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라는 글쓰기 공동체 수업을 시작하였다.
삼다라는 들판에서 내가 피우고픈 꽃
20240909 삼다 13기 낮반 박수경
큰 아들이 작년 겨울에 군대를 갔다. 여섯째인 막내가
태어나 며칠 전 백일을 맞이하였다. 삼다를 지원하고 잘할 수 있을까 마음속으로 되뇐다. 첫 수필을 쓰려고 하니 막막하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잖아 내가 글을 쓰는 일은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의 한 조각을 잡아서 글로 남겨두는 것 그것마저도 하지 않으면 나는 사라져 버리고 의미 없는 날들 속에 파묻히겠지 싶다. 과연 나는 이곳에서 어떤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어떤 날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꽃이 불현듯 그림처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 파일을 뒤져보았다.
코로나가 한참이던 시절 집에서 다섯 자녀가 학교도 어린이집도 가지 못하고 등교할 수 없이 가정학습을 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이 많은 곳은 가지도 못했고 모임도 4인이상은 가질 수 없었다. 하물며 명절에도 가족들이 인원수가 넘으면 상봉조차 하지 못했다. 답답했다.
그러던 유월이었다. 내가 살던 도심 속에 당현천이라는 냇가가 있어 숨을 내쉬고 싶어 자전거를 타고 혼자 씽씽 달렸다. 그곳에서 맞이한 풍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흐드러지게 핀 빨갛고 자줏빛 강렬했던 색채가 눈앞에 펼쳐졌다. 원래 내가 좋아하는 꽃들은 여리여리한 데이지나 소국처럼 은은한 자태를 품어내는 것들이었다.
양귀비가 이토록 많은 꽃이 어우러져 피어있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새로운 풍경이었다.
내가 삼다라는 들판에서 피우고 싶은 꽃이 바로 양귀비다. 원래 내가 좋아하는 소박함, 은은함과는 다른 아름답고 강렬한 색을 뿜어내는 뜻밖에 도착한 그곳에서 연상되는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자유라는 이름의 꽃을 피우고 싶다.
예상 밖이었고 낯설었지만, 좋았던 그런 날처럼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보고 싶다. 익숙한 장소였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조금만 나가도 피어 있던 양귀비처럼 내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발견해 내서 꺼내어 보여 주고 싶다.
바람이 불면 사정없이 나부끼는 양귀비처럼 한 시절 장렬하게 피어 호사스럽도록 자태를 뽐내는 삼다의 시절을 쓰고 읽으며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