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숯불 앞에서 비로소 녹아내리는 하루
하루의 소란이 잦아들 무렵, 무거워진 어깨를 이끌고 들어선 곳은 세련된 레스토랑이 아닌 투박한 고깃집입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참숯이 테이블 중앙에 자리를 잡고 그 위로 얇은 석쇠가 얹어지면, 비로소 긴장했던 마음에도 훈훈한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달큼한 간장 베이스에 푹 재워진 돼지갈비가 석쇠 위로 올라가 닿는 순간, '치익' 하는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는 마치 오늘 하루 내가 겪어낸 고단함을 공중으로 산화시키는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집게 끝으로 전해지는 고기의 탄력, 숯불 향을 머금고 노릇하게 갈색으로 변해가는 살점을 바라보는 일은 그 어떤 화려한 위로보다도 직관적인 안도감을 줍니다. 적당히 태우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손을 놀려야 하는 그 단순한 행위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던 머릿속 잡념들은 잠시 자취를 감춥니다.
기름진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우물거릴 때쯤, 테이블 한편에서 맹렬하게 끓어오르는 '양푼이 김치찌개'의 존재감은 절대적입니다. 찌그러진 노란 양은 냄비는 그 자체로 세월의 훈장처럼 보이고, 그 안에서 붉은 국물이 보글거리며 내는 소리는 식욕을 넘어선 어떤 향수를 자극합니다. 숭덩숭덩 썰어 넣은 두부와 흐물흐물해진 김치, 그리고 국물 맛을 한껏 돋우는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찌개 한 숟가락을 뜨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뜨끈하고 칼칼한 맛이 기름진 속을 개운하게 씻어내줍니다. 그것은 단순한 짠맛이나 매운맛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을 '원초적인 개운함'입니다.
결국 우리가 이 매캐한 연기 속을 찾아오는 이유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함만은 아닐 것입니다. 타오르는 숯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서로의 앞접시에 놓아주는 무심한 다정함, 그리고 뜨거운 찌개 국물을 나누며 "오늘도 수고했다"라고 건네는 그 투박한 말 한마디가 그리워서일지도 모릅니다. 갈비의 달콤함이 혀끝을 감싸고 김치찌개의 얼큰함이 속을 데울 때, 비로소 우리는 뻣뻣하게 굳어있던 하루를 말랑하게 녹여내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빈 술잔이 채워지고 다시 비워지는 동안, 우리의 밤은 숯불처럼 은은하고 따뜻하게 깊어만 갑니다. 또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