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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갖는 것도 자격이 필요한가요?

'꿈'을 품고, 꾸고, 결국은 이루고 싶은 모든 분들께.

by 기록하는 슬기


나를 수식하는 단어 중 이제야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한 단어가 있다. 바로 '30대'라는 무덤덤하고도 무시무시한 세 글자이다. 30대에 들어선 지 2년 차인 지금, 지난 20대 후반과 비교해 볼 때 나이 앞자리 하나 바뀐다고 인생에서 중요한 뭔가가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고 느끼는 순간들은 거의 없다. 딱히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까지 나는 내 나이를 잊고 산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보통의 30대 초반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하고 있고, 또 그러한 삶을 준비하고 있다. 내 주변만 보더라도 대부분의 친구들은 20대 후반에 결혼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를 낳았고, 현재는 육아 중이다. 아니면 한 직장을 오래 다녀서 회사 내에서는 무게감 있는 직함으로 불리고 있거나 혹은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하나 더하자면 미혼인 친구들 중 반 이상은 그렇게 바쁘게 살고 있으면서도 열심히 연애도 하고 있더라.)


그렇다면 지금 나는..?

현재 내 상황을 아주 쉽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는 '솔로'이자 '백수'이다. 그렇다고 백수라는 두 글자로 현재의 나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는 않다. 왜냐면 취업을 준비한다거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취준생' 혹은 '공시생'이라는 타이틀은 주어지니 나도 완전한 백수라고는 할 수는 없다. 모두들 감은 잡으셨겠지만 나는 현재 '작가'를 꿈꾸는 한 사람이다. 아주 그럴듯한 단어로는 '작가 지망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꿈을 갖기에 딱 좋은 시기도, 조건도 없다. 꿈은 늘 불안하고 부족하고 고단하다. 그러기에 꿈이다. <사진은 2017. 08. 인도 마날리>




누군가는 늦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긴 여정을 돌고 돌아 나는 서른이 지나고 나서야 '작가'라는 '나의 꿈'을 찾았다. 한마디로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내 글'로 먹고살고 싶은 사람이다. 이러한 나의 꿈과 목표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면 내게 자주 되돌아오는 두 개의 질문이 있다.


첫 번째는 "너는 글을 전문적으로 배웠겠구나. 대학교 전공도 그쪽이고? (예를 들면 문예창작과 나 국어국문학과)"

두 번째는 "그래도 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나 보네? 생계 걱정하지 않고 글을 쓰고 싶다는 거 보면.."


일단, 차례대로 이 질문들에 대해 간단히 대답을 해보자면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니"라는 두 글자가 나의 답이다.



"글을 전문적으로 배웠겠구나. 대학교 전공도 그쪽이고?"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자세한 답을 해보자면, 내 전공은 역사학이고 졸업 후에 내가 오랫동안 했던 일은(아르바이트 제외) 전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커피 사업 분야였다. 게다가 어렸을 때 글짓기 수업은 물론이고 고등학교 때 (수시를 준비했음에도) 논술학원 조차 다녀본 적이 없는 시골 사람이다.


"그래도 넌 경제적 여유가 있나 보네? 생계 걱정하지 않고 글을 쓰고 싶다는 거 보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에 앞서서 사실 이런 질문을 들을 때면 예전에는 화가 났었다. 글을 업으로 삼고 매일 글을 쓰는 일은 꼭 '팔자 좋은 한량들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사람이 생계에 대한 걱정이 없을까? 도대체 어느 정도 타고난 부자여야 생계에 대한 걱정을 안 하는 걸까? 난 그렇게 태어나 보지 않아서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성실한 부모님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자랐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지금까지 경제적인 도움은 받지 않았고 모두 내 힘으로 생활해 왔다. 이 말은 즉, 타고난 부자나 금수저 이런 건 나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사실 저 질문에 대한 가장 좋은 대답은 현재 내 계좌 잔액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대답을 하면 이 질문을 했던 상대방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더욱 커지면서 또 다른 질문 하나가 떠오를 것이다.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이 좋지 않는데 도대체 왜 저 사람은 작가를 꿈꾸는 걸까?"



