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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an 19. 2021

똑똑하고 용기있던 너에게

김영서의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를 읽고

 

이매진출판사, 2020년 개정판

이 책을 알게 된 건 고2 수학여행 때였다. 당시 나는 빠듯한 일정에 지쳐 이불을 깔고 누워 얼른 잠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잠자리를 가리는 편인 나는 새벽이 다 되도록 잠에 들지 못했다. 그때 옆에 누워 있던 친구가 "ㅇㅇ아, 졸려?" 하고 물었다. 내가 "아니"라고 대답하자 그 친구는 자기가 최근에 읽은 책 내용을 말해줬다. 그러면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지금 뭘 듣고 있는 거지. 잠이 다 달아날 정도로 끔찍하고 소름이 끼치는 내용이었다. 뭐? 아빠가 딸에게 뭘했다고? 나는 경악했고 그 친구는 내가 놀라는 목소리를 듣더니 더 흥분하며 말을 이었다. 점점 듣기 거북해진 나는 친구가 이야기를 멈췄으면 했지만 그애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놀라다 지쳐 점점 잠이 왔다. 하지만 그날 그 친구가 말해준 책의 제목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라니, 무슨 인소같은 제목이네, 하고 어둠 속에서 친구 몰래 조금 웃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마친 친구는 내게 신신당부하듯 말했다. "이 책 꼭 읽어봐. 알았지? 너도 꼭 읽어봐야 돼."  

 그때 친구는 내게 왜 이 책 내용을 그토록 구체적으로 말했을까? 그보다 왜 그 시간까지 잠들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이 너무나 강렬해서, 자신도 모르게 그 이야기에 너무 감화되어서 그것을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걸까. 이런 일이 일어날만큼 세상은 너무 무서운 곳이라고, 그러니 내 친구들은 세상이 이렇다는 걸 꼭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 했을까. 그렇게 모두가 잠든 밤까지 그 책의 내용을 잊지 못하다가 너처럼 유독 잠들지 못하는 나를 보며 이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한걸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그 친구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지금은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가 되었다. 그애는 반애들 중에서도 유독 똑똑하고 성숙했고 조금 독하다고 소문이 났었다. 아마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을 잘 알고 있어서,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쉽사리 꺾이지 않는 애였기에 남들로부터 그런 시선을 받았던 것 같다.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신이 속한 집단의 평균보다 더 똑똑하고 현명하게 살아가고 있겠지.

이제는 절대 웃을 수 없는 이 책의 제목으로 운을 띄우며 그때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너와 다시 나누고 싶어. 현아야, 이 책의 저자처럼 똑똑하고 용기있던 너가 지금도 어단가에 무사히 존재하기를 바라. 우리는 이 책에 등장하는 어떤 여자들처럼도 되지 않기를. 지금껏 어떤 사람도 너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기를.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이 지옥을 채우고 있는 것들에 좌절했다는 말보다 서로가 있어서 이겨냈다는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랄게.

어디서든 건강하고 행복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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