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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의 현실적인 새해 목표

그럼에도 여전히 글과 함께 고군분투하고 싶은 사람. 여기 있어요.

by 기록하는 슬기


매년 연초, sns에 접속할 때면 가장 자주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새해 목표', '올해 계획'과 같은 단어들이다. 이번 연도도 어김없이 sns에서 나와 친구인 사람들은 '2021년 새해 목표와 계획'에 대한 글을 써서 올렸다. 그래도 이번 연도는 작년 코로나 19의 여파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의 새해 목표 중 가장 첫 번째로 꼽는 것이 '건강'이었다. 예전에는 '건강'과 '무탈'한 일상을 당연하게 바탕으로 깔고 '새로운 도전'을 중요한 목표로 삼았었던 우리였는데 말이다.


나는 따로 sns에 새해 목표에 대해 글을 쓰지 않았지만 가까운 지인과 새해 인사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레 나의 새해 목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와 친한 친구, 동생, 언니, 오빠들은 새해 인사 끝에 내게 대부분 이런 덕담을 해줬다.

"슬기(언니, 누나)야. 이번 해에는 네가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는 글 쓰는 일과 관련해서 '대박'났으면 좋겠어! 넌 성공할 거야!"

나와 친한 지인들이 내게 해 준 말을 듣고 두 눈을 감고 한 번 상상을 해봤다. '내 글'로 '대박과 성공'이라.. 머릿속에서만큼은 선명히 그려지는 몇몇 장면들이 있었지만 막상 지금 내 두 눈에 보이는 장면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




본업이 있으면서 취미로 sns에 글쓰기를 한 시간들을 제외하고, 정말 딱 '글'에만 전념해온지 어느덧 일곱 번의 계절이 바뀌었다. '글'에 대한 아무런 연관이 없는 내가 무턱대고 글 쓰는 사람이 되겠다고 굳은 다짐을 한 그 무모한 자신감은 아주 다행히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하지만 일곱 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내가 온몸의 살갗으로 체감한 것이 있다면 글 쓰는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생계유지가 가능하냐는 그 물음표에 대한 싸늘함이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면 포스팅 중간중간에 붙는 광고 때문에 클릭수와 노출수에 따라 수익이 만들어지긴 한다.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것보다 몇 배로 훨씬 훨씬 수익률이 낮다.) 브런치는 아직까지는 수익이 창출되고 있지 않은 시스템이다. 그리고 상금이 있는 (수필 분야) 공모전 같은 경우는 그 규모에 따라 상금이 다른데 규모가 큰 공모전은 대상이 약 200만 원 안팎이고, 규모가 작은 공모전은 대상이 50-30만 원 사이다. 만약 출품하는 족족 모두 다 당선이 된다면 공모전만으로도 기본적으로 생계가 유지되겠지만 공모전을 몇 번이라도 준비하고 출품하셨던 분은 알 것이다. 상금이 크면 클수록 경쟁률은 뒤에 '0' 하나가 더 붙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 내가 언급한 이야기는 모든 작가 지망생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지금 내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신춘문예에 등단하지 않은, 아직 책을 한 권도 출판하지 않은, sns 상에서 수십만 팔로우가 있지 않은, 그렇다고 글과 관련된 공부를 전공해서 그와 관련된 일을 구할 수 있지도 않은 '나'의 상황이다. 그래서 '글'만 쓴다고 하고 나서부터 내 계좌에 (+) 수입 내역은 사실상 단 한 번의 공모전에서 우수상 받은 것을 빼면 '0'원이다. (그동안 생활비는 이전 회사와 호주에서 일할 때 모아둔 돈으로 생활했다.)




그럼에도 나는 '글자'가, '이야기'가 좋다. <사진 : 2020. 12. 제주 서귀포. 우연히 들어가게 된 독립서점>



이런 계절을 여전히 겪고 있는 내게 나와 친한 사람들이 새해 덕담으로 해주는 '글 써서 대박나라, 성공하라'는 그 말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역설적이지만 '반드시 가능하다.'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대박과 성공'을 '올해 목표나 계획'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올해 소위 말하는 대박과 성공이 내게 찾아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대중 예술가들은 특히 나 혼자만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어떤 성과가 단기간 내에 나타나지 않는다. 때로는 지나치게 늦게 찾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보다 너무 빨리 와서 삶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아무리 미래 계획 안에 예외의 상황을 많이 포함시켰다 할지라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이런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의 운명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를 (글,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그 '기회'는 미리 온다고 예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발자국 소리도, 무음의 그림자 조차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언제 어떻게 내게 찾아올지 모르는 그 기회와 운명의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세상을 향해 손을 흔들고 소리 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도 나의 손짓을, 나의 목소리를 못 듣고 내게 뒷모습만 보이는 것 같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꾸준히 그들의 향해 양팔을 벌려 손을 흔들고 나의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다 보면 하나, 둘씩 나를 향해 고개 돌려 내 눈을 보고 따뜻한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어준다. (지금 나의 구독자님들처럼)



그래서 결론적으로 올해 2021년 나의 목표를 말하자면, 음.. 첫 번째는 무조건 우리 모두 건강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일과 관련해 이번 연도 내 목표는 단 하나다. 사실 이 목표는 비단 이번 연도의 목표가 아니라 보다 조금 먼 미래에 대한 목표이기도 하다.

바로 내 목표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인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당장 '글쓰기'만으로 생계가 불가능해서 다른 일을 하더라도 '글쓰기'가 여전히 내게 '1순위이자 본업'으로 살아가는 것이 내 올해의 목표다.








글을 쓰면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다른 선택을 할 걸 그랬나 후회했던 적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일곱 번의 계절을 겪기 전과 비교해 지금 나는 확실한 것을 배우고 있고, 얻고 있다.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어떤 미련과 후회가 밀려올지라도 나의 걸음의 방향과 속도를 믿을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때로는 힘듦과 지겨움을 생각보다 덤덤하게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흔들리고 휘청거리고 넘어져도 생각보다 빠르게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서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시간을 통해 배웠고 계속해서 배우고 있다.



"현재 나는 '글'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일상을 지내고 있지만

또 동시에 '글'과 함께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삶을 살고 있기에

지금의 나로서도 충분하다.

그리고 이런 나의 매일매일과 일상, 삶이 좋다.

이런 나의 일상과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이번 연도는 작년보다 조금 더 부지런히, 치열하게 글 앞에서 더 자주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야겠다."








+) 앞으로 브런치에는 일주일에 정기적으로 두 번씩 새 글을 발행할 예정입니다.

이번 주에는 '수요일, 금요일'에 발행되고요.

다음 주부터는 다른 이슈가 생기지 않을 때까지 쭉- 매주 '월요일, 목요일'에 새 글이 발행됩니다.


1일 1 글 끝난 거 깜빡하시고 브런치 왔다가 헛걸음하셨다는 몇몇 구독자님들의 아쉬움 섞인, 하지만 저에게는 그보다 반가울 수 없는 이야기에 솔직히 너무 감사했습니다.

제 글을 일부러 찾아주시고, 기다려주신다니.. 그 발걸음과 그 마음 자체로 너무 감동이에요.

항상 애정 듬뿍 담긴 관심과 따뜻한 표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조금 더 '작가'라는 직업에 가까워지고, '글'과 더 오래 함께 하기 위해 도전을 시작한 프로젝트 '매일 구독자님의 메일함으로 한 편의 글을 보내드리는 구독 서비스 슬기 드림 1월호'구독자님을 모집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 클릭해주세요. 제가 직접 제작한 구글 폼이니 안심하고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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