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구리 천국 독일마트 투어

마트투어 마니아가 찾은 프랑스식 사블레(Sablé)

by 연우

거의 매일 마트에 갑니다. 뭘 그렇게 살 것이 많으냐고요?

그러게요. 뭘 그렇게 살까요?

냉장고가 너무 작아서 쟁여두기 어렵기도 하고요. 운동삼아 마트에 가서 무엇인가를 사지 않고 구경만 하고 돌아오기도 합니다.

REWE, Lidl, Alnatura, tegut, EDEKA, Penny, ALDI 등등. 독일 마트들을 나열하고 보니 꽤 많네요. 하루에 한 곳씩만 가봐도 1주일이 모자라요.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마트구경을 너무 좋아했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던지 유적지나 박물관은 못 가도 마트는 꼭 찾아갑니다. 그렇다고 뭔가를 많이 구매하지는 않습니다. 새롭고 신기한 물건들과.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들 관찰하는 것을 선호할 뿐이지요. 그리고 같은 마트를 가는 것도 선호하지 않아요. 그런 중에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새롭게 접하는 것들은 신중하게 선택하여 꼭 먹어보는 편입니다. 마트 구경의 기준이 좀 까탈스럽기는 합니다.


마트에 진열된 수천 가지의 품목들 중 유독 눈으로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것들이 있어요. 바로 초콜릿과 하리보 젤리, 각종 쿠키들이 놓인 선반입니다.

아무리 새로운 것은 맛보고 싶은 것이 있어도 애써 외면하게 되는 코너이기도 합니다.

KakaoTalk_20260106_100445725.jpg 한 공간을 점령한 밀카. 독일 마트의 흔한 풍경.


100년 전만 해도 설탕은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자원이었다지요. 설탕은 현대 사회에서 천덕꾸러기가 될 줄 알았을까요? 사실 설탕이 죄는 없는데 말이죠.

나이 들어 호르몬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여기저기 쑤시는 것의 원인 중 하나로 설탕 같은 단당류를 꼽더라고요. 그런저런 이유들로 덜 먹으려 노력 중이기에 눈으로만 보는 아이템들이 있어요. 하지만 마냥 눈으로만 볼 수 없을 때는 치팅데이 같은 날을 정하고 그날을 맞이하여 딱 2개 정도 사서 먹습니다. 사실 그렇게 먹어본 것이 꽤 많기는 하네요. 물론 이중 귀한 기회인데 맛이 별로인 것들도 있었지요. 많이 덜어낸 것들을 선택하면 늘 실패를 했던 것 같아요.

역시 쿠키들은 원래 배합이 다 들어간 것들이 맛있어요.

물론 다른 유럽연합의 국가들도 마찬가지지만, 독일은 먹거리에 있어서는 매우 까다롭습니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첨가물 같은 것은 넣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달달한 것을 먹으면서도 조금은 더 합리화를 하게 됩니다.


한국의 과자들은 새우깡, 알새우칩, 짱구 오징어칩 같은 스낵류가 많은 편이고요. 독일을 포함한 유럽은 감자로 튀긴 감자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쿠키류가 많습니다. 아마도 티타임 문화 때문인 것 같아요. 대부분이 커피나 티류와 잘 어울리는 것들인 것을 보면 말입니다. 또는 한 끼 식사 대용으로 먹어도 될 정도로 든든한 과자들도 있고요.

KakaoTalk_20260110_123245436_01.jpg
KakaoTalk_20260110_123245436.jpg
독일 130여년 전통의 Leibniz(라이프니츠) 과자 중 모듬세트. Leibniz 과자들 역시 최고!


KakaoTalk_20260105_114917426_01.jpg
KakaoTalk_20260105_114917426_02.jpg
국가를 떠나서 몽쉘이나 파운드 케이크류들도 꽤 다양하다.
사블레와 좀 더 건강한 느낌의 귀리 쿠키

최근에는 유기농 식품들을 주로 판매하는 Alnatura에서 아주 위험한(?) 맛의 쿠키를 발견했어요. 너무 맛있어서 앉은자리에서 한 상자를 다 순삭 할 정도의 맛이랄까요? 맛과 질감이 개인 베이커리가 아닌 대량생산 된 쿠키라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프랑스식 사블레(Sablé) 스타일의 레몬 쿠키입니다. 한국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샤브레' 와는 많이 다릅니다.


Sablé는 프랑스어 sable에서 온 말로 ‘모래’라는 뜻입니다. 즉, 모래처럼 부서지는 질감이 특징인 쿠키인셈지이죠.

재료도 간단합니다. 밀가루, 버터, 설탕, 달걀, 소금이 전부입니다. 사블레의 핵심은 글루텐 형성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버터와 밀가루를 섞어 계란을 넣어 크림화한 후 밀가루를 최대한 가볍게 섞어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반죽을 치대지 않고 살살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이 기술이지요. 그래야 입안에서 사르르 무너지는 질감이 만들어집니다.


또 박스에는 '섬세한 쇼트브레드'라는 문구도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부드럽게 부서지는 쇼트브레드 타입의 쿠키라는 설명일 것입니다. 사블레(Sablé)라더니 쇼트브레드는 또 무엇이냐?

쇼트 브레드는 짧은 빵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Shortbread는 영국, 정확히는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전통 과자이고요, short는 ‘짧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과 용어로 ‘부서지기 쉬운’을 뜻합니다.

즉, 쇼트브레드는 글루텐이 거의 형성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전통적인 사블레(Sablé)와의 가장 큰 차이는 달걀을 넣지 않고 밀가루, 버터, 설탕만으로 만들어진 쿠키라는 것입니다. 둘 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사르륵 녹아 없어지는 제과법으로 만들어지는 쿠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요 녀석이 아주 요물입니다.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아 없어진다고나 할까요? 한 개만 먹을 수가 없어요. 쿠키랑 밀당이라니요. 또한 커피보다는 녹차나 홍차와 잘 어울리는 맛인 것도 좋아요. 완전 홀딱 빠졌네요. 마트에서 파는 양산 사블레도 이 정도인데 정통 프랑스 파티세리 pâtisserie는 또 어떨까요? 이렇게 한 가지 더 먹어보고픈 것이 생겼습니다. 리스트 업 된 것 만 백만 열 가지 정도 되려나요? 오늘도 먹기 위해 운동을 하러 나가야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