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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알게 된다.

조블랙의 사랑, 3일의 휴가

by 박수경

조블랙의 사랑.


노트북과 커피 한잔을 마시며 글을 쓰는 삶은 어쩌면 카페를 차려서 사부작사부작 일하겠다는 로망만큼이나

사치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겨우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눈앞에 두고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며 아주 오래전 포스팅을 올렸었던 적이 있었다.

삼다 글쓰기를 하면서 금요일마다 글을 쓰고 일요일까지 퇴고하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지만

지금껏 쓴 글들을 보니 그동안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이었을까 의문이 든다,

글 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얼마나 만족하고 좋아할까 싶지만 내가 쓴 에세이를 보자니 참 내가 계속 글을 써도 되는 걸까 초라해지기까지 하다,

글 쓰는 법을 잘 배워서 글을 쓰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는 마당에 왜 나는 글을 쓰고 어떤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을까?

요즘 글을 쓰면서 오히려 글을 왜 쓰고 싶어 했는지를 되묻고 있다.

내 이야기는 나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건 맞는 말이지만

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양면이 있음을 발견한다. 사실을 적는 과정에서 내가 해석하는 과정이 들어가면

정말 사실이었을까? 혹시 내가 아는 부분에서 잘못 왜곡된 것은 없었을까 어쩌면 감정까지도 그때는 아직 철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상처를 받았고 지금에 오니 그건 잘못된 나만의 해석일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일은 사실에 대한 나의 해석이 계속 새롭게 새로운 일로 바뀌는 일이구나 싶다.

계속 쓰다 보면 과거도 바뀌고 현재도 바뀌고 앞으로도 바뀔 것 같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써보면 알게 된다. 계속 쓰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계속

나 자신과 대화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계속 나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명절 내내 집에서 아이들과 있으면서

영화 두 편을 봤다. 늦은 시간에 3일의 휴가라는 김혜숙이 나오는 영화와

어젯밤 본 조블랙의 사랑 브래드피트 주연의 영화였다 조블랙의 사랑은 고전이라 봤을 꺼야 했는데 막상 보니

끝까지 보지 않았구나 알게 되었다.

두 가지의 공통점은 지금 살고 있는 세계와 사후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3일의 휴가는 죽은 김혜숙 엄마가 딸을 보러 하늘에서 3일의 휴가를 받아 오는 것이고

조블랙의 사랑은 조블랙이라는 브래드피트가 저승사자의 역할을 하려고 사람의 몸을 빌려서 와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었다. 두 가지 영화 속애서 죽음 이후의 삶을 계속 상상하게 되었다

죽음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조 블랙과

3일의 휴가에서 하늘에서 내려와 옆에서 가이드 역할을 하는 자를 보면서 영원한 삶을 통과하는 그 너머에 대리자들 어쩌면 그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죽음을 통과하도록 현재의 삶에서 조 블랙의 도움으로 지금의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고 깨우쳐 주는 조블랙과 3일의 휴가를 받은 김혜숙 옆에 있는 신입이지만 가이드의 역할을 하느라 전전긍긍하며 사람 곁을 쫓아다니는 그 둘의 모습을 보자니 한쪽은 강아지에 쫓겨 도망치는 모습처럼 인간적이기도 조블랙처럼 낮은 음성으로 죽음을

선포하듯 읊조리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어찌 되었든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깨우치는 삶이라는 공통점에 있어서는 같았다. 결국 그 딸도 엄마를 만나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정말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일 말이다.

나 스스로가 죽음을 준비하며 살지 않으면서 죽음을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니!!

두 영화를 보는 내내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며 그래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죽음을 통과하기 위해 조금 덜 두렵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구나 싶다. 여섯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일이 때로 나의 바닥이 자주 드러나고 그것을 목격하고도 다음날이면 그래 조금만 더 잘하자 싶어 다시 잘하고 그러다가 결국 내 사랑으로 하다가 탈이 나고 은혜는 한계가 있고 내가 드러나 또 생채기를 내면 그분 앞에 볼 면목이 없어 모르는 척

하다가 결국 또 그분 앞에 와서 은혜를 구한다. 엄마가 되는 일과 교회가 되는 일이 참으로 쉬운 길은 아니다.

용서하는 삶에는 서사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가장 여러운 것이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일도 아니고

나 자신을 용서하는 일이구나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나 자신을 아낌없이 용서하고 품에 안고 사랑하기 조블랙은 떠나지만 아침에 만났던 그 남자가 다시 돌아와

건넸던 말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 같다며

우리는 서로에 대해 너무 아는 게 없다는 말에 시간은 충분해요라고 답한다.

우리 이제 어쩌죠?라는 말에 “ 저절로 알게 되겠죠.” 라며 끝난다

맞다. 글을 쓰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쓰다 보면 결국 알게 되는 일인 것 같다. 글 쓰는 일이 사랑하는 일과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참으로 사랑과 죽음은 평생 써도 계속 퍼올려 쓰게 되는 영원한 소재이구나 싶다.

3시간이 넘는 영화를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서 아이들 아점을 챙겨주는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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