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마음 사용법
글은 감정에 휘둘려 있을 때보다 그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다볼 수 있을 때 쓰는 것이 더 좋다. 그 감정에 대한 의미 탐구가 더 풍성하고 깊게 이루어진다. 그때 자기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독자도 공감할 수 영역을 터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독백을 공감 대화로 바꾸는 것이다.
처음 글을 쓸 때는 감정이 고조된 상태를 좋아했다. '흔히 시상이 떠오른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글감이 있다고 생각할 때 곧바로 글을 쓰려고 애썼다. 글을 쓸 수 없으면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내면의 감성을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고도 생각했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를 놓치면 안 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감정의 고조는 이성을 제한한다. 관점이 좁고 통찰이 제한적이다. 이때 저지르는 또 다른 실수는 바로 자신의 생각에 묶이는 것이다. 감정이 불러오는 감성적 대화와 그 순간 체험된 통찰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 때로는 삶에서 엄청난 비밀을 발견한 것 같다. 글로 옮기고 싶다는 충동이 커진다. 자신의 글을 널리 알리고 싶은 경우에도 이러한 자기 논리에 묶이기 쉽다.
감정만으로 글을 쓸 수 없다. 그래서 감정이 휘몰아칠 때 글을 쓴다기보다 감정이나 단상을 메모한다. 감정의 폭풍이 지나간 이후 메모를 꺼내 든다. 그리고 자문해 본다. "이 메모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