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일일이 찾아보며 배워라

Language is Alive & Changing

by 영어 참견러

모든 언어는 변화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문화와 환경과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고, 또 계속 변화 중이다. 새로운 단어인 신조어(coined words)가 날마다 생기고 문법도 변화한다. 그래서 특히나 영어 교사는 일일이 찾아보며 배워야 한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 공부를 하던 중에 발견한 얇은 영문법 책을 통해 문법의 기초를 쌓았고 독해 실력도 키울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대학교 영작문 수업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졸업 후 학생들에게 문법을 가르칠 때도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당연히 학생들에게도 영문법은 한번 제대로 배워두면 평생 영원히 변치 않을 영어의 기틀을 잡는 것이라며 침을 튀기며 말하곤 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내용 그대로 평생을 가르쳐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영문법의 비중을 크게 두고 가르친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영어 영역에 비해 영문법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것은 무지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빅 데이터의 정체를 알기 위해 첫 발을 내디딘 곳인 사이버 외대 테솔대학원 입학 설명회였다. 설명회가 끝난 후 재학생이 논문 발표를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발표 중에 내 귀에 들려오는 '코카~'라는 소리에 귀가 솔깃해졌다. ‘코카’라면 코카콜라 약자인가? ‘그건 coke인데...’ 대학원 입학 신청서를 작성하고 집에 돌아와 코카의 정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코카는 (COCA, Corpus of Contemporary American English)는 코퍼스 또는 말뭉치로서 언어 연구를 위해 언어의 표본을 추출한 집합체이고, 영어 데이터베이스(database)중 하나이다. 구어체와 문어체를 비롯하여 각종 저널에서 사용되는 영어 표현과 문체의 빈도와 분포를 알 수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영어 표현이 다 모여 있는 곳, 영어 은행(Bank of English)라고 말할 수 있다.


40년 동안 배우고 20년 동안 가르쳐 왔던 기존 영문법의 규칙은 화석처럼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나에게 코카는 살아있는 박물관이었다. 죽은 화석으로만 여긴 영어 문법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영어의 말과 글에 대한 자료를 모아놓은 창고이다. 덕분에 실제 삶에서 영어 원어민들이 사용하는 일상 대화의 언어 중 99%는 2000개 이내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코카 덕분에 알 수 있는 것이다.


2년의 시간이 흘러 졸업을 앞두고 석사논문으로 두 명의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영어 일기의 오류를 분석하는 연구를 하였다. 오류 분석(Error Analysis)이란 학생들이 범하는 오류의 종류를 살펴보고 학생들이 어떤 오류를 많이 보이는지, 그리고 그런 오류를 스스로 다룰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연구 방법 중 하나이다. 여기서 말하는 오류(Error)는 단순한 실수(mistake)나 철자를 잘못 쓰는 것은 제외한다. 두 학생이 일 년간 쓴 일기의 문장 수는 대략 2000개의 문장이었는데, 일일이 수작업으로 학생들의 일기를 분석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서 얻은 결과 중 하나는 학생의 수준과 발달 단계에 맞는 지도를 해야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알게 된 가장 중요한 것은 영문법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 중에 하나는 접속사 사용이다.


학생들의 문장에서 오류를 찾아보자. 어떤 오류가 보일까?


But I think an ending is boring.

And I saw a dead squirrel.


내가 최근까지 절대 변하지 않을 규칙으로 알았고 사용했고 가르쳐 온 문법은 규범 문법(prescriptive grammar)이다.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처방전처럼 위에서 아래로 지시되는 방식이기에 하향식 접근법(top-down approach)을 취한다. 접속사는 등위 접속사와 종속 접속사로 나뉘는데, 등위 접속사(coordinate conjunction)는 and, but, or, so, for 등이고, 이러한 접속사는 문장 앞에 올 수 없는 것이 규범 문법이다. 그래서 전환되는 문구로 '그러나'를 문장 앞에 사용하려면, 'however'와 같은 부사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위의 문장에서의 접속사 사용은 오류다.


