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 아이 저 아이 살펴보라
Motivate!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의 저자이자 애플 교육 담당 부사장인 존 카우치는 태어날 때부터 엄청난 정보에 노출된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암기가 아닌 동기부여, 즉 '무엇을 배우느냐'가 아니라 '왜 배우느냐'라도 말한다. 디지털 시대에 기술이 학습을 지배할수록 교사의 역할은 정보 전달자에서 학습 조력자(helper)가 되어 학생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그들 스스로 콘텐츠의 소비자라기보다는 창작자가 되고 싶은 적극적인 학습자이다. 스스로 질문을 하고 관련성이 있는 활동을 통해 문제의 답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 그 과정에서 협력과 창의성을 촉진하면서 학습에 적극 참여하게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아이, 저 아이를 살펴보고, 학생 개개인에 맞는 맞춤 학습을 해야 한다. 그동안 가르친 학생들 중에 같은 성향과 태도나 동일한 수준의 학습능력을 가진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학생 개개인에 맞는 수업을 통해 스스로 학습을 하도록 동기 부여해 주는 것은 대단한 관심과 노력 그리고 교사의 실력이 요구된다. 사이버 신인류를 이해하고 지도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기에, 난 요즘 심리학과 뇌과학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학생들의 뇌가 궁금해질 정도로 그들을 이해하고 지도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의 명언에는 '시대와 상황이 빠르게 변화해서 우리 목표의 초점을 끊임없이 미래에 맞춰야 한다'라고 한다. 하지만 목표의 초점을 현재에 맞추기도 버거워진다.
몇 년 전 학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만 해도 나름대로 학생들의 관심을 끌며 수업에 재미를 주면서 영어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었다. 여러 다양한 영어게임과 100 포인트 제도를 사용하여,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었다. 100포인트 제도는 수업의 여러 규칙을 지키거나 수업에 적극적인 경우와 게임에서 얻은 점수를 모두 합쳐 매 수업시간마다 받게 되는 점수이다. 예를 들어 지각하면 –1점, 숙제와 관련해서는 + 또는 –를 받게 되니, 수업 시작하면서 학생들은 포인트를 받게 된다.
발표와 질문을 하거나 대답을 할 때마다 포인트라는 당근을 주었다. 100포인트의 숫자가 모이면 용돈이나 선물을 주었고, 매년 연말 크리스마스 때에는 일 년 동안 모은 포인트를 미국 현지에서 사용하는 수표(check)로 바꿔준 후, 은행에서 달러(toy dollar)로 교환하여 원하는 음식과 물건을 사는 행사를 통해 자부심과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중, 고생들에겐 각자가 정한 시험 점수의 목표와 결과에 따라 상금도 받고, 학교시험 후엔 치킨파티를 열었다. 각 반마다 한 교재가 끝나면 북 파티를 열어 과자와 음료를 사 와서 친구들과 나눠 먹으면서 게임만 하는 날도 있었다. 이러한 포인트 제도나 파티와 같은 당근료과가 잘 통한 것인지 대부분 학생들이 수업을 잘 따라와 주었다. 수업에 늦거나 빠지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었고, 수업 태도들도 좋았다. 나 스스로 학생들을 잘 다루고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라 여겼다.
하지만 학원을 정리하고 이사를 와서 코로나 팬더믹 시대에 만난 학생들은 예외의 학생들이었다. 지금까지 5명의 학생들을 만났지만, 이러한 나의 경험이 전혀 통하지 않는 신인류를 만나게 되었고, 난 그들을 코로나 신인류라 칭하곤 한다. 우선 이들은 포인트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 예전의 학생들과 즐겨했던 노래나 게임 그리고 간식 등 내가 주는 당근만으로는 변화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신인류의 뇌 속에는 숙제나 교재를 챙긴다거나 수업 시간을 지켜야 된다는 등의 생각은 뇌에 입력이 되어있지 않다. 두 학생의 모습으로 본 신인류는 이러하다.
B(6학년) 남현이를 만났을 때는 복용하던 ADHD 약을 잠시 중단한 상태였고, 학교 수업도 자주 빠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영어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수업 전에 강아지와 노는 시간도 갖게 하고 간식을 먹거나, 피아노로 가벼운 연주를 통해 마음을 안정시킨 후 가르치곤 하였다. 배우는 속도는 느렸지만, 2-3개월 지나 영어 단어를 읽게 되면서 자신감이 좀 생긴 듯했다가 코로나 단계가 상승될 때에는 몇 달을 쉬어야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수업을 하면서 크게 달라진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적극적으로 게임 용어를 묻더니만 라이브 게임에서 여러 나라의 게이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며 영어를 배우길 잘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신참(noob나 newbie) 등과 같은 게임 용어를 함께 찾아보면서 공감을 나누니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요즘엔 다소 어려운 내용의 과제도 한 시간 정도를 집중하기도 하고, 쓰고 말하는 것도 제법 잘해서 기특하다. 숙제도 없고, 교재도 없고, 수업 시간도 자유로운 것이 문제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이다.
C(중1) 재민(가명)이는 초등 저학년 시절에 어학원을 몇 년 다녔지만, 영어 단어 암기에 싫증이 나서 몇 년간 영어를 배우지 않았던 학생이다. 영어 수업 시간 대부분 잠을 쫓기 위해 얼음이나 껌을 씹어야만 하는 상태인데, 거의 일 년간 비슷한 모습이다. 예체능에 재능이 있은 학생이지만, 늘 수업 시간에 졸려한다. 피아노나 기타를 치기도 하면서 잠을 깨우고 무언가 관심과 재미를 주려고 노력하지만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절대 음감을 가진 특성이어서 그런지 듣기도 잘하고 영어 따라읽기도 잘하고 감각도 있지만, 책만 열면 반수면 상태로 바뀐다는 것이 문제다. 얼마 전에는 몇 시간을 들여서 <영어 참견>이란 제목으로 내 책의 표지를 제법 멋지게 만들었다. 감동적이었고 이렇듯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는 열정을 보이는 모습이다. 영어 수업만 제외하고 말이다. <영어 중매 십계명> 책이 완성될 즈음에는 어떻게든 변화가 있길 기대해본다.
