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한 권으로 영어 중매쟁이 되기
English Matchmaker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읽었던 한 권의 책이 기억난다. 혹시나 해서 책장을 뒤져보니 책 전체가 누렇게 변한 모습으로 먼지를 뽀였게 뒤집어 쓴 채 앉아있다. 제목은 <이 땅의 교사로 서기 위하여>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 이런 글이 적혀있다.
[이 땅의 교사로 서기 위하여]를 읽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자로서의 위치는 지키기에 힘든 것이다. 특히, 우리 한국 땅에서 교사로 선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겨운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나는 그 자리를 원치 않았다. 아니, 원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자신이 없기에 회피하려 하였다. 단순히 하나님의 뜻으로서 교사직을 생각하기에는 나를 쓰러 뜨리는 요인이 많기에 어떤 다른 신념이 나에게 있는가 살펴보고자 한다. 아직 발견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면서 동시에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교양과 능력을 쌓아가며 찾아보고자 한다.
- 나에게 선을 시작하신 이가 끝까지 이루실 것을 믿는 마음으로... April 26th.1992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지만, 이 땅에서 교사로 서기 위한 고민을 한 짐 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 후 3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건만, 이 시대에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여전히 하고 있으니, 이 땅에서 교사로 서게 하기에는 책 한 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3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내 머리에 떨어진 빅 데이터(Big Data)라는 도토리로 인해 학원을 탈출할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AI의 정체가 희미했고 확실하게 답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나서서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늘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하나둘씩 줍다 보니 AI와 4차 산업혁명, 통역기와 번역기, 쳇봇, IOT, 코딩, 스마트 팩토리, 가상화폐, 블록체인 등 보기에도 좋은 토실한 도토리들로 내 주머니는 가득 채워졌다. 지금도 매일 알알이 꽉 찬 도토리들이 떨어지고 있지만, 나의 작은 생각 주머니에 담을 수도 없거니와 산속 동물을 위해서도 좀 남겨 놓으려고 한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 단순하고 평범한 사실 하나는 세상이 이러한 도토리들로 인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땅바닥만 보았던 시선을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푸르르고 드넓은 하늘 아래 이쁘고 푸르른 떡갈나무 잎들이 내게 윙크를 한다. 이젠 그들의 정체를 알았고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도하면서 돌아오는 길목에서 메타버스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팡파래를 듣게 된다. 메타는 그리스어인 '넘어선, ~대하여'의 의미를 가진 접두사이다. 하지만, 좀 다른 의미의 가공과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 우주)의 합성어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기술로 구현한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넘나드는 메타버스를 말한다.
'메타버스 시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영어 교사는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여행을 또다시 떠나고자 한다. 몇 년 전부터 교사 대신 코칭(coaching)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해주는 의미의 가르치다(teaching)와는 구별하는 의미로, 개인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누군가를 도와주고 인도하는 것을 멘토링(mentoring)이라 하고, 상담과 조언을 하는 것을 카운슬링(counseling)이라 한다. 교사의 자질과 모습도 시대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바뀌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마인드셋을 가지고 어떤 능력을 키워야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처음 영어를 가르치던 때는 학생들이 영어를 단지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으로 느끼도록 해 주고자 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나아가서 학생들의 영어 성적이나 실력을 올려주고자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학생과 부모님의 마음과 그들의 상처까지 마음 쓰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점차 영어 중매쟁이를 넘어 학생들과의 만남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어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알고 배워야 할 기본적인 예의와 태도, 그리고 지식을 확장시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까지도 가르치고자 했다. 요즘은 심리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들을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가르치는 학생들은 예전의 학생들과는 사뭇 다르다. 내 자녀만 해도 90년 대 생으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을 이용해 컴퓨터를 사용하였던 아이들이다. 얼마 전 취업을 위해 둘 다 AI 면접을 보아야 했다. 게다가 지금 가르치고 있거나 가르쳐야 할 세대는 스마트폰 없이는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2008년 애플의 스마트 폰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많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사람들도 바뀌고 있다. 온라인(SNS) 상에서는 친근하거나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실제 만나면 서로에 대해 관심도 대화도 없어지면서, 인간으로서의 따스한 기운이 사라지고 있는 느낌마저 들곤 한다. 이러한 모습의 사람들을 사이버 신인류라고도 칭하곤 하는데, 마음에 근심이 한 겹 더 쌓이는 느낌은 나만이 느끼는 감정일까?