반면에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고 있는 언어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시대에 따라 바뀌는 문법을 기술하였기에 기술 문법(descriptive grammar)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접근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방식이기에 상향식 접근법(bottom-up approach)을 취하고 있고, 언어가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코카를 보면 But(664160번 사용), However(59857번 사용)가 사용된 횟수를 보면 but을 접속사로 문장 앞에 사용한 횟수가 however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In addition (28238번 사용))이라는 부사구보다 And (806661번 사용) 접속사를 문장 앞에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자료를 보지 않더라도 요즘 영자신문을 비롯한 대부분의 글, 심지어 NIV(New International Version) 성경에서도 But과 And 접속사가 문장 앞에서 사용되는 걸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위의 문장에서의 접속사 사용은 오류가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문법적인 오류를 확인하고 자료를 정리 분석하면서 교사인 나는 이러한 접속사의 사용을 오류로 규정하고 분류하였다. 실제 오류를 범한 사람은 학생들이 아닌 규범 문법의 잣대를 들이대었던, 바로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20년간 영어를 가르치면서 내가 알고 있는 문법이 변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놀랐고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난 수년간 영어 글과 영어 성경을 읽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논문을 검토하고 지도하고 확인 사인을 해 준 교수들과 외대 영어교육과 교수도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었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언어는 변화하고 있고 영어 문법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것은 빅 데이터이다. 하지만,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하여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규범 문범을 계속 고집하면서 가르칠 것인지,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기술 문법을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다. 그 결과 학생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단계에서는 유창성에 집중을 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변화된 기술 문법적인 표현을 허용하면서, 고급 영어를 사용할 때가 되거나 에세이나 학술 논문을 쓸 경우에는 기존의 규범적인 문법을 사용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내 자녀들이나 학생들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보곤 한다. 그때마다 답해주었기에, 그들의 '걸어 다니는 사전(walking dictionary)'이 되어 주었다. 한 번은 'Film'이라는 단어의 L발음을 하지 않는 줄 알고 있었는데, 한 여학생이 지적을 하였다. 찾아보니 내가 틀린 것이었다. 그동안 발음을 잘못 알고 있었고 잘못된 발음으로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무지에 너무나 당황했다. 안다고 확신하는 순간에 블라인드 스폿(blind spot)이 생겨 자신의 오류나 실수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교사라고 해서 완벽할 수는 없지만 늘 돌다리를 두드리는 마음으로 확인하고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경험이었다. 미국 올해의 교사 상(the National Teacher of the Year) 수상자들도, 학생들은 자신이 무언가 배웠다고 생각될 때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낀다고 한다. 그러므로 실질적이고 지식적인 내용을 가르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영어교사가 일일이 찾아보며 배워야 할 이유는 또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영어가 지금까지 변화해 온 것과는 달리 빅 데이터를 장착한 AI 챗봇이 교사의 자리를 대신할 시대가 코앞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영어 교사 자격증이나 테솔 자격증, 석사나 박사, 혹은 교사나 교수라는 지위로 대우를 받거나 자격 요건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 소사이어티 워크숍에서 '4차 혁명시대의 살길'이라는 교육과 관련한 강연에서 나온 핵심을 소개하고자 한다. 앞으로의 교육은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 사이버 학습(cyber learning), 학교를 넘어선 교육(out of school barrier education)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고 인터넷 상의 무제한의 정보를 통해 배우게 된다. 당연히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고 이해하고 지식을 적용하고 통합하는 과정의 수업이 진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교사가 말한 내용이 맞는지 인터넷을 통해 바로 사실 확인(fact check)을 하는 것이 요즘 학생들의 모습이다. 따라서 교사가 바뀌어야 한다. 4차 혁명 시대, 영어 교사가 첫 번째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인드셋(mindset 마음가짐)은 일일이 찾아보며 배우고자 하는 '돌다리도 두드리기'다.



영어와의 중매 레시피 첫째 비법: 배우면서 가르치고, 가르치면서 배워라!

(Learn by teaching & Teach by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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