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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유미 Jan 16. 2024

그 손님

이기적이고 착한 사람



 코로나가 왕성하던 때 3인 이상 집합 금지에, 카페 출입 시 온도를 측정하고 손소독제를 비치하던 유난스럽고 조심스러운 시기에 만났던 손님이다. 벌겋게 취해 마스크 없이 입장하는 건 물론 열 체크 없이 자리에 착석해 "여기 커피! 뜨거운 걸로!" 외치던 중년 남성이 카페에서 제재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입장하는 발걸음부터 진상임을 직감한 우리에게 사장님은 '내가 맡겠다'며 호기롭게 손님 앞에 섰다.

 

 "선생님, 마스크 착용해 주세요. 열 체크 도와드리겠습니다. 마감 시간 30분 남짓 남았는데 괜찮으신가요?" 정중하고 단호한 태도에 그의 태도가 바뀔 리는 만무할 터. "동네 장사를 말이야! 이렇게! 어? 융통 머리 없게 하고 말이야!" 실랑이는 3분을 넘어가고, 작은 가게의 손님들은 직원들의 마감 안내 전에도 이미 침 튀는 고함소리에 질려 하나둘씩 일어났다. 사장님은 문을 활짝 열고 다음에 다시 찾아달라 말했지만 그의 상체는 소파에 더 파고들어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고, 나는 그저 빠른 퇴근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가갔다.


 술 취한 사람은 술에 취해 본 자가 잘 다루는 법. "선생니임, 마스크 안 가져오셨어요? 요즘 마스크 없이 입장 안되는데에." 얼큰하게 취한 그는 얼큰하게 꼬깃해진 마스크를 주머니에서 자랑스럽게 꺼내 보인다. "선생니임, 열 체크 도와드리고 싶은데 너무 취하셔서 안 될 것 같아요. 문 열려있으니까 저 너무 추워요."


 세상에나. '춥다'는 말이 중년 남성에게 먹힐 줄이야. 손자 뻘 되는 직원의 '나 춥다'는 말에 "어이고, 그럼 문을 닫아야지."하며 일어나다니. 그토록 이기적인 줄 알았던 사람인데, 이렇게나 사려 깊다니. 아무리 사람은 입체적이라지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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