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에세이] 따스한 온기를 찾아 걷는 길

굴뚝 연기 피어오르는 그 겨울의 저녁

by 참새수다

겨울은 소란스러웠던 세상의 볼륨을 낮추고 우리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계절입니다. 잿빛 하늘이 낮게 내려앉은 어느 오후, 차가운 공기는 폐부 깊숙이 스며들어 정신을 맑게 깨우고 세상은 무채색의 고요함으로 덮여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가움이 결코 삭막하지 않은 이유는, 그 차가움 덕분에 우리가 따스함의 가치를 더욱 절실히 깨닫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 펼쳐진 세 장의 사진은 겨울이라는 계절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 없는 위로와 같습니다. 어둑해지는 길을 걷는 고독한 뒷모습에서 시작하여, 타닥타닥 장작 타는 냄새가 날 것 같은 따뜻한 집을 마주하고, 결국 우리가 걸어온 길 뒤에 남은 선명한 발자국을 돌아보는 여정입니다. 이 짧은 겨울 산책을 통해 당신의 마음 한구석에도 은은한 군불 같은 온기가 지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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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얇은 막처럼 내려앉기 시작한 숲길은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고, 그 위로 드문드문 켜진 가로등 불빛만이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그 길을 홀로 걷고 있습니다. 두툼한 외투에 몸을 감싸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걷는 저 걸음은 쓸쓸해 보이기보다 오히려 단단해 보입니다. 겨울의 저녁 길을 걷는다는 것은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발바닥에 닿는 눈의 차가운 감촉과 뽀드득거리는 소리만이 귓가를 맴돌 때, 복잡했던 머릿속 생각들은 하얀 입김처럼 허공으로 흩어집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저 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묵묵히 한 발자국씩 내딛는 저 뒷모습에서 삶을 관통하는 의연함이 느껴집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겨울을, 저마다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는 순례자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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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들어서기 전, 잠시 뒤를 돌아보니 내가 걸어온 길 위에 선명한 발자국들이 찍혀 있습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 위에 꾹꾹 눌러 담은 저 흔적들은 내가 이곳에 존재했음을, 그리고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음을 증명하는 기록입니다. 때로는 비틀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보폭이 좁아지기도 했겠지만, 그 모든 걸음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있게 했습니다. 눈은 언젠가 녹아 사라지겠지만, 차가운 눈밭을 헤치고 나아갔던 그 뜨거운 의지만은 내 안에 고스란히 남을 것입니다. 함박눈이 내려 세상의 모든 흠결을 덮어주듯, 우리네 고단했던 하루의 흔적들도 따스한 휴식 속에서 조용히 다독여지기를 바랍니다. 저 발자국 하나하나에 담긴 당신의 수고로움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겨울은 조용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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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몸을 이끌고 걷다 마주한 풍경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아늑합니다. 붉은 벽돌과 기와지붕이 어우러진 집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며 겨울 하늘로 번져갑니다. 저 연기는 누군가를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따뜻한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는 다정한 신호와도 같습니다. 창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은 차가운 바깥세상과 대비되어 더욱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창호지 문 너머에서는 도란도란 이야기 꽃이 피어나고, 구수한 밥 냄새가 문틈으로 흘러나올 것만 같습니다. 밖은 살을 에는 추위가 맴돌지만, 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훈훈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 안아줄 것입니다. 우리가 치열하게 걷는 이유도 결국은 저렇게 따뜻한 불빛이 기다리는 곳,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나만의 안식처로 돌아가기 위함이 아닐까요.


겨울의 길을 걷고, 따뜻한 불빛을 찾아들고, 지나온 발자국을 돌아보는 이 짧은 여정은 우리의 인생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춥고 어두운 길을 걸을 때는 막막함이 앞서지만, 그 끝에는 반드시 우리를 기다리는 온기가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맬 수 있습니다. 사진 속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당신의 삶에도 희망이 피어오르고, 창밖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처럼 당신의 마음이 주변을 환하게 비추기를 소망합니다.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날이라면, 잠시 멈춰 서서 당신이 남겨온 발자국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 당신은 충분히 잘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오늘 밤, 당신의 방에도, 그리고 당신의 마음에도 편안하고 따스한 온기가 2026년 가득 채워지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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