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맛 시나몬롤 Zimtschnecke

초코소라빵 같은 계피 달팽이 짐트슈네케

by 연우

시나몬롤. 시나몬 향이 나는 롤빵. 직관적으로 맛이 상상이 되는 설명입니다. 그러면 소라빵은 어떤가요? 역시 소라모양의 빵 안에 초콜릿이 들어있는 빵이 떠오르지 않나요? 그런데 왜 이름이 소라빵이었을까요? 또 쓸데없는 궁금증이 발동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답을 못 찾긴 했습니다.

사실 소라빵의 유래는 프랑스어인 코로네뜨 coronette(원뿔) 형태의 속이 빈 원뿔 모양의 빵에 초코 크림이나 생크림 등을 채워 먹는 빵이라고 합니다. 이 원뿔 모양 빵이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한국으로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프랑스 발음이랑 비슷하게 '코로네'라고 불렸나 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원뿔이라는 말 보다 '소라'라는 이름의 빵이 되었어요. 부르기 쉽고 빵의 모양을 바로 알아먹을 수 있게 불렀던 것은 아닐까요? 그저 추측만 해 봅니다.


시나몬롤을 얘기하면서 초코빵이 떠오른 건 아마도 이름 때문인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시나몬롤을 Zimtrolle(짐트롤레). 즉, 시나몬 롤이라고도 부르지만 Zimtschnecke(짐트슈네케). 즉, 계피 달팽이라고 더 많이 불려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계피달팽이라는 이름이 훨씬 친근하니 좋습니다.

어릴 적 동네에 '뉴욕제과'라는 빵집이 있었어요. 그 유명했던 강남역의 뉴욕제과의 체인점인지는 모르겠지만 동네에서는 꼬꼬마들의 참새방앗간 같은 곳이었습니다. 엄마와 또는 아빠와 또는 누군가와 손잡고 그 가게 앞을 지나갈 때마다 달콤한 냄새가 매일 나던 빵집에 들어가 뭔가는 받아내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단편적인 기억들 중에서도 가장 최애는 소라빵이었습니다. 모양도 귀여운데 심지어 초코크림이 부드럽기까지 했으니 이건 뭐 반하지 않을 수 없는 거였죠.


그럼 이제 제가 맛본 시나몬롤 맛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한국에서 먹어본 일반적인 시나몬 롤은 빵의 질감이 좀 뻣뻣했다고나 할까요? 발효를 하는 빵이지만 배합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요즘 매우 부드럽게 구워내는 곳들도 많습니다만. 제가 오래전 제빵실기 시험 품목으로 접한 시나몬롤의 선입견 때문에 아직도 시나몬 롤은 잘 먹지 않아 맛에 대한 데이터가 별로 없어서 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일식 계피달팽이는 빵의 결이 훨씬 폭신합니다. 그리고 단맛도 덜합니다. 한국식 계피롤은 밀가루 반죽을 1차 발효 루 넓게 펴서 계피+설탕을 뿌려 말아서 컷팅합니다. 그런데 독일의 계피달팽이는 설탕보다 계피에 중점을 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한국 스타일이 후식의 성격이 강한 반면 독일은 후식과 주식의 중간 정도입니다.

계피달팽이 Zimtschnecke(짐트슈네케)의 단면

자 그렇다면 계피달팽이는 이름만 친근한 계피가 듬뿍 들어간 별로인 맛있까요?

계피향을 원래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별로 추천 안 합니다. 독일 계피달팽이는 정말 계피향이 진하게 나거든요. 뭔가 어른의 맛이랄까요? 태어나서 처음 수정과를 마시던 날을 떠올리자면, 꽤 충격적인 맛이었죠. 이 맵고 달달한 물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 섞인 여러 감정들이 더해진 맛에 대한 추억. 하지만 그 이후로 묘한 중독성에 끌려 홀짝 거리며 마셨던 기억이 있어요. 그렇습니다. 딱 어릴 때 수정과 처음 먹었을 때 기억나게 하는 진한 맛을 빵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는 겨울에 먹는 음료나 후식류들 중에 계피 들어간 맛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추억의 일부라 그런 것 같네요.

서울 남산자락 아래에 위치한 하얏트 호텔 야외 아이스링크에 가면 어린아이 얼굴만 한 큰 잔에 코코아를 팔았습니다. 꽤 오래전 기억이라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계피 올린 코코아를 한잔 마시면서 바라보는 서울시내 풍경이 그럴싸했습니다. 그 날 이후 겨울의 맛은 계피향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겨울의 맛에 더해 독일의 맛으로 계피향을, 계피달팽이를 기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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