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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하는 슬기 Jan 18. 2021

성숙한 연애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

성숙한 연애라는 게 있기는 할까 싶지만, 그래도 준비는 열심히 해야죠.


연애 중인 친구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중간중간 친구들의 휴대폰 액정화면 위로 '000 ♥'과 같이 입에 담기 힘든 애칭과 함께 진한 하트가 나타나면서 벨소리가 울려댄다. 그리고 친구들은 "잠깐만~"이라고 내게 말하고 남자 친구의 전화를 받는다. 익숙한 광경이다. 물론 한때 나도 "잠깐만~"이라고 말하던 사람이었던 적도 있지만.


연애를 하면 자주자주 서로에게 연락하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하루에 한두 번 생사를 보고하는 커플도 있다. (그마저도 안 하는 커플도 있다.) 아무리 똑같은 '연애'를 하는 관계일지라도 상대방과 본인의 성향과 성격에 따라서 연락을 하는 횟수나 만나는 횟수도 제각각이다. 


내 친구 중 P를 만날 때마다 내가 그녀에게 할 수밖에 없는 말이 있다.

"또? 남자 친구야? 조금 아까 한 시간 전에 전화했잖아. 나 만나는 것도 알고, 어디 있는지도 아는데 왜 또 전화하는 거야?"


유독 연락을 서로 자주 하는 친구 P와 그녀의 남자 친구. 내 성향상 이런 스타일의 연애를 당연하게 하는 커플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P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이 질문은 친구들에게 종종 해보는데, 각자 다 다른 답이 나오는 게 참 흥미롭다.)

"P야. 너는 만약에 아무런 제약 없이 남자 친구랑 만나는 횟수랑 시간을 정할 수 있다면 일주일에 몇 번, 어느 정도 만나는 게 좋아?"

"음.. 나는 일주일에 다섯 번 만나고, 이틀 정도는 각자의 시간을 갖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너는?"

"나는 너랑 딱 거꾸로가 좋아. 이틀 만나고 다섯 번은 각자의 시간을 갖는 거. 대신 이틀은 아예 쭉 같이 있던가 오래 같이 있는 게 좋은 것 같아."


오히려 P는 이런 내가 신기하다는 듯 내게 바로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러면 너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남자 친구가 너 말고 친구 만나러 가고 그런 것도 상관없어?"

"매~번 주말마다 친구들만 만나는 거 아닌 이상 상관없을 것 같은데. 그냥 나는 서로 연락 잘 되고, 만나기로 했던 약속만 잘 지키면 되는 것 같아. 그리고 친구를 만나든 뭐든 그 자리가 즐겁고 좋다면 어쩌겠어." 

"아니.. 그래도 서운하지 않아?"

"솔직히 나도 예전에는 엄청 서운했지. 주말이나 쉬는 날은 나랑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리고 알지? 그런 행동에 꼭 의미 부여하잖아. '이제는 남자 친구가 나보다 친구가 좋은가보다..' 이러면서. 그래서 정말 지겹게 싸웠던 것 같아. 그렇게 다툼을 반복해서 그런가. 이제는 조금 내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안 되는 것 중에 하나, '누군가의 마음과 표현'  <사진 : 2020. 11. 서귀포 어느 카페> 



내가 이렇게 말하자 P는 남자 친구와 자신은 이렇게 자주 연락을 하고 만나는데도 서운한 것들이 많다고 했다. 조금씩 개인차이는 있겠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도 P와 비슷했었다. P와 비교해 연애 도중 만나는 횟수나 연락의 빈도는 달랐지만 나도 쉬는 날이면 남자 친구가 나랑 먼저 약속을 잡길 바랐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내가 생각하는 '연애'란 나와 상대방의 삶에서 1순위는 '서로'가 되는 것이라고 멋대로 규정했었기 때문이다. 


쉬는 날 남자 친구가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약속을 먼저 잡았다면 겉으로 표현은 안 했을지라도 속으로는 별의별 생각을 다 했었다. 그리고 그 오만가지 생각의 끝에는 항상 남자 친구가 있음에도 '외로운 나'만이 남아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상대방에게 1순위가 아닌 2, 3, 4, n순위가 되어버렸다고 혼자 결론을 내렸으니까.


그때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본질적인 이유를 찾아봤다. 아마도 나는 마음속 깊숙이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나와 연애를 하는 그 사람이 '나랑 함께 행복'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 사람의 행복한 일상을 바란다고 생각했고 말했지만 나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 사람이 나랑 함께하는 시간만' 행복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상대방에게 했던 말들은 모두 앞뒤가 안 맞았던 것일 수도 있다. 


그때 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랐다면 나와 함께 하든 안 하든 그 사람의 일상과 시간 자체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마음은 있었어야 했다. 그래서 그때 나는 자주 혼자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의 시간과 일상 자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그저 '나'라는 사람이 그 사람의 '행복'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길 바라는 얄팍하고 어린 마음뿐이 없었다. 








감정이 전부이던 철없던 시절 내가 생각했던 연애란 '나랑만 즐거운 시간,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연애 장기 휴학생이자 으른의 연애를 꿈꾸는 현재의 내가 생각하는 연애란 '나랑 있어도, 나 없이도 그저 그 사람의 시간과 삶 자체가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안다. 막상 사랑이라는 감정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으면 말처럼 성숙하기도, 쿨하기도 어려운 것이 연애라는 것쯤 잘 안다. 하지만 예전과 지금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 예전에 내가 생각하고 했던 '사랑', '연애'에는 무조건 주인공이 '나' 하나였다면, 지금은 '나와 그 사람' 공동 주연이라는 것이다. 


느끼고 깨달은 만큼 그대로 바로 행동으로 옮겨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깨닫기 전과 후는 행동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특히 인간관계, 그리고 연애라는 관계에서 만큼은 더욱 성숙한 한 사람이,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글과 다른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계속 글을 씁니다. 그래서 기록을 합니다.

기록하지 않는 것들은 쉽게 변하고 쉽게 사라지니까요.

글 속에 깨달음과 다짐과 닮아지도록 부지런히 움직이고 또다시 기록하겠습니다.

저에게 기록할 수 있는 힘과 그 이유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 새 글은 매주 월요일, 목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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