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롱 Jan 14. 2021

[인터뷰] 쓰레기의 도시 서울에서 환경운동가로 살아가기

서울환경연합 이동이 팀장


*해당 인터뷰는 서울시 청년인생설계학교 기록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5월, 구독하는 뉴스레터를 통해 *서울환경연합에서 플라스틱 방앗간 참새클럽 멤버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대중에게 정식으로 프로젝트를 선보이기 전 진행하는 베타테스터에 지원했고 2달간 플라스틱 줄이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모여 활발히 의견을 나눴다. 테스터가 보낸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굿즈는 공장에서 막 만든 새 제품 같았고 퀄리티도 좋았다. 문득 이러한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방법을 활용해 환경 문제의 메시지를 담은 창업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셔스 플라스틱의 국내 진행 현황과 실제 공정 과정이 궁금했고,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기획과 활동을 업으로 삼는 이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이동이 팀장님께 인터뷰를 요청했다.


*서울환경연합 : 한국에서 제일 오래 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의 본부이기도 하다. 서울본부의 활동가는 12명이며, 각 지역 환경단체들이 모여 만든 52개 지역의 환경단체와 연대하여 활동한다. 자원순환, 기후 에너지, 생태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이슈로 다루고 있다.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 프로젝트 :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치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은 오픈 소스로 언제, 어디서, 누구나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작은 플라스틱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플라스틱 방앗간’



-얼마 전 플라스틱 방앗간이 베타테스트를 거쳐 정식으로 오픈했다. 대중 반응은 어떤가?


  원래 상시 오픈하려던 프로젝트였다. 7월 초 트위터에 공지 후 3일 동안 900명이 신청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리트윗의 효력이었다. 신청 인원 절반이 25~35세, 90% 이상이 여성이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일단 이번 기수는 2000명으로 마감했다. 뒤늦게 신청하신 분들에게는 다음 기수 모집 시 오픈 알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는데 그것 또한 700명 정도 신청한 상태이다.



-엄청 폭발적인 반응인데, 현재 작업하는 인원으로 감당 가능한 물량인가.


 아무래도 현재 작업 공간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추가로 장소를 알아보는 중이다. 택배 적재, 포장 해체, 내용물 분류, 세척, 말리기 등 할 일이 많다. 인력이 부족하면 자원 봉사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서울환경연합은 비영리 시민 단체이기 때문에 자원 봉사자를 모집하고 봉사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사출 같이 어려운 작업은 대체 인력을 모집할 예정이다. 리워드 발송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솔직히 가늠이 잘 안 된다. 해봐야 알 것 같다.



-베타테스트 당시엔 어떻게 운영되었나. 구체적인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올해 1월부터 사업을 시작해 공간 대여와 기계 조사에만 4달 걸렸고, 5월부터 베타테스터 모집, 튜브짜개 몰드 제작, 굿즈 완성을 동시에 진행했다. 31명의 베타테스터 중 25명이 택배를 보냈고 일주일 동안 7Kg 정도 수거했다. 병뚜껑 하나에 3g인걸 감안하면 적은 양은 아니었다. 플라스틱이 조금씩 수거 되는대로 제작하다보니 굿즈 몇 개를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

 작업 과정은 소형 플라스틱 수거-분류-분쇄-녹이기-몰드에 붓기-굳이기 순으로 진행된다. 플라스틱을 녹이는 사출기와 굿즈 몰드는 프래그랩에서 주문 제작했다. 프래그랩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프레셔스 플라스틱(이하 P.P)을 시도한 곳으로 우리에게는 사업 파트너이기도 하다. 분쇄기와 프레스기는 기성제품인데, 티셔츠에 그래픽을 인쇄할 때 쓰는 프레스기는 열을 가하는 기계니 플라스틱도 녹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들여왔다. 가공 시 유독 물질이 가장 적게 나오는 PP와 PE 소재로 작업하지만 이 또한 인체에 아예 무해한 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방독면을 쓰고, 열처리 작업을 위해 장갑을 끼고, 환풍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안전하게 작업하고 있다.



-몰드를 디자인에 따라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P,P가 알려졌으면 좋겠는데, 혹시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현재로서는 어렵다. 아직은 우리가 대중에게 장소를 내어줄 만큼의 공간이 여의치 않다. 몰드 디자인과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개인이 진행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스타트업이나 소셜 벤처같이 작더라도 규모가 있는 곳에서 시도함이 적합하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 지역사회의 자원순환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역 주민이 직접 플라스틱을 녹여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쓰는 활동이 일상화 되어야 한다는 거다. 지금은 프로젝트 초기라 우리가 있는 이곳 종로구 창신동으로 전국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내주고 있지만 그렇게 운영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각자의 동네에서 자원이 순환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업 3년차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직접 플라스틱을 녹이고 굿즈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공간 대여를 운영할 계획이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굉장히 기발하고 재밌는 사업인 것 같다. 누가 처음 아이디어를 냈고 어떻게 실현할 생각을 했나.


