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삼삼한 재미를 줘라
Fun vs. Funny
요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너 나 할 것 없이 재미를 추구하는 세상이다. '재미'가 무엇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삼삼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네이버 검색창에서 이런 질문과 답변을 발견했다. 한 포르투갈 여성이 쓴 질문인데 번역기를 사용한 듯 너무 정확하다.
A(포르투갈인): 한국어 관련 질문: '삼삼한'은 무슨 뜻인가요?
B(한국인):It means "bland".
나도 한국인이지만 참 설명하기 모호한 단어다. 음식의 경우에 간이 세지 않아도 맛있는 맛이 날 때 그 맛이 '삼삼하다'라고 한다. 그리 꾸미지 않아도 매력적이고 지적인 여성에게 "저 여자, 삼삼한데!"라는 식으로 남성이 여성을 유혹하는 말투로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영어에 있어서 삼삼한 재미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삼삼한 재미를 줄 수 있을까?
'재미'라는 것은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고 즐거움을 맛보는 마음의 상태다. 내가 운영한 영어 학원의 모토는 정's English Time is Fun!이었다.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면서 제일 먼저 영어의 '재미'를 느끼길 원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처음 영어를 배우던 그때는 영어가 첫사랑처럼 좋았지만, 학창 시절 영어수업에서 재미를 느껴본 적은 거의 없었다.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면서 교수법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거의 대부분 이론이었지만, 이론을 응용한 방법을 사용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재미를 느끼곤 했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누구나 엄마의 젖을 먹게 된다. 정신의학자인 프로이트에 의하면 아기들이 배고파하는 시간에 충분한 양의 젖을 제 때에 먹지 못하면, 아기들은 좋은 젖과 나쁜 젖으로 또는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이분화된 생각에서 양가적인 감정이 비롯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즐겁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못하게 된다면, 나쁜 영어로 인식하게 되어 평생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거나 영어와의 좋은 관계에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13년 전, 미국에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겨 운영했던 학원을 다른 선생님께 맡기었다. 미국에서 돌아와 학원을 방문하러 갔는데, 계단에 이러한 말이 쓰여 있었다. English is Funny! 순간, 한숨이 나왔다. 왜냐하면 영어는 웃기는 존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유튜브 영상을 보니 영어 교사가 학생들을 웃기기 위해서 코미디언처럼 개그를 하고 있는 모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영어 수업에 재미를 느끼게 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교사가 코치와 상담자를 넘어 연예인(entertainer)이 되어 학생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하는 것도 필요할 때도 있긴 하다.
그런 조미료를 매번 부어 만드는 맛 말고, 다른 삼삼한 맛을 주는 비법을 찾아보고자 디지털 세상을 돌아다녔다. 디지털 신인류에게 삼삼한 재미를 줄 비법을 찾아다닌 것이다. 결국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순간 나의 어린 시절이 떠 올랐다. 생각해보면 난 항상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다닌 아이였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고무줄놀이, 소꿉놀이, 인형놀이를 즐겨했다. 넷이나 되는 남자 형제와 했던 야구나 권투 그리고 구슬치기나 딱지 치기, 땅따먹기 등도 재미있는 놀이였다. 체육 시간에 하는 발야구나 심지어 달리기, 철봉에서 매달리기 등도 재미있었다. 중학교 가정 수업에서 배운 요리도 집에서 다시 해보곤 했는데, 바로 재미가 있었던 것이다. 요리를 할 때마다 소꿉놀이를 하는 것 같았고, 과학실에서 실험하는 느낌이 들었다. 먹을 수 없는 재료를 가지고 조리를 하고 나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된다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여러 놀이와 요리처럼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재미가 있어서 하는 것이니 재미는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 동기부여가 되어준 것이다. 혼자던 같이하든 간에 난 거의 모든 놀이와 삶에서 재미를 느끼곤 했다. 교실에서 강의를 듣고 필기하고 암기하고 시험을 치르는 공부만 제외하고 말이다. 내 놀이의 대상과 노는 시간, 그리고 공간과 도구는 참 다양했다. 여러 놀이를 통해 느낀 재미는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좋은 비료가 되어 주었다. 오감을 사용하면서 몸을 움직였고, 힘겨움도 아픔도 이겨 내야만 했다. 친구와 대화를 하고 협력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그리고 상상력도 놀이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조금씩 성장하면서 더 이상 이러한 놀이는 하지 않게 되었지만, 영어를 배우고 가르치는데서도 재미를 느끼곤 한다. '놀아본 놈이 논다'라고, 일과 삶의 모든 곳에서 재미를 발견하곤 한다. 사춘기 시절 격변의 시간을 보낸 아들이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자신 덕분에 엄마 인생이 "재미있지 않았냐!"라고 말이다. 언제나 문제에 대한 해답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재미의 발견>을 쓴 김승일 저자는 "재미있네?"라는 출판사 사장의 말을 들은 후, 재미를 주는 요소를 찾아다닌 후 발견한, 재미의 황금비인 '특. 전. 격'을 소개한다. 인기 있는 콘텐츠에는 특이, 전의, 격변이 담겨있다고 한다. 특이는 보통 상태에 비해 두드러지게 다름을, 전의는 생각이나 의미가 바뀜을, 격변은 상황이 갑자기 심하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특성이 있어야 시청자로 하여금 당혹하게 하고 집중하게 하고, 결국엔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고 한다. 이렇듯 저자는 영상 매체 안에서 재미를 발견한 것이다. 자극적이고 생생한 온라인 게임을 비롯하여 웹 기반 동영상에서도 특이하거나 전의나 격변과 같은 재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대부분 가상과 증강현실 세계에서 살아갈 디지털 신인류들에게 어떻게 하면 영어에 대한 삼삼한 재미를 줄 수 있을까?