C학생의 작품 학생들을 지도할 때 가장 어려운 일이자 가장 중요한 일은 동기부여이다. 동기부여는 어떤 긍정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동인(drive)을 말한다. 교육학에서도 스키너와 같은 행동주의자들의 실험에서 비롯된, ‘비둘기 모이 패러다임’의 상과 벌, 당근과 채찍을 이용한 여러 학습법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외재적이거나 내재적인 동기로 이분법 하여 교육이나 인간의 행동을 움직이게 하는 전통적인 접근 방법은 더 이상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학생들 대부분이 풍요로운 삶 가운데서 더 이상, 무엇인가 작은 물질이나 음식을 통해 기쁨이나 자부심을 얻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가상세계에서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학생들에게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적극적인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 마디로, 정크푸드에 길들여진 입맛을 가진 아이들에게 건강하지만 맛이 없는 음식을 먹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30년간 구글,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을 변화시킨 리더십 전문가로 불리는 수전 파울러의 <최고의 리더는 사람에게 집중한다>에서 사람들은 이미 동기 부여되어있다고 말한다. 직장에서 직원들의 긍정적인 경험을 높이면, 에너지, 활력, 행복감을 만들어내고 발전하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동기부여의 관점을 부정적(suboptimal, junk food)인 관점과 긍정적(optimal, healthy food)인 관점으로 6개의 스팩트럼로 구분하였는데, 학생들의 태도와 행동을 이 관점에 비추어 보니, 학생들 대부분이 스팩트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동기부여의 6가지 관점(junk/health food): 동기부여 스팩트럼
1. 무관심 동기부여 관점(disinterested motivational outlook)- 가치 없고, 시간 낭비로 생각되며 무기력해짐
2. 외부(external) -돈, 지위 상승, 외적 이미지 향상 등을 기대
3. 강요(imposed) -모두가 하기에 안 하면 죄책감,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억지로 하게 됨
4. 연계(aligned)- 배우던지 가르치던지 학습과 같은 중요한 가치와 연계시킴
5. 통합(integrated) - 회의를 개인의 삶, 업무의 목표와 부합시킴. 중요한 일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함
6. 내재 (inherent)- 순수하게 회의를 즐기고 의견을 나누는 그 시간이 재미있게 느낌
위의 세 가지의 좋지 않은 정크푸드를 먹던 학생처럼 무관심하고 외부의 강요에 의해 영어를 배우던 학생들이 배움을 중요한 가치와 연계하고 자신의 삶에 통합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그들의 입맛을 건강하게 바꾸어야겠다는 목표를 다시 세워보아야겠다.
저자는 동기부여를 하고 사람을 어떻게 변화하게 만드는 가에 대한 심리적인 요인으로 세 가지(ARC)를 들고 있다. ‘ARC(autonomy, relatedness, competence 자율성, 관계성, 역량)'는 도미노처럼 하나가 무너져서는 안 되고, 다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의 자율성을 인정해야 성과가 좋고, 강요가 아닌 대화를 해야 한다. 관계성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이 삶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도록 연결하고 다른 학문의 영역과 통합하는 기술을 교사가 스스로 익혀야 한다. 역량은 매일 닥치는 도전과 기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욕구로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격려하고 배움의 의미와 가치를 알려주어야 한다. 이러한 동기부여를 위한 심리적 요인은 인간의 정체성을 나타내는지도 모르겠다.
[창세기에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고 그곳에 거할 인간과 동물들을 만드신 후, 보기에 좋다고 말한 인간(관계성)에게만 생기를 부어주었다. 인간을 흙으로 만드신 후에 생기(spirit)를 넣어주고나서, 부여한 첫 임무는 창조된 동물들에게 이름을 짓는 것(역량)이었다. 이것은 대단한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또한 에덴동산에 있는 열매를 먹을 수도 먹지 않을 수도 있는(자율성)을 부여하였다.]
인간은 자율성과 관계성 그리고 역량에서 비롯된 '행복감'이 인간으로 하여금 무엇인가 하게 하는 동인이 된다.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역량 개발은 영어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 발전 감일 것이다. A(도웅) 학생에게 간판이 읽히는 경험과 B(남현) 학생이 게이머들과 대화가 통하는 느낌과 같은 경험을 자주 할수록 영어와의 사이가 좋아지게 될 것이다. 그전에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 간의 사이가 좋아지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율성과 관계성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역량을 사용해 성취감을 조금씩이라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 아이 저 아이를 살펴보아야'만 한다.
교사가 수업을 하기 위한 첫 단계로 수업 안(Lesson Plan)을 작성하는 과정이 있다. 수업의 시간과 내용 그리고 수업의 결과를 통해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하고자 한다. 그래서 수업 목표 설정을 하는 방식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측정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업 후, 학생들에게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가'이다. 하지만, 수업을 통해 보여지는 결과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측정할만한(measurable) 목표가 아니라, 동기 부여하라(motivating)는 목표로 바꿔야 하는 시대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긍정적이고 건강한 동기부여를 한다면 학생들의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 변화가 측정 가능한 것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영어와의 중매 레시피 두 번째 비법: ARC로 동기부여하라!
(autonomy, relatedness, competence 자율성, 관계성, 역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