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을 새로 시작하면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이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요리이다. 호박전을 하기 위해 요리책을 펴야 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요리를 즐겼다. 대단하고 멋진 음식은 아니었지만, 가족과 이웃과 나누면서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곤 했다. 두 번째는 남편과 결혼한 것이다. 남편의 사랑 고백 후, 30년을 함께 살아오고 있다. 서로 숨길 것도 없고, 포장할 것도 없어 생각과 몸이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마지막은 영어교육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이고,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해온 것이다. 나에겐 영어가 10년이 넘어 40년 지기가 되었다.
저녁 식사 후, 산책하던 중 남편이 자신의 IQ(intelligence quotient)가 90이었다고 고백하였다. 비밀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남편은 "내 머리는 돌인지라 뭔가를 새기기는 힘들지만, 한번 새기면 평생을 간다."는 말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IQ에 대해 여태껏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을 보니 호아킴 데 포사다의 <바보 빅터>처럼 '바보 덕수'로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마음이 찡해진다. 내 IQ는 108이었다. 초등 시절 IQ 테스트를 하였고 그 결과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IQ는 변하지 않는 데다 지적능력을 나타내 주는 성적표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바보 빅터>에서 교사의 실수로 17년간 자신을 바보로 알고 살았던 국제멘사협회 회장, 빅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00년간 뇌과학의 가장 대표적인 연구 성과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뇌가소성(neuro-plasticity)’에 관한 것이다. plasticity는 flexible의 의미로 한마디로 ‘뇌는 훈련하면 변화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뇌세포는 한번 가지고 태어나면 영구적으로 손상, 소멸된다’는 기존 가설을 뒤엎는 연구결과로 과학계에 큰 충격을 준 이론이다. 인간의 지적능력을 IQ로 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멘사(Mensa) 협회 가입을 위해서는 IQ가 최소 148 이상이 되어야 가입할 수 있다. IQ라는 '지능 지수‘는 인간의 지능 일부분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시험을 통해 산출되는 총점이다. 독일 정신학자 윌리엄 스턴(William Stern)이 1912년 어린이들의 인지 검사의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제안한 것이며, 오늘날에는 웩슬러 성인 검사와, 간이 통계적으로 일반화시킨 지능 검사가 있다.
지난 100년이 넘게 사용된 IQ 검사가 주로 논리 수리능력과 관련된 두뇌의 기능을 측정한 것이라면, 넓은 시각에서 인간의 잠재력을 나타내는 검사인 다중지능 검사(multiple intelligence)가 있다.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는 인간은 누구나 8가지 모든 영역의 지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발달 정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가 제시한 8가지 지능에는 언어지능, 논리수학 지능, 음악 지능, 신체운동 지능, 공간 지능, 인간친화 지능, 자기 성찰 지능, 자연친화 지능이 있다. 토마스 암스트롱의 다중지능 설문지를 통한 다중지능 검사를 남편과 함께 해본 경험이 있다. 1순위는 인간 친화 지능, 2순위는 자기 성찰 지능, 3순위가 언어지능인 것을 보니, 내가 원어민과 쉽게 소통하는 이유는 영어 말하기 실력이 아니라, 인간 친화력 덕분이라는 해석을 해본다. 반면에, 남편처럼 논리수학 지능(2위)이 높고, 언어지능이 낮은 경우(5위)엔, 논리적인 말하기를 하려는 경향으로 인해 천천히 대화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덕분에 나 자신과 남편을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이다.
영어를 배워야 할 이유와 목적도 찾았고(Why mindset), 성장하려는 마음자세(Growth mindset)도 가졌다면, 이제 어느 정도의 노력을 해야 할까? 우리 민족만큼이나 영어에 많은 시간을 쓰고 노력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우리의 이웃 나라가 있다. 우에다 이치조는 영어를 정복하고자 초월적인 노력으로 영어 백과사전을 10회 독파하고, 영어 사전을 외우고, 100편 이상의 영화를 받아 적기를 하는 등, 그의 저서 100권 중 25권이 bestseller인 분이다. 미국에서도 학습과 지도를 하면서 영어를 원어민처럼 마스터하려던 저자는 3인과 함께 <영세 공: 영어와 세계사 동시에 공부하기>라는 책을 저술, 세계사 공부와 어휘 공부를 통해 영어를 마스터하려고 하였다. 과연 마스터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분의 노력을 보면서 영어를 정복한다거나 마스터한다는 무모한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어를 정복하고 마스터한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좀 더 고급지고 예의 바른 표현을 하기 위해 책을 읽고 쓰고 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영어를 배울 때도 이러한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유창성과 정확성을 높이려, 노력한다면 영어의 능숙한 단계가 가능해지리라 본다. 여기서 능숙(mastery)이라는 것은 보통 70% 이상의 수준을 말하고, 유창성은 50% 이상의 이해도를 말한다. 조금 더 능숙하길 원한다면 발음과 리듬을 연습하자. 무엇보다도 실용적인 마인드셋을 가지고 문어체보다는 구어체를 사용하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어휘나 표현을 먼저 익히고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더 나은 소통과 관계를 원한다면 문화적인 속성(culture & body language)까지도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적과 흥미 그리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아는 것(Knowing Myself)부터가 출발점이 되어야 함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