한동안 찾아 헤매었지만 삼삼한 재미를 줄 비법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발견하지 못한 이유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초점을 학생이 아닌 교사에게 두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찾으니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는 초점을 교사의 수업 안이나 교재에서 떠나 중매 십계명 두 번째 비법에서 말한 것처럼 이 아이 저 아이 살펴보아야 한다. 인간 개개인이 다르듯이 학생 개개인의 성격과 흥미 그리고 학습 능력이 다양하다. 아니 학생들은 나처럼 스스로 재미를 찾아다닐 동기부여가 이미 되어 있기에, 스스로 ARC를 하도록 배려하면 되는 것이다. ARC(autonomy, relatedness, and competence 자율성, 관계성, 역량)를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 교사의 역할인 것이다. 라테(나때)는 한 교실 안에서 수 십 명의 학생이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를 듣고 받아 적고 암기하는 교육이 통하던 무지한 시대였다. 하지만, 디지털 신인류에겐, 그런 식으로는 절대로 재미를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교실에 앉아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기 힘들어 교실 밖으로 튀어 나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영어 중매 십계명, 첫 번째 레시피대로 일일이 찾아보며 배워야 하는 것이다. 학생 각자에 맞게 '재미'라는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동기 부여를 해주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학습 스타일(Learning Styles)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VARK (Visual, Auditory, Reading & writing, Kinaesthetic) Model(유형)은 개개인의 학습 스타일에 따라 배우는 방식을 말한다. 시각적 학습자, 청각적 학습자, 듣고 쓰기 유형 학습자, 그리고 몸으로 배우는 학습자로 구분이 되는데, 이러한 학습 스타일을 이해하고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재미를 느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각적인 학습자(Visual learners)는 정보를 얻기 위해 비디오를 보거나 필기를 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한다. 특히 하이라이터(형광펜)를 사용하여 그림이나 표를 그리면서 기억을 돕는다. 이런 학습자는 말로만 하는 수업이나 강의를 기억하거나 배우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어 재미를 느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청각적인 학습자(Auditory learners)는 교사가 말하는 것을 듣거나 다른 사람과 말을 함으로써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정보를 기억하기 위하여 따라 읽거나, 친구나 가족들에게 자신이 배운 것을 나누면서 기억을 한다. 메모나 기록은 잘하지 않거나 나중에 한다고 한다. 숙제를 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기도 하는데 집중에 도움이 되기도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읽기 쓰기 학습자(Reading & writing learner)는 글로 쓰인 책이나, 글을 이용한 정보나 지식을 통해 배울 때 집중하게 되고, 주로 필기하느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전통 교실에서 암기형의 학습력이 뛰어난 학생들이라고 볼 수 있다.
몸(촉각)을 이용하는 학습자(Kinaesthetic or tactile learners)는 실제 무언가를 해보면서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주로 몸을 움직이면서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배우기보다는 편안한 자세에서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보통 교실에서 이러한 학습자는 태도가 좋지 않거나 느린 학생으로 낙인찍히게 된다고 한다.
학생 개개인에 따라 네 가지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한 두 가지 유형을 보이기도 한다. 교사가 이 아이 저 아이의 학습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자율적인 활동을 하도록 지도한다면 재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사실, 개개인에 따라 맞춤 수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인 말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재미가 있다면 타고난 오감을 이용해 무엇이던 배우고자하는 마인드셋이 이미 장착되어 있다는 믿음을 가져본다.
둘째로, 학생들 간의 관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친구들 간의 심리적인 거리가 있는 경우에는 함께 하는 시간에서 재미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학습자 간의 심리적, 정서적인 유대감을 위해서도 노력을 해야만 한다. 배우는 내용보다 중요한 것이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가 있다. 학생들 간에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에 그러한 갈등이 해소되지 않게 되면 결국은 수업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만큼 가르친다는 것은 지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상담가와 지도자로서의 능력도 키워야 하는 일인 것이다.
셋째로,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을 삶의 문제와 연결 지어 수업이 실제 필요한 시간이고 배우는 내용이 살아있는 지식이 됨을 알게 되는 것이 필요하다. 수업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본인의 잠재적인 능력이 성장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 즉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이 성장하고 있다는 발전감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신인류에게 필요한 특별하고도 삼삼한 재미의 비법을 아직 발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간 본연의 욕구와 본질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영어 중매 십계명 두 번째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의 자율성과 관계성 그리고 역량이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될 때 비로소 만족감과 함께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내가 재미를 느낀 모든 놀이와 배움, 그리고 인생의 모든 순간에 이 세 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외부적인 동기부여나 강요가 아닌, 나 스스로 자율적으로 행할 때, 그리고 하는 모든 일이 삶과 연계될 때, 그리고 나의 역량이 계발되고 발전되고 있음을 느낄 때였던 것이다.
영어와의 중매 레시피 세 번째 비법: VARK 모델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