나는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나는 글 쓰는 내가 참 좋아."라고. 얼마나 좋냐면 스스로 작가를 꿈꾸고 이루어내기에 불리한 상황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또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 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두렵고 초조함에도.

그럼에도 '작가'라는 꿈을 포기하는 것이 더 두려울 정도로, 딱 그 정도만큼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나처럼 조건과 환경이 불리해도 간절함만 있다면 그 꿈을 꿀 조건이 되는 걸까?

내 생각에는 그 누구라도 어떠한 꿈을 꿀 때 따로 필요한 조건은 없다고 본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받은 교육이라던가 꿈을 지지해줄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은 한 사람의 꿈을 이루는데 정말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들이 모두 충족이 되는데도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즉, 이러한 부가적인 것들은 꿈을 이루는데 '큰 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럼, 꿈을 이루어 나갈 때 정말 '절대적'인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간단하다. 바로 '한다.(행동)'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정의 분위기도 좋고 경제적인 상황도 좋은 A라는 사람의 꿈이 작곡가라고 하자. A의 부모님은 그 꿈을 지지하며 따로 스튜디오를 만들어줬고, 최고급 장비도 마련해줬다. 게다가 매달 생활비와 활동비까지 지원을 해줬다. 하지만 A는 자신이 곡을 쓰고 싶은 날만, 연습도 땡기는 날만 불규칙하게 일주일에 1~2번 정도 했다. 하지만 A는 스스로 생각했다. '정말 나는 열심히 했어.', '내 꿈은 정말 간절해.'라고.

이런 경우 A의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을까?

내 생각에는 그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다고 본다. A의 꿈이 작곡가일 수는 있지만 A는 꿈에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을 때만 하는 것은 '꿈에 대한 노력'이 아니다.



꾸준한 노력이 없는 꿈이라면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수 있는 별 같은 것이다. <사진은 2017. 08. 북인도>




20살 이후로 나는 스스로 '꿈'을 찾기 위해 고민했고, 도전해봤고, 실패도 해보고, 포기도 해보고, 다양한 경험들을 해봤다. 10년 동안 맨 살로 고스란히 그 과정들을 겪으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한 번쯤은 들어는 봤을 '간절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이 말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예측해보자면 '간절하면 꿈을 향해 노력하게 된다.'라는 것을 전제로 이 말이 생겼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꿈'은 다 간절하다. 그러기에 꿈이다. 그러면 이 세상에 모든 꿈들은 이루어질까? (그 답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리라.)

'꿈'이란 얼마나 간절하냐 덜 간절하냐에 따라 이루어지게 되는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꿈이란 뭔가를 해야 이루어질까 말까 한 것이다. 즉, 그 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행동을 꾸준히 해야 꿈을 이루어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만약 지난 나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떠올려보자. 나는 얼마나 그 꿈을 간절하게 여겼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그 꿈을 향해 꾸준히 움직였는지를.



그렇다. 꿈을 갖고, 꾸고, 이루어 내기 위한 가장 절대적인 것은 '하는 것'이었다. 일단 꿈이 있다면, 그 꿈에 가까이 가고 싶다면 지금 나의 상황, 처지, 조건을 따지지 말고 일단 하자. 시작했다면 끝을 정해놓지 말고 일단 '꾸준히' 하자.

그래야 우리는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어내고, 또 지켜낼 '자격'이 있는 것이다.






나는 매일매일 글이 쓰고 싶든 쓰고 싶지 않든 일단 딱딱한 의자 위에 방석을 두 겹을 깔고 앉아 노트북을 켠다. 글이 잘 써지지 않고,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면 고개를 돌려 멍하니 창문 너머를 한참 동안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한숨을 깊게, 그리고 요란하게 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쓰자. 써야 작가지."








+) 최근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새 글 업로드가 너무 늦었습니다. 이제 다시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으니 하던 대로 '꾸준히' 글 쓰겠습니다. 모두 모두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오늘도 저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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