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한 번이면 족한 단맛이라 다행인, 성탄절에 주로 먹는 독일 전통과자
'아~ 이런 모습이 크리스마스였구나' '반 백 살을 살았어도 아직 크리스마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이렇게나 많았구나'라고 할 정도로 독일 어디를 가든 크리스마스 그 자체인 12월입니다.
평소 인구밀도가 낮아 좀처럼 붐비지 않는 동네에서 생활하다가 어깨를 부딪혀야 걸을 수 있는 크리스마켓은 영 적응이 안 되네요. 흡사 서울의 출퇴근 시간 시청역이나 강남역 같달까요? 많은 인파에 자칫 소지품을 잃을까, 일행을 놓칠까 싶어 막상 빼곡하게 늘어선 상점들은 자세히 볼 수도 없습니다. 한 바퀴 돌고 다시 와야지 하지만 이내 수많은 인파에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블링블링한 장식들과 먹거리들 덕분에 눈호강은 실컷 해봅니다.
그나저나 크리스마켓에서는 뭘 그렇게들 살까요? 손에 들린 알록달록 쇼핑백 내부가 궁금할 따름이었지요. 호기심 가득한 오감 레이더를 돌려 보니 공통적으로 구매하는 몇 가지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할 오너먼트들과 테이블에 올릴 소품들. 그리고 달달한 과자들이었습니다. 물론 빠질 수 없는 글루바인(Glühwein)도 있고요. 글루바인은 뱅쇼 같은 와인 중탕한 따뜻한 음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루바인을 담아주는 머그컵은 상점들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기념품으로 챙기기도 합니다.
독일에서는 pfand(보증금환급제도)가 있어서 글루바인을 마셔도 적용이 됩니다. 만약 글루바인 한 잔에 5유로라고 한다면 가게들마다 좀 차이가 있지만 보증금이 6~8유로 사이입니다. 그래서 보증금 포함 된 금액을 결제를 하게 되고요.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됩니다. 독일 처음 와서 며칠 만에 갔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글루바인 머그컵 보증금을 받지 못해 억울했던 기억이 있네요.
도시마다 중심가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비슷한 상품들과 음식들이 즐비하지만 그중에서도 그 도시가 유독 명성이 자자한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독일 뉘른베르크의 'Elisen lebkuchen(엘이젠 레브쿠헨)'이 크리스마스 대표 간식으로 유명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초코파이 형태이긴 하지만 여러 형태로 만들어지기도 하고요,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먹어 볼 수는 있어요.
이름도 생소한 Lebkuchen(레브쿠헨)의 역사는 600년이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Leb’은 생명을 의미하는 독일어 ‘Leben’에서 왔다고도, 또는 라틴어 ‘Libum(신에게 바치는 제물 빵)’에서 유래했다고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켓을 돌아다니다 레브쿠헨 가게 아주머니가 시식을 하라며 건네주시는 것을 받아 맛보았습니다.
와! 이거 생각보다 무척 달달합니다. 단맛도 단맛이지만 이빨이 들어가는 느낌이 찐득합니다. 우리나라 약과의 질감이랑 유사하지만 더 부드럽습니다. 과자처럼 보이지만 케이크에 좀 더 가까운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주요한 재료로는 일반적으로 꿀, 생강, 계피 등과 아몬드, 호두 같은 견과류, 건과일을 넣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꿀이나 설탕을 잘 녹여 가루(아몬드나 밀가루)를 잘 섞고 향신료 등을 넣어 숙성시켜 구워진 후 초콜릿 등을 코팅하기도 하고, 아이싱을 합니다. 이때 오블라텐(Oblaten)이라는 얇은 밀전병을 깔고 반죽을 얹어 굽는 버전도 있습니다.
레브쿠헨은 진저브래드와 비교가 되기도 합니다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설탕을 넣은 쿠키가 좀 더 단단한 쿠키가 되는 것처럼 설탕을 넣어 만드는 진저브래드 보다 꿀이 첨가된 레브쿠헨이 더 진득하니 묵직합니다.
중세 유럽에서 꿀과 향신료는 귀한 약재로 중요했습니다. 또한 약리효과와 더불어 향신료와 꿀은 사실 방부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귀한 날 귀한 재료를 더해 저장성을 길게 유지하기에 적합한 재료들로 구성된 귀한 먹거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꿀이나 향신료가 귀한 재료였다는 것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저로써는 확 와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옛날에 우리나라 약과를 생각해 보면 또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 음식에도 '약'인 단어가 들어가면 참기름이 들어간 음식이었다고도 합니다. 귀한 음식에도 '약'이라는 말이 붙어요. 약과, 약밥, 약포(예전에는 육포를 약포라 했다지요.) 같은 음식들은 참기름이 재료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약주는 참기름이 들어가지 않지만 귀한 술, 좋은 술이라는 의미의 약주이겠지요. 예전에는 술을 빚는 백미 포함해서 약재들까지 그 당시 귀한 재료들로 만들어졌을 테니까요.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의미의 크리스마스, '성스러운 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명절'이라는 뜻의 성탄절.
종교를 떠나 이 지구상의 누구나 비슷한 의미로 명절을 즐기는 이 시즌이 새삼 놀랍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귀한 날에 귀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 또한 사람 사는 것은 다 같나 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귀한 음식이라도 크리스마스 몇 해만 지나면 혈당을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게 크리스마스가 온통 달달함으로 물드는 유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