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치자빛 여름
내가 알던,
여름은 노란색이다.
겨자색에 가까운 짙은 노랑
장대비가 내려 나무도
하늘도 땅도 치자색이다.
누구 하나 물들이지 않은 녀석
없던 여름비.
고인 흙탕물에 다리를 적시며
텀벙거리며 놀던 날,
해가 저물도록 비가 쏟아지면
불어난 물에 다리도 떠내려가고
집도 떠내려 가는 건 아닐까,
캄캄한 밤 자개농 수놓은
이불속 고이 모셔 둔 보자기 안의
삼베를 둘둘 꺼내면
비 냄새랑 뒤엉켜
큼큼한 냄새가 나고
옷을 아직 짓지 않았는데...
한숨짓던
할머니의 목소리 같던
그 해 여름은
온통 치자색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고향을 그리워하며 제가 쓴 시인데요
이번 설날 긴 연휴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결혼 후
25년 만에 가 본 시골은 냇가도 다리도 작은 산도
그대로 있었어요. 냇가 앞이 우리 집이 있었는데
신작로를 넓히느라 집만 사라졌어요.
그래도 다리가 있는 것이
물이 흐르는 것이 참, 고맙고 신기하더라고요.
저는 저 다리 위로 물이 범람할 것 같은 여름의 소나기 장대비가 이제는 그리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