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혼자에게

by 영어 참견러

이 저자와의 첫 만남은 ‘바다는 잘 있습니다.’라는 시집을 통해서이다. 몇 달 전, 우연히 방문한 서점 한 켠에 마련해 둔, <문학과 지성 시인전> 이라는 빽빽이 정리되어있는 시집 중에 고르고 고르다 마지막으로 집어든 책 이였다. 제목과 시 제목들이 야릿하게 끌리는 구석이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오자마자 읽다가 그만 중간에 덮어 놓고 ‘다음에 읽어 봐야지’ 하며 꽂아두었었다.

‘혼자가 혼자에게’ 이 책도 마찬가지의 느낌이다. 제목을 비롯하여 꼭지가 마치 하나의 시어처럼 아름답게 다가왔기에 무척 기대를 하였다. 대학교 때 미팅을 앞둔 마음이랄까? 예상보다 멋진 상대의 모습에 다소 떨리는 가슴을 안고 서로 친해지고자 대화를 하지만 무언가 서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마음이 통하지 못하는 상황이랄까. 내가 듣고자 했던 말이 아니기도 하고, 다소 생뚱맞은 말을 하기도 하고, 사진도 멋진 듯하지만, 왠지 글과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여행기인 듯 아닌 듯하다. 그래도 여행지에서 만난 평범하지만 따스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그나마 위로를 받기도 하였지만, 아무튼 나의 예상과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책의 뒷부분에서 혼자의 삶과 혼자 여행을 떠나라는 말에서는, 나의 다소 이루기 힘든 꿈을 흔들어 깨우는듯해 설레기도 하였다. 하지만 가족의 이야기, 특히 지인의 아내들과의 좋지 않은 경험을 통해 가족에 대한 기대랄까 이상이랄까, 이런 것을 모두 깨버린 듯해 아쉽기도 했다.


나는 결혼 전에는 네 명의 남자 형제들과 부모님과 때로는 엄마 의상실에서 일하는 언니들과 함께 살았고, 결혼 후에는 두 아이의 엄마와 학원 선생님으로 그리고 교회에서는 집사로서 정신없이 바쁘게 50의 나이가 될 때까지 누군가와 ‘함께’ 살아왔다. 그 후로 남편을 시작으로 자녀들까지 집을 떠나보내고, 직장과 학업도 마친 채, 어쩌면 난생 처음 ‘혼자’를 진하게 느끼며 살고 있는 사람이기에 ‘혼자’라는 단어에 더욱 끌렸었나보다. 게다가 16년 살았던 곳을 떠나 낯선 곳에 이사까지 오게 되어 더욱 혼자라는 느낌과 여유로운 삶을 나름 즐기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혼자가 혼자에게... 누구나 혼자일 수밖에 없는 삶이지만, 혼자인 누군가와 마주보며 따스한 차나 밥이라도 나누어 먹으며 아픔과 슬픔 그리고 기쁨의 대화를 할 때, 비로소 인간 인(人)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한다. ‘여호와 하나님이 가라사대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창세기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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