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과 임플란트]

독한 약이 휩쓸고 간 자리에 다시 심은 다짐

by 참새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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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문을 나서며 마주한 오후의 햇살이 유난히 시렸다. 7개월.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는 동안 나는 꼬박 이 차가운 의자 위에서 입을 벌린 채 시간을 견뎌야 했다. 임플란트 두 개, 크라운 세 개, 그리고 신경치료 두 개. 내 입안에 남겨진 처치 내역은 단순한 진료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을 지키기 위해 투여했던 독한 항암제가 내 몸에 남긴, 일종의 영수증과도 같은 것이었다.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들이부었던 그 맹렬한 약물들은 얄궂게도 내 잇몸을 녹이고 치아의 뿌리까지 흔들어 놓았다. 살기 위해 선택한 치료가 나를 다시 무너뜨리는 아이러니 속에서, 나는 입을 벌린 채 윙윙거리는 드릴 소리를 들으며 참았다 암도 이겼는데 이 정도야 근데


치과 의자 위에서의 시간은 항암 병동에서의 시간과는 또 다른 종류의 고독이었다. 소독약 냄새와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잇몸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통증은 매번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아프시면 왼손을 드세요"라는 의료진의 말은 위로가 되지 못했다. 손을 든다고 해서 이 과정이 멈추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나는 그저 주먹을 꽉 쥐고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고통을 흘려보낼 뿐이었다. 잇몸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 나사(임플란트)를 심고, 썩어 문드러진 신경을 긁어내며, 나는 생각했다. 생존의 대가는 왜 이리도 가혹한 것인가. 얇아진 지갑보다 더 쓰린 것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내 육체를 마주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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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혀끝으로 느껴지는 새로운 치아의 감촉은 아직 낯설지만, 더 이상 치과 예약 문자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 치간칫솔 한 팩을 샀다. 마치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병사가 무기를 정비하듯,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그 작은 솔을 집어 들었다. 다시는, 정말 다시는 그 차가운 의자에 눕지 않으리라. 내 남은 생에 더 이상의 치과 방문은 없게 하리라. 항암도, 임플란트도 이제 내 인생의 지난 페이지로 넘겨버리고 싶다.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얻은 이 단단한 다짐 하나를 입안 가득 물고, 나는 비로소 집으로 향한다. 근데 왜 이렇게 춥니 떨림이 아직도 남았나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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