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닐 때 수업 시간 기억나세요? 수업이 끝날 때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죠. “질문 있는 사람!” 우리는 전부 약속이나 한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을 겁니다. 질문하면 수업 시간 길어진다고 괜히 눈총이나 받을 것 같고, 때론 수업 내용에 어울리지 않는 질문을 한다고 선생님께 한 소리 듣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럴 바엔 아예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 게 중간이라도 갈 수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이 어색하고 또 필요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어른으로 컸어요. 하지만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나 자신에게 말이죠. 특히 엄마들에게 셀프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1. 감정 알아차리기
육아와 살림을 하며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돌아볼 시간을 갖기 어렵습니다. 눈앞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더 시급하기에 지금 나의 기분은 뒤로 밀어 두기 쉽습니다. 하지만 제때 풀지 못한 감정은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쌓이고 굳어져 묵은 감정이 될 수 있습니다. 셀프 질문을 통해 나의 감정을 그때그때 알아차려 준다면 부정적인 감정이 들더라도 언제든 털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을 잠시 내려놓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만들어 식탁에 앉아 보세요. 그리고 빈 종이 한 장을 준비합니다. “오늘 내 기분은 어때?”하고 자신에게 질문해 보세요. 바쁘다는 핑계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미루지 말고 딱 5분만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 보세요.
2. 과잉 감정 분리
아이가 장난감을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돌아보니 그대로 있네요. ‘왜 몇 번을 반복해서 가르치는 데도 나아지질 않는 거지?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이럴 때 셀프 질문을 해 보세요. ‘지금 내가 화가 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하다 보면 숨겨진 감정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물건을 어지럽히면 내가 치워야 하니 일이 늘어서 짜증이 난 것일 수도 있고, 아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그것 때문에 실망감이 더해졌을 수도 있어요. 이처럼 질문을 통해 진짜 이유를 찾고, 감정에 적절한 이름을 붙여보세요.
감정에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주고 받아들이게 되면, ‘오늘 내가 많이 피곤해서 아이가 어지른 걸 치우는데 힘들구나 그래서 짜증이 났구나’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의 감정을 공감해 줄 수 있고, ‘아이가 아직은 미성숙하고, 연습이 좀 더 필요하니 기다려 주자. 한 번 더 알려주자.’ 문제 해결 마인드로 바꿀 수 있게 됩니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있지 못한다는 자책처럼 과잉 감정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3. 현실에 맞는 해결책 찾기
남편이 화장실 청소와 분리수거를 맡아서 한다더니 소파에만 누워 있네요. 몇 번 좋게 말했는데도 꼼짝하지 않고 소파에 누워서 폰만 들여다보는 남편을 보니까 너무 화가 납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어차피 집에 있는 사람이니까 집안일은 내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를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편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나도 한때는 직장 다니며 인정받고 살았는데...’ 하며 서러움이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잠시 멈춰 심호흡합니다. 내가 지금 과잉 감정일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린 뒤 감정에 제대로 이름 붙여주기 시작합니다. ‘내가 남편에게 화가 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남편에게 바라는 것은 육아맘의 힘듦과 애씀을 공감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죠. 이 감정에 이제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 봅니다. 남편의 행동에 단순히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몰라 준다는 것에서 오는 서운함, 나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만 같아서 오는 속상함입니다.
이렇게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남편이 나를 무시한다고 느꼈던 분노와 배신감은 과잉이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행동을 다시 보게 되죠. 나를 무시하고, 도와주기 싫어서 누워 있다기보다는 잠시 피곤해서 쉬고 있는 것일 수도 있죠. 깜빡 잊었을 수도 있고요. 감정의 과잉을 덜어내고 나니 그저 사실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제 나의 진짜 감정에 대해 남편에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이렇게 자신에게 질문하고, 자신의 감정을 떠올리다 보면, 마음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게 됩니다. 현실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 설명해 드린 것처럼 엄마에게 셀프 질문이 필요한 이유는 과잉 감정으로 빠지기 전,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려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다음 장부터는 셀프 질문을 통해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갔던 사례를 직접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육아맘이라면 한 번쯤 겪을 법한 3가지 사례를 준비했으니, 비슷한 고민이 있으셨던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위 글은 <엄마의 틈새 시간>책 일부입니다.전문은 책에서 읽어 보실 수 있어요
https://brunch.co.kr/publish/book/11275
쉼표구름의 "엄마의 틈새 시간"중에서
https://brunch.co.kr/publish/book/11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