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로텐부르크에서 시작된 슈니발렌으로 크리스마스의 아쉬움달래다.
유럽 겨울 여행을 비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날씨 때문일 것입니다. 해가 빨리 지는 것은 그렇다 쳐도 거의 매일 흐린 날의 연속입니다. 흐리다가 비가 오기도 하고요, 눈이 내리기도 하지요. 겨울에는 해를 많이 볼 수 없어서 비타민 D를 따로 챙겨 먹어야 할 정도이지요.
이렇게 자칫 우울할 수 있는 겨울에 각 도시마다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활력을 주고 우울한 긴 겨울을 나기 위한 유럽인들 나름의 지혜가 아니었을까요?
실제로 크리스마스 마켓은 14~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겨울은 이동도 어렵고 식량 확보가 중요했기 때문에, 겨울을 나기 위한 물품들을 한 곳에 모아 파는 시장이 필요했었고요. 이 시장에서 건과일, 빵, 향신료, 모피, 촛불 같은 생필품이 주로 거래되었다고 해요.
세월이 흘러서 대림절(크리스마스 전 4주간)과 연결되면서, 오래 보관 가능한 빵과 과자(슈톨렌, 레브쿠헨, 슈니발렌 등)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6세기 이후부터는 시장이 점점 축제적 성격을 띠게 되었답니다. 독일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이 가장 오래된 마켓이라고 알려지고 있고요. 이후 독일어권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 마켓 문화가 주변 도시들로 퍼져 나갔다고 합니다.
요즘 가장 많이 알려진 크리스마스 마켓으로는 독일의 뉘른베르크뿐만 아니라 로텐부르크, 쾰른, 오스트리아, 브뤼셀, 알자스(프랑스), 프라하 등이 있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마켓의 시작이 되었던 독일은 각 도시들마다 규모가 크던 작던 마켓들만 돌아다녀도 한 달 내내 지루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도시들마다의 풍경과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모습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하지만 각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음식이나 소품 등이 다 비슷하더라고요. 유독 눈에 확 띄는 지역 특산품을 제외하고는 웬만해서는 공통된 것이 많습니다.
그 와중에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슈거 파우더가 뿌려진 케이크나 쿠키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겨울이기도 하고 하얀 눈을 담아내고자 했음이겠지요.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아다니다 보면 꼭 눈에 띄는 귀여운 녀석들이 있어요. 바로 슈니발렌입니다.
독일에서 처음 슈니발렌을 보았을 때는 "이거 망치로 먹는 그 슈니발렌 맞아?"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한국에서 잠시 유행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망치로 먹을 정도로 단단하지도 않았고요. 망치 당연 필요 없고요.
한국에서는 왜? 망치로 깨 먹는 마케팅을 한 것일까요? 참... 의문입니다.
괜히 애꿎은 슈니발렌에 대한 선입견만 생겼어요. 현지에서 보면 얼마나 귀여운데요. 동그란 녀석들이 마치 눈덩이를 모아놓은 듯, 초콜릿이나 슈가파우더를 뒤집어쓴 모양이 꽤 귀엽습니다.
또한 슈니발렌은 그 모양새를 가만히 뜯어보면 정성이 이 만저만 한 게 아닙니다.
슈니발렌 반죽은 버터·달걀·설탕을 섞어 단단한 반죽을 만드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 반죽은 쿠키 반죽보다 훨씬 질기고 탄탄해야 합니다. 왜냐면 모양을 잡아주기도 해야 하지만 굽는 반죽이 아니고 튀겨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죽을 얇게 밀어서 가늘고 긴 띠 형태로 잘라줍니다. 잘라 준 띠 형태의 반죽을 동그란 틀(공 모양 프레임)에 균형 있게 넣어 튀겨 냅니다.
일반적인 쿠키들 보다는 단단하고요 튀긴 도넛보다는 훨씬 바삭합니다.
기름에 튀긴 후에는 틀에서 잘 분리하여 슈가 파우더, 초콜릿이나 글레이즈 등을 얹어 주면 됩니다.
대부분의 제과류들이 정성이 많이 들어가기는 합니다. 이렇게 품이 많이 드는 만큼 맛이 없을 수 없겠지요.
어느 계절에나 먹을 수 있지만 특히 슈니발렌은 크리스마스와 더욱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나 차 한잔에 곁들여 먹기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크리스마스트리 오너먼트로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튀긴 반죽이기 때문에 공기 중에 노출이 오래되면 산패가 되겠지만요.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에 만들어 점심때쯤 걸어두었다가 저녁에 온 가족 다 같이 나눠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다시 정막하고 차가운 공기가 가득한 광장만 남겠네요.
휘황찬란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자리했던 했던 광장이 긴 겨울잠을 자는 그때가 와도 눈덩이 닮은 정성 가득 슈니발렌의 달콤한 맛은 여전히 남겠지만요.
크리스마스 마켓이 사라지는 것이 내심 아쉽습니다.
슈니발렌의 본고장 로텐부르크(Rothenburg ob der Tauber)에는 크리스마스 박물관이 있다고 하니,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아쉬움 달래러 가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왜 이렇게 크리스마스에 진심을 다하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