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설명) 운주사 천불천탑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가장 흥미롭게 바라보는 조형물은 단연 원형다층석탑이다. 이 탑은 마치 호떡이나 피자를 탑처럼 쌓아 올린 듯 보여서 관람객들은 '호떡탑' 또는 '피자탑'으로 부르기도 한다. 대개 탑이란 게, 3, 5, 7, 9,...처럼 홀수로 구성되어 있기에, 조성당시에는 7층석탑이었지만 운주사가 폐사된 이후 맨 꼭대기층이 망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 1>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고 오직 천불천탑 공간에만 있는 희한한 탑인데, 원반을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한 형상이 마치 티베트 라마교의 백탑 상층부(동그란 원반을 켜켜이 쌓아 올린 듯한 모습)를 연상시킨다. 그래서인지, 운주사 천불천탑은 몽골군이 완도에 웅거한 삼별초를 토벌하기 위해 강진에 주둔하면서 고려백성을 강제 동원하여 세운 몽골사원이라는 주장, 삼별초를 토벌하고 세운 전승기념물이라는 주장이 나오기까지 했다.
<사진 1>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고 오직 운주사에만 있는 희한하게 생긴 원형다층석탑이다. 이 탑의 용도나 상징성은 무엇일까?
자, 질문입니다!
이 7층 원형다층석탑의 용도나 상징성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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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아미타불의 극락정토를 장엄하기 위한 7층 보배나무입니다.
천불천탑은 고려 후기(14세기 초)에 개경 왕실과 신흥 권문세가의 재정지원을 통해 강진 백련사 스님들이 건립한 아미타불의 극락정토였다. 극락정토를 꾸미는데 사용한 설계도는 14세기 초에 널리 그려졌던 (즉, 유행하였던) <관경16관변상도>였다.
아래 <사진 2>에 보인 것처럼, 고려 <관경16관변상도 : 1323년 제작>을 살펴보면, 제14관(상배관: 즉, 상품극락), 제15관(중배관: 즉, 중품극락), 제16관(하배관: 즉, 하품극락)을 구별하지 않고 화면 하단부에 뭉뚱그려 하나의 장면으로 그렸다. 붉은 색 장삼을 통견으로 걸친 아미타불이 칠보궁전의 한가운데에 설치된 연화대좌에 가부좌로 앉고 구품인(상품중생?)을 하고 있다. 아미타불의 향좌에는 대세지보살이, 향우에는 관세음보살(흰옷 입은 분)이 시립 해서 아미타불과 함께 극락연못의 연꽃 위에서 탄생한 극락왕생자를 맞이하고 있다.
아미타삼존(대세지보살/아미타불/관세음보살) 가운데 칠보궁전의 연화대좌에 좌정한 주존불(아미타불)만 묘사한 것이 현재 천불천탑 공간에서 석조불감과 쌍배불상이라 부르는 조형물이다.석조불감이 크기도 우람하고 팔작지붕에 용마루까지 갖춘 것은 바로 고려 왕궁처럼극락의 칠보궁전을장엄하게표현하려고 한 것이다.
<사진 2> 아미타불이 칠보궁전의 연화대좌에 좌정하고 연꽃 위에 탄생한 극락왕생자를 맞이하는 장면을 그린 고려 <관경16관변상도> 이것을 묘사한 것이 석조불감과 쌍배불상이다.
또 극락에는 극락을 장엄하게 보이도록 꾸며주는 장식물이 있는데, 위에 보인 인송사 소장 <관경16관변상도>를 살펴보면, 아미타 삼존의 좌우측에 칠보로 꾸며져 화려한 빛을 내뿜는 보배나무, 연화대, 극락조가 보인다. <관경16관변상도>로 불리는 종교화의 특징은 완벽한 좌우대칭 구도를 갖는다는 것이다. 대칭구도는 질서와 안정감을 주면서, 정중앙에 위치한 극락세계의 주인공인 아미타불과 극락왕생자에게 시선이 집중되도록 유도해 준다.
<사진 3> 원형다층석탑은 2차원 <관경16관변상도>에서 극락 장엄물인 보배나무를 3차원 공간에 설치하기 위해 석탑양식으로 만든 것이다. 정식 명칭은 7층보배나무탑이다.
극락장엄물은 극락세계의 주존불인 아미타불의 전신을 가려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정면에 배치하지 않는다. 어쩔수 없이 정중앙에 그려넣어야 할 경우에는, 엄청 작게 그려서 아미타불의 전신을 가리지 않도록 한다. 위의 <사진 3>에서 볼 수 있듯이, 칠보로 꾸며진 보배나무는 7층의 층층나무로 묘사했으며 아미타삼존의 향좌에 1그루, 향우에 1그루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2차원 그림의 보배나무를 운주골 3차원 공간에 설치하기 위해 석탑양식으로 만든 것이 바로 원형다층석탑이다. 이 석탑의 상징성이나 용도를 몰랐을 때는 이렇게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었지만, 확실히 알게된 지금부터는 원형다층석탑 대신에 보배나무7층석탑 또는 7층보수탑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관경16관변상도>의 화법에 의하면, 이 7층보수탑은 칠보궁전에 나투어 극락왕생자를 맞이하는 아미타불의 전신을 가려서는 안 된다. 그런데 현재 7층보수탑은 남북방향으로 석조불감과 일직선상에 놓여 있어 아미타불의 전신을 완벽히 가리고 있다. 이것은 현재 7층보수탑의 위치가 천불천탑 조성 당시의 위치에서 이동되었음을 암시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토장엄물의 개수는 반드시 짝수(예를 들면, 2개)가 되어 칠보궁전의 좌측에 1개, 우측에 1개가 놓여있어야 한다. 7층보수탑도 석조불감(=극락의 칠보궁전)의 정면이 아닌 좌우측에 각 1기씩 설치되었음을 암시하는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현재 6층만 남은 7층보수탑의 주변 흙바닥에 흩어져 있는 8-9개의 원반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