 플라스틱 방앗간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원받고 있다. 함께 일하는 활동가가 2년 전 해외 유학 중 P,P 프로젝트를 접하고 이를 공유한 것에서 시작했다.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기본적으로 갖춰야하는 장소, 장비 등이 부담되어 시도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가 마침 공모 사업 공고를 발견했다. 플라스틱 방앗간의 골조가 되는 수거 시스템은 사업 선정 이후 구축된 것이다. 튜브짜개 아이템은 다른 활동가의 아이디어였고 디자인은 내가 했다. 튜브짜개 아이디어가 신박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다음에 평범한 아이템을 들고 나타나면 사람들이 실망할까봐 조금 부담을 느끼고 있다.



-플라스틱 방앗간과 서울환경연합의 활동 운영에 필요한 자원은 어디에서 나오나.


 플라스틱 방앗간은 공모 사업비로 운영중이며 서울환경연합 소속인 나의 인건비, 단체의 활동 비용은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조달한다.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독립성 유지 등을 이유로 후원으로 운영된다. 나라의 시설처럼 국비를 받지는 않는다.




서울에서 환경운동가로 살아가기



-서울환경연합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되었나.


 이곳에 입사한지 6년 정도 되었다. 서울환경연합 미디어 홍보팀장으로 온라인채널 관리, 플라스틱 방앗간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사실 예전부터 막연하게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당시 나에겐 환경 분야가 제일 진입장벽이 낮게 느껴졌다. (과연 그랬나?) 그렇지 않았다(웃음). 환경 연합에 입사한 후 공부한 지식이 이전까지 알고 있던 내용보다 훨씬 많다. 이전까지 환경 이슈 하면 ‘뭐, 쓰레기가 많아서 문제긴 하지.’라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그럼 이곳이 첫 직장인건가.


 아니다. 활동가가 되기 전 여러 일을 해봤다. 처음 사회생활을 한 기업 디자이너로 시작했는데 회사 생활이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나는 내 디자인이 예쁜데 회사에서는 계속 다시 해오라는 거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 아닌 내가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후 서울시 뉴딜 일자리에서 지역주민 대상으로 영화 모임을 기획하는 일을 10개월 정도 했다. 재미는 있었지만 모집부터 기획까지 혼자 다 해야하는 일이 버겁게 느껴졌다. 머리를 쓰지 않는 기계적인 일을 하면 괜찮을까 싶어 방송사에서 단순 반복 노동도 잠깐 했다. 그곳에서 축제 기획 수업을 듣다 우연히 우리 단체 처장님을 만났고, 그분께 단체에서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서울환경연합에 후원을 시작했다. 그렇게 인연을 이어오다 디자인 역량이 있는 활동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다. 후원자였다가 활동가가 된 케이스다.



-환경단체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장점은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것. 내가 하는 활동이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내가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미친다. 독립적으로 일하고 싶은 내 성향과도 잘 맞는 듯 하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획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직업이고, 기획한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도 하기 때문이다. 조직 분위기도 ‘하고 싶은거 해라’ 하며 응원하는 분위기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어려운 점도 없다.

 단점은 항상 재정 걱정을 해야한다는 것.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후원을 제안하는 것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 편이다. 후원은 내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왜 돈이 필요한지 설명하는 것도 하나의 훈련이다. 그렇게 내 언어로 내 활동을 정의하고 정리하면서 내 생각이 정리가 되기도 한다.




일이 어렵고 힘들어도, 세상이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는다. 공해 가득한 서울에서 환경 운동가로 살아가는 이동이 팀장님이 그랬다. 나도 ‘내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런 확신을 내 안에 담고 싶었다.

초기 비용과 공간 대여 문제로 PP프로젝트는 아쉽지만 당장 내 사업에서 실현하기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분명 의미 있고 필요한 시도이므로 언젠가 새 플라스틱을 대체할 재료로 쓰이길 바란다. 플라스틱 방앗간의 움직임이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시도가 될 것이다.




서울환경연합 인스타그램 : @seoulkfem

플라스틱방앗간 인스타그램 : @plastic_mill


초롱
블로그 : https://blog.naver.com/sukyoung59
인스타그램 : @maynin_5959


작가의 이전글 [인터뷰] 나의 '공예'가 '공해'가 되지 않도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