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섯이 되었다.

엄마가 떠난 나이를 살며

by 박수경

마흔여섯이 되었다.

내 삶에서 마흔여섯이라는 시간을 살게 될 줄이야.


마흔여섯은, 서른 해 전 나를 낳은 엄마가 생을 마감한 나이다. 내 나이 열여섯, 중학교 3학년 그 겨울 눈이 펑펑 왔다가 아침에 나무가 축축하게 물방울이 떨어지며 눈덩어리가 산가지에서 툭툭 떨어지는 날이었다. 고개 넘어 고적한 시골집에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병원에서 이송된 엄마는 이미 생을 달리하셨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던 엄마의 얼굴과 몸에 나를 부비면서 그렇게 울던 차가운 겨울이었다. 집에서 삼일장을 치루었고 마당에는 내내 손님들로 가득찼다.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느니

무엇을 하며 사는 게 잘 사는 거라느니

당위성을 부여하며 스스로 은연중에 사회가

만든 재촉하는 것에 옭아매여 살지 말자.

가장 나답게 나다운 삶을 충만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우리의 삶이 찬란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젠가는 이렇게 생을 마감한다는 것을 아는 것.


아직 출가하지 않은 자녀들이 내가 덮은 이불 밑으로 쪼르르 와서는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녀석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로 기억될까? 완벽하지도, 늘 희생적이지도 못한 채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마흔여섯이 되었구나! 짚어보다가 나를 낳은 엄마를 회상하다 지금 내 삶 속의 현재, 내 자리까지 거슬러 올라갔구나.


나 스스로도 부족하고 모자라게 느껴지는 지금의 내 모습이 생을 마감할 때는 넉넉히 아름다웠노라 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