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별) 후유증 극복 방법.
나는 긴 여행이 끝나면 매번 버릇처럼 아주 오랫동안 그 여행의 기억을 붙잡고 산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들었던 인연들에 대해서 의미부여를 하며 앞으로도 그들과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연의 무게에 대해 나보다는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마치 시소처럼 어느 정도 무게가 비슷해야 서로의 눈을 마주 볼 수 있듯, 한쪽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우면 그 둘은 눈을 마주치며 바라보기 힘들다. 그 무게가 다름을 인정할 때까지 나는 많이 허무했고 또 서운했고 아팠다. 그만큼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사랑했었다. 항상 그 생각에 끝에는, 그 기억에 끝에는 나만 홀로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여행이란 수많은 새로운 만남과 인연이 시작되고, 그에 비례하는 이별이 있다는 것을.
그저 떠올리면 가슴 설레는 기억 하나, 떠올리면 정말 심장 쫄깃하게 떨렸던 기억 하나, 떠올리면 목 아파라 웃었던 기억 하나, 떠올리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함이 올라왔던 기억 하나. 이런 기억 하나쯤 만들었고 또 그것을 언제나 꺼내 볼 수 있다는 그 자체에 만족하기로 했다. 나만의 이야기 하나쯤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니까. 그리고 떠올리면 언제든 진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생각되는 그런 순간이 차고 흘러넘친다는 것이 새삼 내가 인생을 내 마음에 들게 잘 살아오고 있구나 싶기도 하고.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음에 슬퍼하기보다는 진심이 온몸으로 묻어 나왔던 그때를 소중히 기억해주기로 했다. 사람이든 시간이든 떠나고 흘러가고 나면 어떻게든 붙잡을 수 없기에 떠난 사람과 시간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소중히 더 오랫동안 기억해주는 일 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나와 같지 않은 그들에게 서운하고 슬픔을 느낄 때 난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나를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있었고, 그때를, 그리고 나를 기억해주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과 나는 비슷한 무게를 유지하면서 시소 위에서 눈을 마주치고 오랫동안 서로를 위로해줬다.
내가 갖지 못하고 떠나가는 것만 바라보면 한없이 작아지고 슬퍼지는 게 사람이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일수록 더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그런 말 있지 않나. '원래 가진 놈들이 더 해'라는 말. 나는 참 가진 게 많은 사람이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 그래서 더 욕심을 부렸나 보다. 떠나가는 사람, 나와 다른 사람들의 뒷모습만 쳐다보며 스스로를 초라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은 채.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내게 뒷모습만 보이며 멀어져 가는 기억, 그 안에 사람들은 그저 마음에 담아두고 지금의 나와 서로를 바라보는 그 사람들의 눈을 더 자주 바라봐야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초라하다고 느끼는 때도, 혼자라고 느끼는 때도 조금은 더 줄어들 테니까. 그리고 따뜻함을 조금 더 자주 느낄 테니까.
마지막으로 내게 뒷모습만 보이는 그들에게 멋진 이별을 하려한다.
"잘가시오. 그리고 잘 지내시오. 내 기억 속에서."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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