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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아롱이 다롱이

by 박수경


아롱이와 다롱이가 죽었다.

팔다리가 늘어진 채 사고였다.

어릴 적 사진을 보면 고양이와 놀고 있는 모습 강아지랑 교감하고 심지어 마당 저편에서 달걀을 낳는 닭을 헤집고 따끈한 알을 꺼내는 거리낌 없는 나였는데

어느 날, 큰 개가 낳은 아롱이 다롱이 새끼를 낳고 처음으로 이름도 지어줬다.

학교 갔다 돌아와 보니 빳빳하게 굳은 채 새끼 강아지 두 마리가 차가운 시멘트 바닥 창고를 여는 문턱에 누워 있었다.

대문틈 사이로 비집고 나가면 논이 있었는데 모내기하려고 물을 대어놓은 논에 빠져 허우적대다 그대로 죽었다고 했다. 아롱이 다롱이는 흙탕물에 빠진 흔적 그대로 누워 있었다. 문제는 아롱이 다롱이를 그렇게 며칠째 창고 앞 시멘트 바닥에 방치해 두었다. 학교 갔다 돌아오니 눈 주변으로 윙윙거리는 파리와 벌레가 파먹으려고 달려들고 있었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 시체를 처리하지 못하는 어린나는 무기력하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선명하게 남은 매우 어릴적 아롱이와 다롱이 내가 이름 지어준 처음 동물이 썩어갔다.

아마 그 뒤로 나는 강아지도 고양이도 살아있는 동물에게 애착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지금도

애완견 애완동물이라면 만지는것도 겁을 낸다. 옆에 오는게 무섭거나 하진 않지만 동물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왜 동물들이 싫을까, 그 생각을 한동안 해봤는데 썩어가는 동물의 시체에 달려드는 파리떼와 모기들 아마도 그것이 내내 나에게서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쓰고보니 공포영화 같다. 한여름밤의 호러물 정말 그랬다.


얻은것이라면 애착을 주고 이름짓는것은 결국 죽는다는것과 죽는것은 무서운 결과라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내 안에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의문이 싹 텄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일들은 참 많았다. 상실은 어떤방식으로든 내게 그 너머의 세계로 가고자 하는 갈망을 증폭시켰다. 때로 끔찍한것은 현실을 부정하고 현실을 벗어나고자 더 나은 강력한 세상을 꿈꾸고 원하게 되며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타오르게 한다.



상실을 통해 얻은 것이라는 주제로 작문한 것입니다.

상실은 있던 것이 없어지는 것 이상의 흔적을

남깁니다.

상실을 통해 모든것은 유한하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는 매일 조금씩 상실하며 살아가는건지도

모릅니다. 귀한 시간 곁에 있는 모든것들에 대해

사랑하며 살기를 바라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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