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질문을 합니다. 그 질문의 주체는 누구인지 생각해 보신적 있으신가요? 제가 가장 질문을 많이 하는 상대는 단연 아이들입니다. “잘 잤어? 좋은 꿈 꿨어?”를 시작으로 아침을 열고, 학교에 다녀오면 “오늘 즐겁게 보냈어? 점심엔 뭘 먹었어? 누구랑 놀았어?” 질문을 하게 됩니다. 엄마가 되니 주로 듣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우리 아이가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는지, 오늘 기분은 어떤지, 몸 상태는 괜찮은지,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 질문하고, 아이가 해주는 답에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엄마들! 우리의 안부는 누가 물어 주고 있나요?”
부끄러운 고백 하나 하자면 큰아이가 어릴 때 남편에게 카톡 폭탄을 자주 터뜨렸습니다. “애가 오늘도 낮잠을 안 자”, “기침하는데 병원 가야겠지?” “언제 끝나?” 옆에서 보채는 아이만큼 문자로 남편에게 보채곤 했습니다. 그때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는 외로웠던 것 같아요. 주고받는 대화가 절실했습니다. 온종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아이를 바라보며,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아기의 울음을 견뎌내야 했으니까요.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어른과의 대화가 필요했어요.
카톡으로 남긴 대화 속에는 ‘빨리 와서 나 좀 도와줘’라는 구조 신호도 있었지만, 그 내면엔 사실 이런 소망이 담겨 있었어요. 남편이 나의 안부를 물어줬으면 하고 바랐던 것 같아요. “오늘도 잘 지냈어?”, “점심은 먹었어?”, “오늘 저녁때 일찍 들어갈 것 같은데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퇴근할 때 사서 갈게.” 큰 걸 바란 건 아니었어요. 당장 퇴근해서 내 옆에 있어 달라는 것도 아니었죠. 그저 나의 존재에 대해, 나의 안녕에 관해 물어주길 바랐거든요. 그렇지만 남자들…. 우리 남편들은 곧이곧대로만 듣잖아요. “어쩌지? 오늘 갑자기 회식이 잡혔는데….”, “애가 기침하면 얼른 병원에 가봐”, “오늘도 야근” 돌아온 답은 전부 이랬습니다. 눈치도 더럽게 없어요. 정공법이 아니면 알아듣지 못하는 바보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세요. 내가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데, 남편이라고 무슨 수로 제 안에 숨겨진 마음을 알아봐 주겠어요? 나도 잘 모를 때가 많은데 말이죠.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봐 주길, 그 마음이 원하는 길을 안내해 주길, 원하는 대로 행동해 주고, 알아서 도와주길 바란다면 끝도 없어요. 서로 괴로울 뿐입니다.
이런 괴로움의 터널에 계속 갇혀 있기를 바라시나요? 내 두 다리로 당당하게 그 터널을 통과해 걸어 나갈 용기를 내어 보면 어떨까요? 그 방법으로 찾은 게 바로 ‘셀프 질문’입니다. 우리에겐 셀프 질문이 필요해요.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을 통해 감정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솔한 답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길, 괜찮냐고 물어봐 주길 기대하지 말아요. 이제는 나에게 질문을 시작할 때입니다.
위 글은 <엄마의 틈새 시간>책 일부입니다.전문은 책에서 읽어 보실 수 있어요.
https://brunch.co.kr/publish/book/11275
쉼표구름의 "엄마의 틈새 시간"중에서
https://brunch.co.kr/publish/book/11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