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름이 뭐니? 무엇이라 불리던 결국 독일식 도넛

Kreppel, Berliner, Krapfen, Pfannkuchen

by 연우

도나스를 아십니까?

길거리에서 불쑥 다가와 말을 거는 낯선 분들과 같이 뜬금없는 물음이네요?

이런 생뚱맞은 상황이 저에게 한국의 도나스와 같이 독일의 도넛도 이렇게 갑자기 다가오는 즉흥적 행동 또는 충동적으로 먹어보는 달달함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울 성북동 초입에 자리한 나폴레옹이라는 베이커리에는 시장에서 3개 이천 원하는 것에 비하면 꽤 고가의 생도나스를 판매합니다. 가끔 친정 갈 때 나폴레옹 베이커리에 들러 쟁반 한가득 빵을 삽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 맛있어 보이는 생도나스를 제 몫으로 딱 한 개만 골랐습니다. 잘 튀겨져서 윤기 잘잘 흐르는 생도나스. 그런데 그날따라 할머니께서 그렇게 많고 많은 빵들 중에 딱 한 개인 생도나스를 고르시는 겁니다. 어찌나 맛나게 드시던지. 제 몫이라고 말도 못 하고 말았어요. 평소 단맛 자제하는 제가 유일하게 자제력을 잃는 생도나스인데. 할머니께 양보했네요.

사실 설탕이나 물엿의 쨍한 단맛을 썩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나이 들면서 설탕을 될 수 있는 데로 먹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독일에서도 매일 가는 베이커리에서 케이크류 같은 후식류들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더랬죠.

가끔 도넛 한 개만으로 점심식사 하는 사람들을 봐도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비가 오는 하굣길에 도넛을 먹으며 걷는 아이들을 봐도 그런가 보다 했고요. 아침 일찍 도넛들로 꽉 찼던 쇼케이스가 오후만 되면 텅텅 비는 것을 봐도 또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렇게 애써 외면하던 어느 날 아침 일찍 베이커리에서 통밀 빵 컷팅을 기다리는 동안 가지런하게 진열된 도넛들을 보게 되었어요. 어찌나 예쁘던지요. 제 눈은 이미 먹어야겠다 했나 봅니다. 다 잘라진 빵을 건네어 받으며 더 필요한 거 없냐는 점원의 말에 그만 도넛 하나 달라고 했습니다.


집에 오는 내내 도넛 하나만 들어있는 빵 봉지를 어찌나 귀하게 들고 왔는지 모릅니다.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에 바닐라향 진한 크림 덮인 도넛 한입은 그냥 끝!

아침을 먹고 후식으로 커피와 도넛을 잘라먹었습니다. 요리경연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 된 것 마냥 한 입 베어 물고는 천천히 음미했습니다. 와~ 이런 맛이었구나? 단맛이 절제되어 딱 적당한 단맛과 바닐라크림의 풍미에 더해 폭신한 반죽까지. 생긴 모양은 던킨도넛과 유사하지만 맛은 전혀 딴판입니다. 비교불가!

맛있구나를 연발하다 정신 차리고 영수증을 보니 도넛 한 개 가격이 2.5유로였습니다. 밀빵 큰 한 덩이에 3유로인데 도넛가격이 2.5유로라니요. 맙소사. 뭐가 들었길래 이리도 비싼 것인지요?


베를리너(Berliner), 크라펜(Krapfen), 판쿠헨(Pfannkuchen), 크레펠(Kreppel), 크래펠(Kräppel)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동그랗고 맛있는 이 도넛의 정체는 반죽을 발효하여 기름에 튀겨내는 튀김류에 속합니다. 전통적으로는 돼지기름을 사용했기 때문에 라드 페이스트리라고도 불리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식물성 기름이 더 흔하게 사용됩니다. 도넛 안에 베리류 잼 같은 필링을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합니다.

붉은 잼이 필링으로 들어있는 도넛들이 일반적입니다. (그림출처: https://www.alnatura.de/de-de/)


도넛 반죽의 재료는 밀가루, 우유, 버터, 설탕, 이스트, 달걀, 소금, 필링 또는 장식용(슈가파우더, 초콜릿 글래이즈, 잼 등) 입니다.

반죽을 완성하고 1차 발효하고 동글게 만들어 2차 발효 후 튀기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런데 이때 튀기는 과정이 만만치 않습니다. 뒤집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름에 도넛의 가운데에 띠가 잘 생겨야 합니다. 한쪽 면이 황금색이 되면 뒤집어 주고요. 또 다른 쪽이 황금색으로 변하면 꺼냅니다. 꺼낸 후 도넛의 가운데에 경계면이 보이면 아주 잘 튀겨진 것입니다.

그냥 밀가루반죽을 튀겨도 어렵지만 도넛 반죽에는 버터, 우유, 달걀로 반죽된 것이기 때문에 쉽게 탈 수 있습니다.


크라펜(Krapfen), 크레펠(Kreppel), 판쿠헨(Pfannkuchen)으로 불려지는데요, 사실 베를리너(Berliner)라고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베를리너(Berliner)의 유래는 1756년 베를린의 한 제과점 주인의 간절한 포병 복무에 얽힌 일화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포병복무 대신 제빵사로 복무한 것이 못내 아쉬워 오븐이 없었던 야전에서 포탄 닮은 도넛을 기름 두른 팬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독일 베이커리 카페에 진열된 각종 제과류. 맨 왼쪽의 도넛들

독일이나 독일 주변나라들 베이커리 어디에서나 사실 도넛, 베를리너, 크라펜, 크레펠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언제나 똑같이 가볍고 달콤한 발효 반죽으로 만든 도넛을 받게 되겠죠. 그런데 왜 이 간식에는 이렇게 많은 이름이 있을까요? 딱 떨어지는 이유가 없어도 그냥 맛있어 보여 먹어보는 것도 그저 평범할 하루를 재미나게 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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