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How)’보다 ‘무엇(What)’에

AI시대 살아가는 우리

by 참새수다
어떻게(How)’보다 ‘무엇(What)’에 집중하는 시대.png



우리는 오랫동안 '어떻게(How)'의 세계에 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서점에 가득 꽂힌 자기 계발서들은 저마다의 비법을 뽐내며 우리를 재촉했습니다. 우리는 그 방법론들을 무기 삼아 치열하게 달렸습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리는 것만이 미덕이라 믿으면서요.

하지만 문득, 멈춰 선 교차로에서 기묘한 허기를 느낍니다.

내 손에는 최신형 내비게이션과 가장 빠른 자동차가 쥐어져 있는데, 정작 "그래서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싶은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말문이 막히고 맙니다.

기술이 답을 주는 시대, 질문은 인간의 몫이다

이제 '어떻게'는 더 이상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 아닙니다.

복잡한 코딩을 짜는 법, 유려한 그림을 그리는 법, 심지어 그럴싸한 문장을 짓는 법까지. 우리가 그토록 갈고닦으려 애썼던 기술(Skill)의 영역은 인공지능이 놀라울 만큼 매끄럽게 수행해 냅니다. 버튼 하나, 프롬프트 한 줄이면 '어떻게'라는 난관은 싱겁게 해결됩니다.

역설적이게도, 방법이 쉬워질수록 '무엇(What)'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습니다.

AI에게 붓을 쥐여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그릴 것인가?"는 여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도구는 방향을 제시해 주지 않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알려줄 뿐, 그 목적지가 당신에게 왜 소중한지는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빈 캔버스 앞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것

'무엇'은 본질입니다. 그것은 당신의 취향이자, 철학이며, 가슴 뛰는 욕망입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길을 '어떻게' 잘 따라갈지 고민하던 습관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대신 내면의 깊은 우물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일을 통해 세상에 어떤 가치를 남기고 싶은가?" 이 질문들은 '어떻게'보다 훨씬 투박하고, 때로는 고통스럽습니다. 정해진 매뉴얼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막막함 속에 인간다움이 숨 쉬고 있습니다.

방향을 잃은 속도는 방황일 뿐이다

유능함의 정의가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의 유능함이 '주어진 문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였다면, 지금의 유능함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정의하는 능력'입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방향이 틀렸다면, 그것은 전진이 아니라 조난일 뿐입니다. 잠시 숨을 고르세요. 그리고 나침반을 꺼내 다시 확인해 봅시다. 내 발걸음의 속도가 아니라,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을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강박을 조금 덜어내도 좋습니다.

대신 오늘 밤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조용히 묻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그 질문 끝에 닿는 답이, 비로소 당신을 당신답게 만들 테니까요.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암환자 삶을 알리는 소리 '뽀록'_3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