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윷놀이 판에서 빽도로 하나를 빨리 내보내기 보다는 돌아가더라도 여럿을 업어 가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라...
우리 가족도 즐겨하는 윷놀이이다. 사실 백도로 말 하나가 나가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게 되면 윷놀이 판이 급 시시해진다. 여러 말을 업고 갈 때, 묘미와 스릴이 있지 않은가.
사실 난 이 책과의 만남을 가슴 설레며 몇 달이나 기다려왔다. 왜냐하면 평상시 장군맘의 글 솜씨를 익히 알고 있었기에, 도대체 어떠한 책이 나올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출판기념회 날~~ 보자마자, 값도 지불하지 않고 도둑질하듯 그냥 집어 들었다. 우선 진한 오렌지 색깔이 눈길을 확 끌었고, 제목도 글의 디자인도 부제목도 다 멋있었다. 그런데, 책의 두께가... 족히 300은 넘어보였다. 와우~ 에세이가 이렇게 긴 것은 처음 보았다. 사람들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어두침침한 버스 안에서 읽기 시작했다.
분당나비 모임에서 처음 이 책의 저자의 닉네임이 ‘장군감 장군맘’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저 ‘씩씩하게 살고 싶은가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가정과 직장에서 여럿을 업고 가려니 장군다운 기개와 어깨가 필요 했겠구나’하는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유머와 재치 있는 말 그리고 Sugar Coating(사탕발림)한 글로 웃으며 넘어가는 것을 보니 참 대견하다.
보통 책을 덮으면 기억에 남는 것이 얼마 남지 않는 법인데, 이 책을 읽은 지 2주일이 지났건만 아직도 생생한 몇 가지 장면들이 웃음으로 내 가슴에 남아있다. 그것은 다른 멋진 성공의 장면이 아니라 김치에 밥을 한입 가득 물었을 때, 집안에 들어온 도둑과 눈이 마주친 장면과 바퀴벌레를 촛농으로 화석화 했다는 등의 장면이다. 물론, 같은 여자이자 엄마로서 짊어져야만 했던 양육과 교육의 짐과 직장생활 그리고 육신의 고통과의 싸움의 이야기는 얼마 전까지 나의 모습이었기에 생생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독서모임과 운동 그리고 글쓰기를 통한 인생의 삼박자를 잘 갖추어 놓고, 또 다시 마라톤을 뛰려하는 저자의 삶을 볼 때, 나와 많이 닮은 구석이 있어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여유를 찾아 쉬면서 ‘턴의 미학’ 속편으로 ‘여유와 쉼의 미학’도 한번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어진다.
내 나이 딱 50이 되던 재작년 말에 나 스스로에게 인생의 안식년을 주고자 영어교습소 문을 닫았다. 사실, 더 이상 학생들을 가르칠 체력이 없기도 했다. 그래서 학부모들에게는 이사 핑계를 대고(물론, 계획은 있었다) 서둘러 닫게 되었다. 그리고는 논문 쓰고, 독서하고, 운동하고, 봉사하고, 여행하고, 글 쓰고, 영어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제는 드디어 테솔 박사 과정을 위한 연구 계획서를 썼다. 그 동안, 나는 안식년이 아니라 사실은 쿼렌시아(스페인어: 싸움소가 다음의 싸움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공간)에서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나의 모습을 볼 때, 참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마치 나 같은 사람을 위한 맞춤 정장으로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옷을 입고 회색빛 머리를 휘날리며 대학 캠퍼스를 다시 걸어 다닐 내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