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만드는 일은 힘든 만큼 가치 있다.
(이 글은 '영어 공부' 이야기가 아닌 '습관'과 '꾸준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주도에 내려온 지 어느덧 한 달 하고도 3주를 꽉 채워가고 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출발할 때 마음 가짐과 목표를 잘 지키면서 지내고 있다. 특히 '글쓰기'와 관련된 일은 능동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또 '운동'도 빠지지 않고 꼭 하고 있다. 사실 이 두 가지가 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이렇게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는 게 뿌듯하다.
하지만 글 쓰는 일과 함께 프로젝트의 구성과 홍보 등 모든 과정을 오직 혼자 하다 보니 시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여유가 없어지면서 조금 소홀해지고 있는 것들도 있다. 이를테면 새롭게 개설한 비즈니스용 블로그에 1일 1포스팅을 하려고 했지만 그 블로그는 지금까지 10개 정도의 포스팅 밖에 올리지 못했고, 원래 운영하던 블로그에도 한 달에 최소 2~3번의 포스팅을 하려고 했지만 저번 달에는 겨우 딱 한 번 밖에 포스팅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 공부'를 제주에 내려온 이후로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브런치에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1월 제주에 오기 전까지 매일매일 30분~50분 정도 미국 드라마로 쉐도잉을 하고 있었다. 호주에서 1년 지내고 돌아왔을 때 가장 아쉬웠던 건 '영어'였다. 조금만 더 하면 꽤 자유롭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것 같은데 그 문턱 앞에서 한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에서 유학을 했거나 영어 조기 교육을 받은 친구들에 비하면 내 영어 실력은 그저 그런 수준이겠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보통의 내 또래에 비하면 그대로 두기에는 아까운 영어실력이었다.
재작년 12월부터 작년 11월까지 매일 하루도 빠진 적 없이 한 건 아니었지만 손수 영어 공부 기록표를 한 달 단위로 만들어서 날짜와 공부한 내용, 공부한 시간, 내일 공부할 내용을 매일 간략히 적어가며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지 않은 날은 솔직하게 X표를 그렸다. 그렇게 꾸준하게 일 년 동안 해온 영어공부였기에 제주에 내려와서도 무조건 영어공부를 이어가려고 했었다. 분명 본가에서 제주행 짐을 챙길 때 수첩에는 '영어 공부 자료'를 적어놓고는 제주에 도착한 첫날 영어 공부 자료만 쏙 빼놓고 와버린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당시 내게 영어 공부는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오자마자 며칠 동안은 제주도에서 지낼 집을 알아보느라 정신없었고, 지낼 곳을 구하고 나서부터는 바로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영어 공부를 내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건 1일 1 글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쯤이었다. 씻고 나와서 화장을 하면서 중얼중얼 혼잣말을 영어로 말하는 나를 발견했다. 순간 아뿔싸 싶었다. 1년 동안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같이 해오던 영어 공부였는데 제주에 내려오고 몇 주 동안 손 놓고 있었다는 사실이 아찔했다. 그 순간 바로 노트북을 켜서 공부하던 미드 영상이 있나 구석구석 뒤져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몇 편의 영상 파일이 저장되어 있었고, 바로 재생을 시켰다.
생각해보니 내가 가지고 오지 않은 건 영어 대본을 인쇄한 자료일 뿐 충분히 영상 파일로도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은 유튜브에 '영어 쉐도잉'이라고만 검색해도 셀 수 없이 많은 공부 영상들이 줄을 있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혼잣말도 영어를 하던 나를 발견 한 그날 이후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하나의 루틴을 새롭게 만들었다. 원래 아침에 일어나서 유튜브 영상 보면서 홈트를 하는데, 끝나고 바로 영어 쉐도잉 영상을 재생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할 일을 한다. TV 틀어놓듯 영어 영상을 재생시킨 채로 샤워를 하고 나와서 화장을 하면서, 외출 준비를 하면서 계속 듣는다. 중간중간 화면을 쳐다보기도 하고 또 귀에 쏙쏙 들리는 문장은 꼭 따라 해 본다.
처음에는 일부러 의식을 하고 영상을 틀어놓았지만 요즘에는 정말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운동이 끝났네.' - '영어 영상 틀어야지.' 이런 생각의 회로를 거치지 않게 됐다. 그리고 나는 가만히 생각해봤다. '왜 갑자기 어느 날 나는 영어로 혼잣말을 한 걸까? 그리고 지금도 큰 거부감 없이 자발적으로 영어 영상을 틀어놓고 듣고 따라 할 수 있는 걸까?' 아마도 그 이유는 지난 1년 동안 매일 영어공부를 짧게나마 해오면서 나의 습관 속 꽤 깊숙한 곳에 '관성의 힘'이 생겼기 때문인 것 같다.
하나의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흔히 세우는 계획 중에 '100일 챌린지'와 같은 것들이 있다. 여기서 100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하나의 행동을 매일 반복하면서 그 행동에 대한 저항감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저항감을 느끼지 못하고 머리보다 몸이 먼저 그 행동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습관'이 됐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습관도 조금 소홀해지면 금세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해왔던 그 행동의 기억과 흔적이 차근차근 오랜 시간 쌓이게 되면 그 안에서 생기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고 질기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 그 힘을 길러봤고 가졌던 사람들은 또다시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갖기 수월하다.
작년 한 해 코로나 19 때문에 대부분의 활동을 못하게 되면서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와 반대였다. 매일 집에서 콕 박혀서 모든 생활을 했던 나는 집 안에서 어떻게든 그 시간을 가치 있게 쓰고 싶어서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살았었다. 당시에는 재미없고, 지겨웠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습관이란 것을 만들고 지키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꾸준함'이 갖고 있는 성질인 '관성의 힘'을 처음으로 느꼈고, 갖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엄청난 성장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나는 조금씩 조금씩 변해왔고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꾸준함이라는 선순환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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