가상과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나 들다 보면 진정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지식과 초능력과 초감각을 가진 슈퍼맨이라는 착각이 일어나면서 현실과의 괴리가 생기게 된다.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로 인해 더 많은 고통 속에서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가상 속에선 슈퍼맨인데, 현실 세계에선 허수아비가 된 듯한 느낌과 감정으로 인해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이미 우리의 주변 부모와 자식 그리고 교사와 학생들이 이러한 문제를 앉고 살아가지만,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인 듯 착각하거나 문제를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시대에 영어 중매쟁이가 된다는 것은 한 인간에게 작지만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사회에 대한 책임을 어깨에 짊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이버 신인류를 호모 모빌리언스(Homo Mobilians)라 칭하기도 한다. 이민화 저자는 <호모 모빌리언스>에서 개개의 인간이 스마트폰이라는 아바타(Avatar)와 결합해 슈퍼맨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 슈퍼맨이 가졌던 백과사전적 지식과, 초능력, 초감각을 평범한 사람도 소유하게 되면서 앞으로는 개개인의 인간에서 집단으로서의 인류로 재탄생을 하여 새로운 초인류를 형성한다고 한다. 스톡 앱스(StockApps)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7월에 휴대폰 사용자들의 수는 거의 53억 명에 이르렀으며 이는 세계 인구의 67%에 해당한다(Korea IT Times 2021.09.03). 이제는 원하는 지식을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소통하는 디지털 신인류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SNS를 통한 네트워크 형성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대에 영어교사에게 필요한 중요한 능력으로 NQ(network quotient)를 찾게 되었다. NQ는 IQ(지능 지수)나 EQ(감성지수)와는 다른 공존지수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행복지수라고도 불린다. 보통 말하는 인맥관리나 처세술과는 다른 종류의 네트워크를 말하며 모두가 행복하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NQ로 살아라>의 김무곤 저자는 IQ의 그늘에서 벗어나 NQ로 살자고 말한다. 그는 인류의 역사상 가장 높은 NQ를 소유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예수이고 그를 NQ의 천재라 부른다. 33세의 젊은 나이에 학벌도, 인맥도, 자산도 없었지만, 신의 아들이자 사람의 아들로서 그 시대뿐만 아니라 21세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예수를 NQ의 꽃이라 칭한다. 그의 인생의 목적은 돈도 사업도 명성도 아닌, 모든 인간의 행복과 구원에 있었기 때문이다. 성경에 있는 모든 계명을 단 한마디로 요약정리한 그의 외침은 단 한 가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였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질문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자, 메시아로서 이 땅에 구원자로 왔음을 그리고 십자가에서 죽어야 했음을 명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시대에 필요한 또 하나의 교사의 능력은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이다. 메타인지란 1970년대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 H. Flavell)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자기가 생각한 답이 맞는지’, ‘이 언어를 배우기가 내게 어려울지’ 등의 질문에 답할 때에도 사용되며, 자신의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정상인지를 결정하는 데에도 사용한다. 메타인지는 아이들의 발달 연구를 통해 나온 개념으로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해서 시간과 노력을 필요한 곳에 적절히 사용하므로 효율성이 높아진다. 성인이 되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메타인지 능력은 향상된다고 하는데, 사람의 무지함을 일깨우려 할 때 자주 사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내가 누구인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를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이러한 메타 능력은 인공지능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답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메타버스 시대에 누군가를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메타인지능력과 기술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 이유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어떻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 또한 메타인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모르는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진짜로 위험한 건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 중매쟁이가 되기 위해서는 예수와 같은 인류의 행복과 구원과 같은 그러한 역사적인 사명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메타인지와 같은 자신의 생각을 넘어선 생각을 갖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니 마음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요즘 시대는 돈과 사업, 그리고 명성을 갖고자 노력하는 시대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마음에 큰 짐을 가지고 떠나는 이번 <영어 참견 2>라는 여정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진지하지만 가벼운 답을 찾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