다. 치과 검진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다. 의식이 깨어있으면, 마음이 떠돌기 시작했다. 검진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을 때 이어서 벌어질 일들에 대한 걱정들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설령 치과에서 충치를 발치해야 한다고 해도 나는 다른 의견을 내려고 했다. 지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핑계로 방사선 치료가 종료된 이후에 하고 싶다. 오랫동안 동네 치과에서 정기 검진을 받으면서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하고 충치를 치료했다. 비록 지난 4~5년 치과 치료를 받지 못했지만,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충치가 있다면, 의사는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발치를 더 권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발치를 피하고 싶은 내 마음이 많이 흔들릴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별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불안은 점점 커져갔다. 밤 3시 30분경에 눈을 뜬 이후 떠도는 마음을 따라 생각이 유영했다.


  새벽 4시 40분경에 나는 거실로 나가서 컴퓨터를 켰다. 구상하고 있는 수필집에 대한 콘셉트를 생각했다. 마음이 떠돌았다. 그러던 중에 그동안 쓴 글과 앞으로 쓸 글의 기초가 되는 한 개념이 떠올랐다. 그 개념으로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여러 개념들을 통합적으로 엮어서 표현할 수 있다. 수필집의 콘셉트이다.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열고 개념도를 그렸다. 그리고 수필집의 제목을 정했다. 글의 전체 구성은 개념도를 글로 전개하면 된다. 이제 천천히 즐기면서 그 구성을 수필로 채워야겠다. 이제 할 일은 콘셉트의 세부 내용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꼭 쓰고 싶은 수필집인데, 생각의 틀을 잡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을 향해 떠났다


  치과에 가는 오늘 일정에 대해 사실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방사선 치료가 치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라 필요한 검진이다. 그러나 만일 충치라도 있는 경우에는 발치를 하는 문제에 봉착한다.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좋겠다. 병원 근처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병원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천천히 걸으면 20분이 소요된다.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기에는 최적이다. 친구가 삼천사 계곡 물소리를 영상에 담아서 카톡으로 보내왔다. 시원한 물줄기 소리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민감해진 감성도 가라앉고 깊은 호흡을 할 수 있어 좋다.


  병원에 도착하니 30분의 여유가 있다. 1층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실까도 생각했다. 일찍 온 김에 서둘러 접수를 했다. 간호사들이 모두 친절하다. 어느 때는 지나치게 친절한 인사와 어휘를 사용해서 오히려 불편할 때도 있다. 병원 간에 경쟁이 치열하고, 어느 때부터 인지, 고객에 대한 과잉 친절이 표준화되었다. 형식화된 인사말, 상황에 맞지 않는 웃는 얼굴, 고객에게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조심성 있는 몸짓 등, 이제는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이름을 부른다. 먼저 구강 전체에 대한 방사선 촬영을 했다. 치아 상태와 치근을 모두 확인하기 위한 촬영 같다. 촬영을 마치고 밖에서 대기를 하는 , 다시 이름을 부른다. 오른쪽  어금니를 다시 찍자고 한다. 그 순간 긴장했다. 혹시  어금니를 발치해야 한다고 말하지나 않을지 불안했다. 촬영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갈수록 어금니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잠시  의사가  이름을 불렀다.


  그의 치료실은 깨끗하고 각종 설비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잠시 후 비닐봉지로 포장된 의료도구를 뜯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바로 발치를 위한 준비를 하는 줄 알았다. 긴장된 표정으로 의사에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아마 목소리가 퉁명스러웠을 것이다.


"지금 어떤 료를 하려고 하시나요?"

"방사선 치료 전에 치과 상태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하려고 하는데요."

"네 확인 감사합니다."


  어쩌면 의사는 불쾌했을지도 모른다. 치과 검진을 위한 목적이 분명하고  환자도 알고 있을 텐데 질문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얼굴 표정을 힐끔 쳐다봤다. 그는 흔히 치과 진료를 하는 절차에 따라 치아를 검진했다. 여기저기 치아를 건드려 보고, 흔들리는지 확인하는  같았다. 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상 없습니다."

"혹시 보시기에 이번 검진 이외에도 치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다른 특이점은 없는지요?"

"그런 것은 없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는 아주 사무적인 태도로 말을 했다. 나는 인사를 하고 서둘러 그 방을 나왔다. 그리고 방사선 치료센터로 가서 어제 만난 간호사에게 발치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간호사는 내가 가져간 '치과 외래 진료 안내서'를 확인하고, 다음 일정을 확인해 주었다. 나로서는 큰 걱정을 덜었다. 하늘에 계신 부모님에게 건강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짝과 형, 누님에게도 문자와 전화로 치과 검진 결과를 알려주었다. 그들은 모두 내가 병원을 갈 때마다 그 날의 결과에 대해 몹시 궁금해했다. 최근 몇 년 만에 가장 큰 걱정을 안겼다.


떠도는 마음을 읽으면,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


  어느 때 보다 내 신경이 예민해졌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어젯밤에는 잠결에 실눈을 떴다. 문득 나를 그려보고 싶었다. 이 야밤에 무슨 생뚱맞은 짓인가. 자화상을 그렸다. 그런데 아무래도 불만족해서 다시 그렸다. 늦은 밤까지 컴퓨터를 하던 짝에게 그림을 보여줬다. 나를 닮았다고 말했다. 늦게나마 재능을 찾아서 좋다고 덕담을 했다. 나는 자화상을 그리는 내 모습을 보면서 자기 자신에게 주의가 집중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


  떠도는 마음은 대부분 나의 관점, 나 중심으로 생각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 생각들을 그냥 잡생각으로 여기며 흘려보내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며 살폈다. 떠도는 마음에 담긴 많은 생각들을 내 관점에서 들여다보았다. "이 생각들이 내게 말하려는 것이 무엇일까?" 스스로 자문했다. 그리고 떠도는 마음속 생각을 알아차렸다.


  “나는 지금의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 어려운 역경에서 지금의 삶을 만들어 온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름 고군분투하며 삶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지금의 병 치례를 하는 자기를 안타까워한다. 그래 지금까지 잘해 왔다. 나는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


  방사선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으로 더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의 힘든 시기가 삶의 장애가 아니라 세상을 더 깊고 넓게 인식할 수 있는 깨달음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의 어려움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찾아봐야겠다. 내가 쓰고 싶었던 수필집의 내용을 더 성숙함으로 채우고, 치료의 과정에서 깨달은 지혜를 기록해야겠다.


  


자화상 1차 시도


자화상 2차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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