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크리스마스마켓 3 대장 중 한 곳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저에게는 흡사 피터팬의 네버랜드 같습니다. 적어도 반평생 크리스마스마켓 여행을 꿈꿔 왔기에 유럽의 12월이 너무너무 신납니다. 그래서 유럽의 3대 크리스마켓 중 하나인 프랑스 알자스지방의 스트라스부르로 달려갔습니다. 신난 마음만 앞섰던 것이겠지요. 프랑크푸르트에서도 꽤 가까운 거리여서(약 210km) 안일하게 준비했네요.
아뿔싸 도착부터 뜨악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 주변의 주차장이 말 그대로 주차장이었습니다.
주말이어서 더 그랬겠지만 스트라스부르 도착해서 우여곡절 끝에 3시간 만에 주차를 할 수 있었어요. ㅠㅠ
상상 이상으로 많은 인파들이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마켓 규모로는 유럽 최대라고 합니다.
마음이 조급했지만 급한 맘을 다잡았습니다. 해가 져야 더 멋질 것이니까 괜찮다 생각했습니다.
마켓 입구부터 가방검사를 마치고 들어선 거리는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확실히 도시 전체의 아기자기한 건물의 디자인들과 상점들의 블링블링한 분위기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끝장판입니다. 건축물들이 하나의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이자 놀이동산 같습니다. 용인 에버랜드나 잠심 롯데월드 같다고나 할까요?
사실 스트라스부르는 독일과 맞닿은 프랑스 지역의 도시입니다. 역사적으로 독일 영토였다가 프랑스였다가를 반복하였기에 묘하게 독일과 프랑스가 겹쳐 보이는 지역입니다. 독일과 걸쳐있는 라인강의 물줄기가 도시 가운데를 지나고 있어서 네덜란드 같은 풍경도 펼쳐집니다.
스트라스부르 중심가의 노트르 담 성당 주변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지경입니다(파리에 있는 성당만 느트르 담이 아님. 노트르=불어로 '우리', 담= 마담의 줄임 말. 즉, 우리의 성모마리아 성당).
나중에 찍은 사진들을 보니 너무 속상합니다. 늘 그렇듯 소지품 주위를 기울이랴 낯선 사람들 피하랴. 제가 본 그때 그 순간의 풍경을 제대로 담아 오지 못한 맘에 다시 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할 정도였네요.
뭐가 그리 조급했는지. 이것 저곳도 봐야 되겠고 사진도 찍어야 했던 그날의 기록들 중에 재밌게도 구겔호프 몰드(mold) 사진이 은근히 많았습니다. 결정장애로 고르지 못하여 못 사온 미련이겠지요.
사실 구겔호프는 독일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먹을 수는 있습니다. 마트에서도 판매를 하는데요. 맛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알려진 만큼 먹어는 봐야 했지요.
결론적으로 못 먹고 왔습니다. 들고 다녀야 했어서 그냥 나중에 집에 가기 전에 사자고 한 것이 패착이었던 것이었죠. 그 와중에 곧 다시 와서 사겠노라 찍은 사진들만 또 무수합니다.
구겔호프는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전통 케이크로 알려져 있지만 오스트리아, 독일 남부, 스위스, 체코, 헝가리까지 유럽 전역에서 서로 다른 이름과 형태로 알려진 빵입니다. 구겔호프는 프랑스 스타일 반죽인 브리오슈 반죽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레시피라고 합니다. 브리오슈 반죽은 버터, 설탕, 계란이 많이 들어간 고배율 반죽입니다. 일반적으로 빵을 만드는 레시피에는 버터가 80% 정도까지는 넣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배율 반죽인 브리오슈 반죽에는 거의 80% 정도의 버터가 첨가됩니다. 참고로 빵집에 가셔서 보이는 빵들 중에서 이스트로 발효된 빵인데 크로와상처럼 켜가 있는 빵은 보통 버터가 들어간 빵이고요. 더 많은 켜가 있어서 툭툭 잘 잘린다면 브리오슈 반죽으로 만든 빵입니다.
아무튼. 구겔호프 역시 유럽의 크리스마스 빵들처럼 각종 귀했던 재료들로 만들어졌습니다.
구겔호프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합니다. 독일식 사우어도우 반죽과 프랑스식 케이크가 결합되어 만들어졌다는 설과 수도승 모자 모양의 틀에 구워서 결혼식행사를 포함한 각종 행사 때 먹었던 것으로 유래했다는 설 등등 어원적인 측면,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기원이 무엇이든 독특한 틀에 구워낸 눈에 띄는 예쁜 빵 또는 케이크이었기 때문에 유럽 이곳저곳에서 서로 벤치마킹을 안 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그런데 과연 구겔호프는 빵인가 케이크인가? 궁금합니다. 이 역시 결론적으로 정통 구겔호프는 빵에 가깝고, 현대적인 구겔호프는 케이크에 가깝다고 정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슈톨렌처럼은 아니어도 반죽부터 1,2차 발효과정 모두 천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버터의 양이 많아서 자칫 발효 온도가 높으면 버터가 녹아 나와 빵 바닥이 흥건해질 수 있고요. 그 버터가 타기 때문에 빵 바닥이 단단하게 되는 등 안정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또한 빵의 기공도 일정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빵보다는 낮은 온도에서 진행해야 하는 좀 까다로운 반죽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파운드케이크에 가까운 구겔호프도 많고요. 스트라스부르에서 보니 베이킹파우더를 넣어 가볍게 구워진 것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이래저래 아쉬움 달래서 사진만 뒤적이다 문득 예전 은사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유럽 여행은 다리 떨릴 때 보다 심장 떨릴 때 가라는 말은 틀렸다. 반대로 다리는 좀 떨려도 오롯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때 가봐라"라고 하셨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유럽의 대단한 성당들을 다니다 보면 천장들을 하도 올려다봐서 어깨와 목에 담이 올 정도이지요. 에너지 넘치는 젊은 친구들처럼 다녔다가는 어딘가는 탈이 나는 나이가 된 지금입니다. 그래도 아직 한창이라 자부합니다만. 스트라스부르의 안개 낀 한기의 날씨에 종종거리고 다닌 탓에 감기를 얻어왔네요.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은 욕심이 앞설 때, 그럴 때 성당 한편 의자에 앉아 찬찬히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줄 아는 네버랜드의 피터팬이 돼야 할 것 같은 12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